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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맘 은지 Sep 07. 2024

'지금' 잘해, 후회하지 말고

여자보다는 엄마를

수유쿠션에 대자로 누운 아이가 우유를 쭉쭉 빨고 있다.

먹을 때만큼은 혼신을 다해 젖병을 빠는 내 딸 다온이. 어찌나 잘 먹는지 오동통 살이 올랐다.

아이를 보는 사람들은 잘 키웠다며 지금의 볼살을 잘 유지하라고,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는 모습일 거라고 한다. 100일이 된 아이의 ‘시그니처’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통통한 딸의 환한 미소를 볼 때마다 귀여워 숨이 멎을 것 같다.


100일이 되어 가는 아이에게는 수유를 하루에 6-7번은 한다. 3-4시간에 한 번씩 수유를 하는데 수유를 하고 나서는 아이와 놀아주고, 안아서 거실을 돌며 낮잠을 재우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3-4시간은 훅 지나가 있다.

그렇기에 아이에게 우유를 주는 시간은 소파에 앉아 잠시 한숨을 고르며 땀을 식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시간 동안은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교감을 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힘들 때면 멍을 때리거나 티브이, 유튜브보기도 한다. 정신이 좀 나면 명상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가기도 한다. 때로는 우유를 먹으며 자는 아이를 보고 있다가 스르르 눈이 감겨 고개를 떨구고, 안경은 코에 걸친 채 꾸벅꾸벅 잠이 들곤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생산적인 일이 하고 싶어졌다.

일을 쉬다 보니 다시 강의가 하고 싶어,  멍 때리다 보면 강의실에서 열강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빠르게 도리~도리

정신을 차리니 강의실 교탁 앞이 아니라 거실 소파에  앉아 있다.  지금은 육아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아기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적어도 세 살까지는 아이를 온전히 내가 케어하고 싶은 마음.

육아로 일은 그만두었지만, 배우는 일과 마음의 양식을 쌓는 일은 꾸준히 하고 싶다. 그래서 아기를 돌보다 에너지가 남아 있으면 틈틈이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조금씩 읽고 있다.

이번에는 어떤 '열정'이 생겨

젖병을 빠는 아이 옆으로 '어렵게' 책을 펼쳤다.

한쪽 손으로는 아이에게 젖병을 물리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책을 읽다가, 목이 아파 아이를 쳐다보니

내 딸 다온이가 게슴츠레한 눈을 떴다 감았다, 작고 통통한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하며 우유 빨기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를 보고 이내 책을 덮어 버렸다.  


‘그래 책은 언제든 다시 읽을 수 있지만, 지금 다온이가 내 품에서 열심히 우유를 먹는 모습은 지금 아니면 볼 수 없지.’

 

잔디인형을 연상케 하는 위로 뻗은 머리카락, 임신했을 때부터 의사 선생님께서 칭찬받았던 짱구 이마, 쌍꺼풀 없는 작은 눈, 친정엄마가 이야기하는 복코, 내 입술을 그대로 붙여 놓은 것 같은 얇고 작은 입술, 오동통한 볼살, 불독을 연상케 하는 턱살, 비엔나소시지가 연상되는 통통한 팔, 내 손에 쏙 들어오는 작디작은 손.


딸아이의 모습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으며 모성애를 키워가는 일. 그리고 아이의 미소를 보고, 볼때기의 살냄새를 맡으며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는 100일 딸아이의 모습을 마음껏 보고 느끼는 일.

언어는 통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통하는 1세와 40세의 옹알이 대화는 내 인생에서 두 번 다시없을 웃음 나는 일이고, '행복을 생산'해 내는 일이라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 지금을 잠시 돌아봤을 때, 아이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때 아기와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 우리 다온이 참 이뻤지. 아기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던 그 시절,

내 품 안에 꼬옥 안았던 그 시절,

딸랑구에게 딸랑이를 흔들며 함께 웃었던 그때가 참 좋았지.’


후일에 가서 지금을 그리면, 그립고 또 그리울 것이다.

지금이 그리워, 시간 가는 것이 아까워진다.

지나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을 온전히 만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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