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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Jan 10. 2021

내가 책을 읽는 이유

2020년 읽은 책들을 되돌아보며

대략 작년에 읽었던 책들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책을 읽은 시기가 언제였을까? 조금은 아득하게 느껴지는 군 생활을 했던 시기였다. 2003년 5월 어느 날, 파병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해상 부대인 향로봉함에서 육상 부대인 포항기지대로 전출을 가게 되었다. 포항기지대에는 장병들을 위한 복지 시설로 PC실과 독서실이 있었다. PC의 사양이 매우 낮았지만 국민게임이었던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당시 상병 5호봉이었던 나는 병장들이 가득했던 PC실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일과 후나 주말에 내무반에 계속 있기에는 불편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하루 중 얼마 되지 않는 자유시간을 독서실에서 보내게 되었다. 말이 독서실이지 그냥 일반 내무반에 책장과 책상, 의자 몇 개를 가져다 둔 정도라 시설은 열악했다. 그래도 나는 독서실 공간을 아꼈다. 특히 오래된 책들에서 나는 특유의 그 냄새가 좋았다. 창이 커 햇볕도 따스하게 잘 들어왔고, 나무 책상의 촉감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동료들이 이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간혹 후임병에게 기합을 줄 때 사용될 정도로 독서실은 장병들에게 철저히 외면을 당했던 공간이었다. 독서실은 나 혼자만의 공간이 되었다.



 독서실 빈 의자 위에 앉아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을 보았다. 이곳에서 신간은 기대할 수 없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제법 많은 책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1년 정도 군 생활이 남아 있던 나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 목표는 이곳에 있는 모든 책을 다 읽고 가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군인이었고, 업무로 인해 넉넉하게 독서시간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매일 주어지는 취침 전 10시부터 11시까지의 자유시간 동안만이라도 독서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후 병장 4호봉이 되면서 주말 시간 전체를 자유 시간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경계근무에서 실내 당직 근무로 보직이 변경되면서 평일에도 책을 읽을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제대하는 날 수첩에 적혀 있던 읽은 책 목록을 보니 정확히 100권이었다. 부대 내 독서실에 있는 모든 책을 읽겠다는 목표는 달성할 수 없었지만, 대략 2~3일에 한 권 꼴로 책을 읽은 것이다. 책 목록을 보며 제대 후 복학 생활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다.



 복학도 하기 전에 여름 계절 학기를 신청했다. 군 입대 전 망쳐놓은 학점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복학 전 여름 방학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해 여름 D- 성적을 받은 과목이었던 '문화인류학의 이해'와 '교양한문'과 함께 했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나는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에 정신없었다. 역시 세상에는 재미난 것이 너무 많았다. 또한 학교라는 장소와 복학생이라는 나의 시간 속에서 해야 할 과제들도 산재해 있었다. 자연스럽게 책은 내 삶에서 크게 뒷전으로 미루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점 취득과 시험 합격을 위한 독서만이 존재하게 되었다. 교사가 된 이후에도 취미 생활로 독서는 크게 즐기지 않았다. 심지어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해도 있었다.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


 30대의 끝자락이었던 2020년은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지배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2020년은 자기혁명의 시작이었던 해로 더 의미가 깊다. 자기혁명은 하루라는 시간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된다. 오늘 주어진 24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 어제와 다른 오늘을 창조해가는 것, 어제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이 바로 자기혁명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은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사실 그대로다. 그러다 보니 일상에 잠식되어 무덤덤하고 무감각하게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일상에 나의 영혼을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매일이 새로워야 한다. 나의 하루를 새롭게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탐구해 나가는 것이다. 자발적인 학습자로서 살아가는 길이 자기혁명의 길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길이다. 그래서 나는 2020년 제대로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독서가 습관화가 되지 않은 나로서는 독서를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일단 읽을 책이 필요했다. 다행히 책 선정은 힘들지 않았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여러 권의 책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따라 나왔다. 저자가 책을 쓰기 위해 참고하고 인용했던 책들이나 저자가 추천하는 책들을 2020년 독서 목록에 꼬박꼬박 메모했다. 1주일에 한두 번은 중고서점에 가 책을 구입했다. 구입한 책은 집 여기저기에 배치했다. 어느 장소에 가든 쉽게 책에 손이 가도록 해두었다. 책장뿐만 아니라 책상, 컴퓨터 책상, 침대, 소파, 화장실 등에도 책을 두었다. 독서에 방해가 될 수 있는 텔레비전이나 게임 등은 과감히 접었다. 



