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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Dec 23. 2020

내 삶을 역사로 남기는 방법

기록의 쓸모

 이번 주 부모님께서 이사를 하셨다. 이사 전에 본가에 있는 나의 짐을 버리거나 정리를 좀 하라고 연락이 왔다. 퇴근 후 영천 집으로 가 나의 짐들 중 버릴 것과 챙길 것을 구분했다. 챙길 것 중에는 파란색으로 된 큰 종이 박스가 있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박스였다. 그 박스를 열어보니 나의 스물한 살과 스물두 살이 그곳에 있었다. 입영통지서, 군번줄, 전출 선물로 받았던 향로봉함 액자, 군 생활하며 찍었던 사진들, 군대에서 주고받았던 편지, 그리고 두 권의 일기장이 있었다. 그 일기장에는 2002년 10월부터 2003년 4월까지의 내 역사가 담겨 있었다.


나의 스물한 살의 기록들


스물한 살의 내가 스스로 일기를 썼던 이유


 그때 왜 나는 일기를 썼을까? 바로 내가 탑승하고 있던 향로봉함이 해성 부대라는 이름으로 해외 파병을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군 입대 직전이었던 2001년 9월 11일에 발생했던 한 사건이 우리가 파병을 가게 된 이유였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납치된 비행기에 의해 폭파당했던 어마 무시한 사건이 있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이슬람 무장 테러 단체의 짓이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고, 테러 단체를 지원했다는 명목으로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켰다. 그리고 평소 눈에 가시 같았던 이라크를 침공하기에 이른다. 현대사회에서 강대국이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를 침공하게 되면 국제적 여론의 비난을 받는다. 실제로 여러 나라들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부당하다고 전쟁을 반대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테러로부터 세계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라크를 공격하겠다고 전 세계에 공표했고, 스스로 어벤저스임을 자처했다. 그리고 UN을 통해 각 나라에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군대를 보내달라고 협조 공문을 보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전투함보다는 수송 임무를 할 수 있는 상륙함 지원을 요청했고, 해군에서는 신형 상륙함 4대를 4개월 단위로 나누어서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는 내가 탑승하고 있던 향로봉함이 해외 파병의 임무를 받게 된 것이다.


 2002년 10월 어느 날, 함장이 모든 수병들을 회의실에 모았다. 우리 함이 해외 파병을 가게 되었음을 알려주었고, 병의 경우 파병 임무에는 강제성도 없으며, 전쟁에 관여하는 임무라 위험할 수도 있다며 배를 내리고 싶은 사람은 다른 근무지로 전출을 보내주겠다고 설명해 주셨다. 하지만 당시 향로봉함에서 근무하고 있던 수병들 중 파병을 포기하고 전출을 신청했던 수병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병들에게 군 복무는 어디든 힘든 것이다. 이왕 힘든 군 생활을 해야 할 바에는 해외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다들 생각했다. (게다가 당시 군인 월급 2만 원 보다 훨씬 많은 수당이 지급되었다. 그것도 UN에서 주는 돈이라 달러로 지급받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나의 일기는 파병이 결정된 날로부터 시작되었다. 아마 초등학교 방학 숙제 이후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썼던 일기였다. 스물한 살의 나도 알았던 듯하다. 해외 파병이라는 이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내 머릿속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기록으로 남겨 오랜 시간 내 군 생활을 간직하고 싶었다.


 대구 집에 돌아와 그 시절의 추억이 담겨있는 일기장을 천천히 읽어 보았다. 파병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의 심정, 진해에서 출병식을 했던 날 마지막으로 "전 계류색 거둬."라고 큰소리로 외쳤던 순간, 쿠로시오 해류를 지나면서 처음 겪는 엄청난 수준의 롤링과 피칭에 먹은 음식 대부분을 전탐실 앞에서 토했던 적, 처음 필리핀의 땅을 밟았을 때 어지러움을 느끼며 말로만 듣던 땅 멀미를 느꼈던 순간, 동티모르 바다에서 현지 원주민 아이들과 함께 여름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날, 싱가포르 셈바왕 항구에서 다른 나라 해군들과 농구 시합을 했던 경험, 말라카 해협을 통과할 때 너무 장애물이 많아 정신없이 레이다를 봤던 경험, 남반구로 내려간 후 돌고래 떼를 처음 보았던 경험, 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느낄 수 있었던 디에고 가르시아라는 남아프리카 주변의 섬에서 생활했던 경험까지 나의 스물한 살 겨울부터 스물두 살 봄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그 일기장에 담겨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군 생활 당시 내가 겪었던 일들, 내가 만난 사람들, 나의 생각과 감정,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다짐 등도 적혀 있었다. 심지어 일기장 뒷면에는 당시 함께 배를 탔던 동료들의 이름과 기수, 고향까지 적혀 있었고, 파병 기간 동안 우리가 정박했던 나라와 항구 이름, 항해 코스 및 총 항해 거리까지 메모가 되어 있었다. 또한 나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 시절의 여러 가지 굵직한 사건들이 나의 시각에 의해 글로 정리되어 있었다.



