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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3가지 기술(FINAL)

평생 처음 하는 순간을 선물하라

얼마 전 CEO모임에서 처음 만난 분과 대화를 나누다가 개인브랜드에 대해 이것저것 집요하게 묻는 대표님이 계셨다. 사실 편한 자리에서 강의를 하고 싶지 않아 좀 귀찮(?)은 마음도 있었고 뭔가 한큐에 정리를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들어 그 자리에서 “지금 바로 당신의 삶에 철학에 대해 한 줄로 적어보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한 적이 있다. 그분은 잠시 머뭇거리며 당황하더니, 종이에 자신의 철학을 적기 시작했다. 완성된 문장을 읽으며 스스로도 놀란 표정을 지었고, “살면서 이런 걸 써본 건 처음이에요”라고 했다.(사실 이런 경우가 정말 드물긴 할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한테 당신 삶의 철학이 무엇이냐며 질문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폰카로 찍어 그에게 전송해줬다. "자기 철학은 쉽게 바뀌어서는 안되는 원칙과도 같은 것이니 오늘 적은 내용이 흔들리지 않도록 잘 간직해두세요." 라고 얘기하면서 말이다.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그분은 그날의 일을 이야기하며 나를 기억한다. 그 한 번의 경험이, 그분의 인생에서 ‘처음’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각인된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됐을까? 한달이 지났을때즈음 연매출 500억이 넘는 제조기업의 오너를 고객으로 소개시켜줬다. 물론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말이다.


사람이 ‘첫 경험’을 강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감정과 뇌의 화학 반응 때문이다. 처음 겪는 순간에는 뇌가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느라 각성 상태가 되고, 감정 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진다. 이때의 장면과 감정은 ‘덩어리’로 저장되어,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어릴 적 첫 자전거를 탔던 날, 첫 해외여행에서 마주한 풍경, 첫 연봉 협상에서 느꼈던 긴장감이 쉽게 잊히지 않는 이유다. 이처럼 첫 경험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고객의 기억 속에 나를 고정시키는 ‘마커’ 역할을 한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이 원리는 강력하다. 부동산 중개인이 계약 직전 고객과 함께 ‘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폴라로이드로 즉시 인화해 선물한다고 상상해보자. 고객은 그 집을 산 날의 설렘과 그 순간의 공기를 평생 간직하게 된다. 그리고 그 감정 속에는 자연스럽게 그 중개인의 얼굴과 이름이 묶인다. 음식점에서 생일에 처음 먹어보는 특별 메뉴를 내거나, 학원에서 첫 수업에 이름이 적힌 개인 교재를 선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관계에서도 첫 경험은 강한 연결을 만든다. 친구와 함께 처음 가보는 여행지, 동료와 처음 도전하는 프로젝트, 연인과 첫 공연 관람 같은 경험은 관계의 결을 깊게 만든다. 브랜드나 영업에서도, 고객이 ‘내가 이 사람과 처음 해본 것’이라고 느끼게 하는 순간은 단순 거래 이상의 가치를 남긴다. 콘텐츠 제작 역시 마찬가지다. 시청자에게 처음 시도하는 형식, 처음 공개하는 비하인드, 첫 번째로 체험하게 하는 챌린지를 제공하면, 그 콘텐츠는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첫 경험을 설계할 때 기억해야 할 팁을 정리해드리자면 다음과 같다.

이 다섯가지는 내 기준에서 정리한 것이니 더 좋은 경험이나 인사이트가 있으신 분이라면 그것도 포함시키는 것을 추천드린다.


첫째, ‘의미’를 부여하라.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그 경험이 왜 중요한지 이유를 함께 전달해야 한다.

둘째, 감각을 자극하라. 소리·향·촉감 같은 오감 요소를 넣으면 기억의 강도가 높아진다.

셋째, 기록으로 남겨라. 사진·영상·글처럼 눈에 보이는 기록은 기억을 오래 붙잡아둔다.

넷째, 즉시성을 갖춰라. 경험 직후 바로 완성되는 결과물(기념품, 문서, 인화 사진)이 효과적이다.

다섯째, 나만 줄 수 있는 것을 설계하라. 흔한 이벤트가 아니라, ‘이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경험이어야 한다.


첫 경험은 단순히 기분 좋은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표식이 되고, 그 표식이 있는 한 사람은 당신을 떠올린다. 브랜드든 관계든, 평생 잊히지 않는 연결을 만들고 싶다면 ‘첫 경험 던지기’를 준비하라. 그리고 그 순간, 당신은 누군가의 인생에 지워지지 않는 좌표가 된다.


당신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기술 시리즈를 적으면서 한 노하우가 더 떠올랐다. 원래 3편으로 마치려 했지만 번외편을 준비해서 올릴 생각이다. 필요하신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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