 환경을 만든 다음에는 독서에 재미를 붙이려고 노력했다. 몇 페이지 읽다가 어렵거나 재미가 없다고 느껴지는 책은 바로 덮었다.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싶지는 않았다. 또한 독서를 숙제처럼 받아들여 스스로에게 스트레스 주고 싶지 않았다. 편안한 마음으로 아직 이 책을 만날 시기가 아닌가 봐 라고 생각했다. 당시 흥미를 못 느꼈던 책을 몇 주 지난 후에 다시 보았을 때 술술 읽히는 경우도 있었다. 올해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제현주 작가의 '일하는 마음'이다. 여러 책에서 인용되었던 적이 있는지라 올해 초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기 전에 저자 소개와 프롤로그를 읽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했고, 뭔가 잘난 체 한다는 느낌이 들어 책을 읽고 싶지 않았다. 12월에 다시 방문한 서점에서 해당 책의 목차와 프롤로그를 읽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책과 대화를 하고 싶어 졌고,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부분은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1년 동안 워낙 많은 자기 계발 서적을 읽어 책 내용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반드시 책은 처음부터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버렸다. 때로는 목차들 중에 더 재미있어 보이는 것부터 읽기도 했고, 여러 권의 책을 번갈아 가며 보기도 했다. 소설의 경우 어느 정도는 순서에 맞춰 읽어야 했지만, 인문서적이나 수필의 경우 읽고 싶은 파트부터 읽었다. 소설 역시 두 번째로 읽을 때는 결말 부분을 다시 읽고 처음부터 되돌아가며 읽는 것으로 서사 구조가 주는 재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독서가 습관이 되다 보니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스스로 책을 읽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직장에서도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책을 끄집어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 스마트폰 대신 책을 꺼냈다. 자주는 아니지만 올해 커피숍에서도 몇 번 책을 읽기도 했다. 집에서도 아이가 낮잠을 자 조금의 여유가 생기면 책부터 찾았다. 처음에는 직장 동료들도 낯설어 하다가 이제는 틈이 날 때마다 책을 읽는 나의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교실에 가야 할 일이 잦았는데 그때마다 항상 읽을 책을 들고 들어갔다. 아이들도 나를 책 읽는 선생님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나는 어느덧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으며, 그런 변화는 내가 진심으로 원했기에 마음에 들었다. 언젠가 장기 투숙을 해야 하는 출장을 가야 할 상황(임용고사 채점, 검정고시 출제 등)이 생긴다면 읽고 싶은 책들을 모조리 챙겨갈 것이다. 아니, 장기 출장의 기회까지 생각할 것도 없이 아내가 허락해 준다면 겨울 휴가 중 하루는 온전히 책만 읽는 시간으로 채우고 싶다. 





책을 읽는 목적이 뭐지?



 책을 읽는 사람이 되고 난 다음에 직면하게 된 질문이다. 왜 책을 읽지. 내가 책을 읽는 목적이 뭘까. 어쩌면 올해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작년부터 내가 꿈꿔온 자기혁명은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의 어제와 싸워 이기는 것이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고 싶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통해 새로운 '나'가 되고 싶었다. 긴장되고 피곤한 다른 사람과의 경쟁을 멀리하고, 즐거운 나 자신과의 경쟁을 통해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게다가 나 자신과의 경쟁은 스스로 나의 삶을 돌보고 있다는 위안을 주며 이를 통해 자존감도 상승시킨다. 그런 나와의 경쟁을 통해 꾸준히 성장하고 변화시키는 데 책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가장 큰 경험이 누군가와의 만남이다. '나'가 누구인지 알고 싶으면 주변 사람들을 보면 된다. '나'의 주변 사람들 중에 독서를 취미로 삼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내 주변에는 골프와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나의 삶은 내가 만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다. 그들을 통해 '나'라는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당장 나의 주변 사람들을 바꿀 수는 없었다. 대신 책을 통해 저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책을 쓴 저자들은 99프로의 확률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대개 책을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 비록 대면한 적은 없지만 블로그 이웃들도 나의 독서 욕구에 긍정적인 힘을 보태주었다. 지속적으로 책 리뷰를 올리는 이웃들과 교류하며 나도 책 읽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다질 수 있었다. 이제 내 주변에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프란츠 카프카는 '독서는 마음속에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난 후에 내 생각이나 태도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독서의 의미가 없다. 독서는 삶에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최고의 도구이다. 독서를 통해 인생과 세상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 있다. 읽는 행위 그 자체는 의미가 없다. 단순히 지식, 정보를 얻고자 책을 읽는 행위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지식, 정보를 얻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읽고 있는 한 권의 책이 내 삶을 바꿔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책을 읽는다.