왜 기록을 해야 하는가


 나의 파병 일기는 향로봉함에서 내려 포항기지대라는 육상 부대로 전출 가며 끝이 났다. 오랜만에 천천히 파병 일기를 읽으며 그때 생각이 나 참 즐거웠다. 조금 유치한 감도 있었지만 당시의 나도 참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도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세상이 나에게 멋진 기회를 주었다는 감사의 마음도 생겼다. 몇몇 페이지는 사진으로 찍어서 향로봉함 468기 동기 단톡방에 올리기도 했다. 동기들로부터 이런 디테일한 것까지 기록했냐며 대박이라는 칭찬까지 들으니 괜히 어깨가 으쓱거렸다.


 한편으로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나의 역사는 2003년 4월에 끝이 났기 때문이다. 포항기지대에 가서도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사건들을 겪었는데 그 기억들이 명확하게 나지 않았다. 특히나 포항에서의 군 생활은 함정 시절과 달리 선임으로서 내면의 갈등이 많았던 시기다. 당시 내가 겪었던 이야기들이 지금 다양한 주제의 글을 쓰는데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게다가 군 제대 이후 나에게 참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나! 왜 나는 그때 이후 기록으로 내 삶을 흔적으로 남길 생각을 못 했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누구보다 재미있게 보냈던 대학 복학  생활, 좌충우돌 교직 적응기, 매년 내 삶의 가장 큰 증인이 되어준 우리 반 학생들, 중국국제학교에서의 파견 근무, 진헌이가 태어났던 순간,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지금의 내 모습까지 모두 내 삶의 중요한 과정들이다.


 올해라도 블로그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로 내 삶을 기록하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목적으로 어떤 글을 쓰든 간에 나의 삶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으로 나의 삶을 남긴다는 것은 나의 이야기가 역사로 남는다는 의미다. 일상에 있었던 일을 기록으로 남긴 나의 글을 보며 2020년의 나는 이런 생각을 했고, 이런 결심을 했으며, 이런 감정을 느꼈구나 하는 사실을 미래의 내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당시 어떤 것들에 관심이 많았고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도 알 수 있다. 현재의 내가 글을 쓰면서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고 다시 미래의 내가 그 글을 읽으며 성장의 시간을 갖는다.


 사실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도 나는 늘 즐거움과 행복을 추구하며 살았다. 나는 누구보다 나 자신을 사랑했다. 매년 새로운 취미 생활을 가지려고 노력했고, 유명한 사람들의 콘서트나 음악회, 미술 전시회 등을 즐기기 위해 애썼다. 새로 출시된 게임은 한번 정도 해보려고 노력했고,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영화나 시청률이 엄청나다는 드라마는 꼭 봐야 직성이 풀렸다. 게다가 올해 초부터 무서운 속도로 그동안 읽지 않았던 책까지 열심히 읽었다. 예전보다 훨씬 더 고상한 독서라는 취미가 생겼지만 근본적으로 나라는 인간이 바뀌지는 않았다. 아무리 힘들게 책을 읽더라도 책을 덮는 순간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독서의 과정 역시 저자가 만든 책이란 콘텐츠를 겪으며 감탄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글쓰기를 통해 내 삶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좋은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든 내 방식으로 다시 풀어쓰려고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곳에 여행을 하고 좋은 콘텐츠를 보고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경험들을 나만의 언어로 다시 기록했다. 그 기록은 다시 나의 자산이 되었다. 앞으로도 내가 만드는 콘텐츠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글을 통한 기록으로 내 삶은 느낌표만 있는 삶에서 물음표도 존재하는 삶으로 바뀔 수 있었다. 사소한 소재에 수준이 떨어지더라도 매일 기록하는 과정은 평범한 내 삶을 비범한 기록으로 만들어 줄 거라 믿는다. 나의 지난 삶을 기록해서 역사로 만드는 것이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다.


