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노인들, 그들의 아지트

<2025년 초고령사회 한국 : 노인복지의 현실>

by 빈성

"아지트가 필요했다. 나만의 아지트가."

우리 집에는 늙은 금붕어 한 마리가 있다. 키운 지도 오래되어 힘아리가 없는 게 나랑 참 닮아 있다.

멍하니 눈만 꿈뻑꿈뻑거리고 있는 띨띨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철없던 나의 학창 시절을 보는 듯하다.


사실 나에게 안락함을 선사해 주는 이 집은, 나를 게으르게 만들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소소한 유혹들이 가득 찬 환경이다. 특히, 마음먹고 무언가를 해보려 마음먹어도 눈앞에 군것질거리가 어른거리고, 일단 친구의 전화라도 걸려 오면 그때는 완전히 비상사태다.


전화를 받기 전 소파에 드러누워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하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실실 웃으며 통화하다 보면, 어느새 편안함에 매료되어 무기력해지는 것이 나의 루틴이다. 그래서인지 집중력을 요하는 글쓰기를 위해서라도 나만의 아지트를 만드는 일은 정말로 중요했다.


내가 운동을 시작한 지 1년쯤 지났을 때였던가. 그래도 무언가 한번 시작하면 꾸준히 달려가는 끈기 하나는 내가 생각해도 대견스럽다. "아참 그렇지!" 문득 생각해 보니, 운동하는 시설이야말로 나의 아지트로 손색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운동을 하는 건물은 평생학습관이라는 곳인데, 한 공간이지만 층마다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1층은 젊은 사람들이 모여 운동을 하며 활기찬 에너지가 넘치는 반면, 3층 디지털자료실은 이미 어르신들의 조용한 아지트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운동을 마치고 올라갈 때마다 이곳의 고요한 풍경과 가끔 들리는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이미 디지털자료실은 단순히 자료를 찾는 공간을 넘어, 어르신들의 일상과 쉼터로 뿌리 깊게 자리 잡혀 있었다.


이곳은 공공시설이기에 나름의 규칙 속에서 평화로워 보이지만, 가끔 갈등의 순간도 발생한다.

보통은 많은 어르신들이 헤드폰을 끼고 컴퓨터를 하거나, 신문을 보며 여가를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한 할머니가 자료실 직원에게 큰 소리로 외친다.

"뭐? 나한테 냄새난다고? 한 번도 아니고 내가 이 소리를 듣고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어!
당신 이름 뭐야, 당장 신고할 거야!"


사건의 전말은 모르지만, 그 목소리에는 분명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


어떤 할아버지는 가끔 졸다 코를 고는 일이 있었고, 그때마다 직원이 조용히 다가와 제지하곤 했다. "자료실에서 주무시면 안 됩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정중히 안내했지만, 그런 장면이 자주 반복되면서 직원도 몹시 피곤해 보였다.


디지털자료실이 어르신들에게 쉼터로 변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이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은 노인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이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디지털자료실이 공공기관의 목적과 어르신들의 필요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도 그 결과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공공시설의 환경을 유지해야 하는 직원도, 갈 곳 없이 이곳에 모인 어르신들도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 놓여 있다. 결국 초고령화사회의 딜레마다.

나는 어르신들이 단순히 머물기 위한 공간이 아닌, 더 나은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길 바란다.


디지털자료실이 아닌, 그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놀이터가 곳곳에 생길 때, 우리는 한 걸음 더 따뜻한 사회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러한 시설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는 어르신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 나아가 모두의 삶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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