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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개인브랜드는 리브랜딩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도형의 인생탐구영역]  서천특화시장 화재현장 방문으로 본 대통령

[PS: 오늘 글은 다소 정치적인 해석이 있는 글입니다. 어디까지나 사견이니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글 읽는 것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1월22일 밤 11시경 충남 서천특화시장에 큰 불이 났다.

현재까지 집계 된 것에 따르면 점포 227개(전체의 78%)가 완전히 전소됐을만큼 시장 전체가 거의 통째로 불에 타버린 너무도 가슴 아픈 참사이다.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모든것을 다 받쳐 일궈 온 자기 점포가 타들어가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상인들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그런 민심을 반영해서인지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직접 화재현장을 방문했다.  

평범한 점퍼차림으로 현장에 방문한 그는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으로 현장을 둘러봤다. 물론 뉴스 화면을 통해 본 모습이지만 얼굴만 봐서는 상인들을 생각하는 근심 걱정의 표정 그대로였다. 


사견이긴 하지만 어떤 정치적 견해가 없는 나로서는 '불통'의 이미지를 가진 현재의 대통령이 피해현장을 방문했단 사실만으로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나게 큰 의미는 아니더라도 모든 것을 잃은 이들에게 국가원수의 방문은 상심이 클 시장 상인분들께 국가에서 신경쓰겠다는 일종의 위로섞인 메시지는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참고로 나는 오늘 나온 단통법 폐지와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제 같은 이슈등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후속보도들을 보며,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의도야 어쨌든 화재현장에서 더욱 큰 '화제'가 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현장 방문이 아니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갈등해소 국면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보도들의 내용은 대통령이 현장 방문만 했을 뿐 곧바로 자리를 떴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도착 후 현장을 빠져나가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20여분. 

결국 대통령의 화재 현장 방문의 의미는 불의의 사고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만나 위로하는 민생현장이기보단 100일도 안남은 국회의원 선거를 염두에 둔 총선용 show가 되어버렸다. 


다른 유튜브 영상에 담긴 피해상인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얘기한다. 이럴꺼면 왜 왔냐고 말이다. 물론 아예 안 온것보다야 낫겠지만 나부터도 그런생각이 든다. '저럴꺼면 뭐하러 갔지?' 


우리는 대통령의 하루 일과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인만큼 나 따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바쁜 일과를 보낼 것이라 예상한다. 그렇기때문에 더욱 의아한 생각이 든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 진짜 민생을 챙기려 한 것인지 정치쇼를 한 것인지 그런것은 관심없다.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뭐가 어쨌든 그는 정치인이라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서 굳이 방문을 했다고 하면 목적만큼은 뚜렷하게 하고 갔어야한다. 피해 국민들을 위로하러 간 것이면 누구보다 확실하게 위로하는데 초점을 맞춰 방문했어야 하고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지지율이나 여당 표심을 생각한 것이었다면 피해상인분들을 안아주진 못할지언정 악수라도 하고 왔어야 했다. 의도가 어떻든 현장을 방문했다면 일단 목적은 피해입은 국민들을 달래주는데 모든 것을 쏟아부었어야 이치에 맞는다. 대체 근심걱정 어린 표정으로 불타 없어져 버린 화재현장을 둘러본다고 해서 어떤 것이 달라지는 것인가? (혹자는 얘기한다. 화재가 대통령 때문에 난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맞는 얘기이다. 다만, 불이 난 원인을 제공하지는 않았을 뿐,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자리에 참석한 것은 맞지 않는가. 사과는 하지 않더라도 현장을 방문했다면 피해 상인들이 다시 희망을 가지실 수 있도록 제대로 위로를 하고 왔어야했다. 20분이 아니라 5분이 됐더라도 그게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정치적 견해를 떠나 나는 과거부터 직업상 윤석열 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열심히 분석해왔다. 소위 엘리트 출신이라 불리우는(사법고시를 패스한)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 자신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에서 느껴지는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그의 초기 브랜드는 꽤 강단있고 합리적인 이미지를 형성하였다. 이전 대통령과는 다른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 된 그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사람은 본래 보이는대로 보여지면 매력이 없다. 강함, 권위, 합리를 내세우던 인물이라고 한다면 가끔은 인간적인 면을 보여줄 수록 매력도가 증가한다. 알고 그런것인지 모르겠으나 그가 보여주려고 했던 인간적인 면들은 그동안 '술', '막걸리', '먹거리' 정도로 대변되어져 왔다. 강조했던 인간미들은 오히려 역풍을 맞아 무슨 기사만 나오면 인터넷 댓글등에 술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술로 인해 흐뜨러질 수 있는 여러가지 이미지들이 결합되어 진정성이 없는 사람, 믿음직하지 못한 사람의 이미지가 강해져 버렸다. 여기에 급작스러운 도어스태핑 중단, 정해져있는 대본대로 진행되는 국민과의 대화, 명분과 설명이 부족한 무조건적인 대통령 거부권, 소식없는 신년 기자회견 등등... 여러가지 사건이 만나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는 불통, 무능함, 권위주의 정도로 귀결되어져 버렸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개 컨설턴트도 객관화해서 얘기할 수 있는 얘기들을 대한민국에 내로라 하는 참모들이 모여있을 대통령실에선 왜 간과하고 있는지 말이다. 이정도 되니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가 과연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 개인의 아이덴티티가 위에 나열한 power와 관련 된 것들이라면 대통령 신분으로서 그의 아이덴티티는 '애민정신(물론 현시대의 정치체제와 맞지 않는 단어이지만..)'을 향해 있어야한다. 아니 적어도 포함은 되어야 한다. 그것이 하루가 멀다하고 그가 주장해왔던 '국민을 위한' 정치에 대한 보담이기 때문이다. 


2022년 4월27일 충무공 이순신 탄신제에 참석한 당선인 신분의 윤석열대통령은 축사에서

대한민국의 성웅이신 충무공 이순신 장군께서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오직 나라와 백성만을 생각하셨다.”면서 “(충무공의) 우국충정과 애민정신”을 강조, “(충무공 이순신 장군처럼)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정에 임하겠다.”며 얘기했다고 한다. (출처 https://peopletv.co.kr/2075) 그가 얘기했던 충무공의 애민정신은 과연 윤석열 이라는 지도자의 어떤 부분에 어떤 방식으로 존재한단 말인가. 


늘 주장하지만 '브랜드'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일관 된 메시지를 연속되고 지속되게 장기간 주장하고 행동과 결과로 증명하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가 얘기했던대로 국민과 국가를 향한 우국충정을 기초로한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다면 지금처럼 재난현장을 정치현장으로 바꾸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정치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면 한동훈 비대위원장과의 만남 시간을 바꾸든지 잠깐 눈인사만 하고 오히려 피해 상인분들을 위한 시간으로 진정성있게 채워 넣던지 했어야한다. 브랜드 평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크고 작은 사건들이 모여 하나의 브랜드로 귀결되는 것이다. 현장에 있는 컨설턴트로서 인기없는 대통령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으로 몇글자 끄적여봤다. 


끝으로 다시 한 번 이번 화재로 인해 많은 상처를 입으셨을 서천특화시장 피해 상인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비록 말 뿐인 응원이 되더라도 꼭 기운내시기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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