 고미숙 선생님은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앞으로 읽는 자와 쓰는 자로 새로운 '계급'이 탄생할 거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는 정규직/비정규직, 노년층/청년층, 상류층/중하층 등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지만, 더 근본적인 장벽은 말하는 자와 듣는 자의 분할이다. 강사는 영원히 강사고, 청중은 영원히 청중이다. (중략) 그렇게 오랫동안 배우고 또 배우는데도 듣는 사람은 계속 듣기만 하고 말하는 사람은 계속 말하기만 한다.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김민식 피디님도 앞으로 세상은 '놀이의 피라미드'라는 새로운 '계급'이 탄생할 거라 예언했다.


 놀이의 피라미드 최상부에는 놀이를 이끌고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페이스북, 유튜브,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이 초기 모델입니다. 그 바로 아래 콘텐츠 창작자들이 있습니다. 대도서관이나 채사장처럼 유튜브나 팟캐스트에서 쌓은 자신만의 브랜드를 통해 콘텐츠 생산자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지요. 그 아래 피라미드 가장 넓은 밑단에는 이들이 만든 놀이를 수동적으로 즐기는 일반 대중이 있습니다.

매일 아침 써 봤니


 왜 누군가는 듣기만 하고 누군가는 말하기만 할까? 왜 누군가는 생산을 하고 누군가는 그 콘텐츠를 소비만 할까? 심지어 고미숙 선생님은 '새로운 계급'이라고 표현했다. 나 역시 항상 듣기만 하고 보기만 하는 사람이었다. 그럼 듣기만 하는 나와 말하기만 하는 강사, 그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글쓰기에 있었다. 듣고 읽고 말하기에서 그치지 않고 쓰기를 향해 방향을 돌리면 그때 비로소 나는 세상을 구경하는 사람에서 벗어나 생산자가 된다. 들으면 전하고, 말하면 듣고, 읽으면 쓴다. 그리고 그 과정의 기본에는 기록이 있다.


 글쓰기는 어렵다. 글쓰기가 얼마나 부담스러운 것인지 예전 학교문집을 만들며 동료 교사들에게 글 청탁을 하며 알았다. 나 역시 매일 어떻게든 1일 1포스팅을 하고 있지만, 블로그에 접속해 백지 같은 창 앞에 앉아야 하는 상황은 늘 두렵다. 그래서인지 글을 써야 하는 타이밍에도 유튜브 영상 보기나 청소와 같은 다른 짓을 자꾸 하려고 한다. 본능적으로 나의 뇌가 저항하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글쓰기가 두려울 것이다. 그래서 우선은 내 삶을 기록할 것을 먼저 제안한다. 나만의 지식, 생각, 노하우, 경험 등으로 세상에 유용함을 전달할 수 있는 생산자가 되기 위한 첫 단계가 바로 기록에 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 들었던 일들, 봤던 일들, 관찰했던 것들 등을 간단하게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매일 기록하기 위해서는 하루하루를 더 많은 것들로 채우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의미 없이 시간 때우는 것을 경계하게 된다. 매일을 마지막 날처럼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갖게 된다. 게다가 단순한 기록이란 점들을 글이란 선으로 연결하기 시작하면 그 기록들에 의미가 부여된다. 내 삶에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나의 내면도 들여다볼 수 있다.


 다음으로 현재 내가 실행하고 있는 몇 가지 기록 방법을 소개할까 한다.



왜 기록을 해야 하는가

하루 동안의 나의 걸음 수, 그리고 달린 기록은 앱을 통해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매일 나의 성장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나의 경우 매일 만 보 이상, 1주일에 4번은 달리기를 하고 있다. 걸음 수와 달린 거리 및 킬로미터 당 걸린 시간 등에 대한 기록이 앱을 통해 저장된다. 짧은 거리를 뛰더라도 항상 나이키 런 앱을 켜고 달린다. 오늘 저녁에 달렸던 그 기록과 달린 장소 또한 나의 역사이다. 나의 블로그 이웃들의 경우 매일 미라클모닝, 다이어트, 운동, 식단관리 등을 SNS를 통해 기록하고 있다. 태제 작가는 매일 수영을 배운 경험을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스무스'라는 책을 냈습니다. 매일 자신의 성장과정을 기록하며 스스로를 '수영을 못하는 사람'에서 '수영을 배울 수 있는 사람'으로 재정의하게 되었죠.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매일 그 성장과정을 기록하는 과정은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어줍니다.

세줄일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 날 특별했던 일들을 기록한다.


 두 번째, 그 날 가장 특별했던 경험 중 하나를 글로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정말 기발하고 재미있는 소설을 읽은 경험을 쓴다. 또는 앞산 야간 산행을 했거나 친구와 맛집에 갔거나 정말 좋은 강연을 유튜브를 통해 보았던 경험을 쓴다. 앞서 이야기했던 이런 일들을 소재로 글로 남기는 것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 약간의 정보를 보태면 그게 바로 포스팅이 된다. 경험을 경험으로 끝내면 소비로 끝이 나지만, 경험을 글로 남기면 생산으로 다시 재탄생한다. 나의 경우 매번 블로그로 글을 쓰기가 힘들어 여러 도구들을 활용한다. '세줄일기' 라는 앱을 통해서 그 날의 인상적이었던 경험, 생각 등과 유튜브를 통해 보았던 강연의 내용일 정리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는 그 날 읽었던 책 구절 중 가장 좋았던 구절이나 책에 대한 단편적인 내 생각을 짧게 기록으로 남긴다. 이런 기록들 중 나만의 에세이로 표현하고 싶은 것은 블로그를 통해 또 다른 기록으로 재생산한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12월 일정을 캡처해 보았다.


 세 번째, 단편적인 사실들을 짧게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팩트 위주로 간단하게 기록한다. 쉽게 말해 다이어리식 메모라 생각하면 된다. 나의 경우 직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모두 수첩에 적는다. 또한 내가 처리했던 일들과 앞으로 해야 할 일들 역시 수첩에 적는다. 그 날 수업 때 무엇을 했는지, 학생들과 상담했던 내용까지 모두 수첩에 적혀있다. 물론 정말 간략하게 적혀있다. 하지만 기록의 힘은 크다. 특히 내가 곤란한 상황이 되었을 때 나의 기록은 큰 힘이 된다. 늘 기록하는 사람은 팩트라는 무기를 갖고 있기에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교직생활을 시작했던 2007년부터 사용했던 교무수첩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다. 또한 중국 생활을 시작했던 2015년 이후 나의 개인적인 스케줄도 모두 휴대폰 앱을 통해 간단하게 기록해 놓는 습관을 갖고 있다. 일정을 클릭하면 정확한 시간과 장소, 함께 했던 사람 등이 메모되어 있다. 그래서 나의 지인들은 과거의 일들을 나에게 자주 물어본다. 내가 기억력이 좋아서가 아니다. 나 역시 스케줄 앱을 통해 그 사건이 언제 일어났는지 알려줄 수 있다. 때로는 키워드와 팩트만으로 큰 기록이 될 수 있다.


평일 아침마다 작성하는 일기


 네 번째, 일기를 쓰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 전 날 한 달 치를 몰아 쓰는 그런 일기는 아니다. 그냥 일상 중 생각했던 것이나 떠올랐던 감정 등을 짧게 글로 남기면 된다. 세줄일기라는 앱이 있어 부담도 덜하다. 하루 일상에 대해 쓰기가 부담스러우면 매일 감사일기를 쓰는 것도 추천한다. 하루 세 가지 감사할 것을 찾아 매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2100년이 되었을 때 나는 어디에 있을까? 아마 세상에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내가 작성한 기록이 그때에도 존재한다면, 또는 누군가가 나에 대해 언급한 기록이 남아 있다면 나는 생산된 콘텐츠로서 2100년에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내가 남긴 기록이 하나도 없다면 내가 이 세상에 살았다는 사실조차 모두에게 잊힐 것이다.


 기록의 힘은 무섭다. 기록이 곧 역사가 되었기에 수많은 권력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록을 남기기 위해 언문을 장악하고자 했다.


 개인에게도 기록은 역사가 될 수 있기에 중요하다. 내 머릿속에만 있는 추억에서 그치지 않고 글로 작성하는 과정을 통해 생각이 정리되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또한 그 글을 나 혼자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상에 공개하면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외적인 자극을 기록으로 남기면 결국 나의 내면이 변하고, 내면의 변화를 다시 글로 남기면 누군가에게 외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한 권의 책이라 생각한다. 나의 이야기는 먼 훗날 사회적으로 성공했을 때 쓰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부터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내 기록은 나의 인생과 역사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지금부터라도 기록을 통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나만의 역사를 써내려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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