 올해 읽은 '매일 한번 써봤니'가 나의 얼음을 깨 준 대표적인 책이다. 글쓰기는 누구나 부담스러워하고 하기 싫어하는 일이다. 독서보다 몇 배는 더 고되다. 고도의 집중력과 긴장감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책을 읽으며 내심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였다. 설마 이 책을 읽고 내가 글을 쓰겠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라는 두려움과 나도 매일 글을 쓰는 삶을 살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설렘을 함께 느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잘못 걸렸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나는 뭐라도 글을 통해 내 생각과 인생을 끄적이는 삶을 살 수밖에 없구나 하는 깨달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나는 다른 사람이었다. 책을 덮고 몇 년 만에 네이버에 로그인을 했으며 '영천소년의 자기혁명'이라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날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기 위한 독서



 얼어붙은 바다를 깨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독을 해야 한다. 나의 독해 능력에 맞춰서 한 문장씩 정성껏 읽었다. 그리고 내 마음속 얼음을 깨는 도끼가 무엇인지 찾으려면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야 한다. 독서를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에 가장 먼저 올해 100권 이상의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소한 22살의 나를 넘어서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권수에 대한 목표의식은 마음속에서 지웠다. 몇 권의 책을 읽겠다는 목표의식도 좋지만,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고 싶었다. 인풋보다 아웃풋이 중요했다. 



 성실하게 정독으로 책을 읽었음에도 며칠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책으로부터 무엇을 얻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렴풋이 내용이 기억나는 정도였고, 그것조차도 1주일이 지나면 까마득히 잊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 번 읽으면서 책에 밑줄도 긋고 메모도 하게 되었다. 책상 위에는 항상 노트를 둬 책 속 문장을 필사하며 읽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나의 언어로 서평을 쓰고 나면 책을 통해 내가 알게 된 것과 새롭게 얻게 된 습관이나 태도 등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이유가 추가되었다. 바로 글을 쓰기 위해서다. 사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도 소비자의 역할에 국한된다. 이제는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서의 삶을 꿈꾼다. 생산자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언어로 이루어진 책을 읽는 과정 속에서 내 머릿속은 언어로 풍부해진다. 책을 통해 얻게 된 수많은 언어들이 자기들끼리 부딪치며 새로운 발상과 생각들을 창조할 수 있다. 독서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찾게 되고,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찾게 된다. 글을 통해 얻게 된 것들이 내 머릿속을 꽉 채웠을 때 비우는 작업도 필요하다.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서는 써야 한다. 쓰고 나면 비워지고 다시 채우기 위해 책을 읽는다. 독서와 글쓰기는 선순환 관계이다.



 글쓰기 못지않게 책을 씹어 먹을 수 있는 노하우가 또 있다. 바로 독서 토론이다.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 공부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작년 가을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모임을 직접 만들었다. 예전에 독서를 싫어했던 내가 독서모임을 만들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것도 나름 책에 일가견이 있고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난 국어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나는 동 교과 선생님들이 가장 무섭다. 내가 동료 교사로서 별 볼 일 없음이 드러날까 봐 두렵다. 하지만 두려운 마음에 새로운 시도를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어릴 때 국어교사로서 나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퇴직할 때까지 있는 척할 수는 없으니깐 말이다. 확실히 독서와 독서토론을 통해 확실히 나는 단단해졌다. 그리고 온라인 모임이지만 변실모 책 수다방에도 용기를 내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학교 교사가 아닌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분들과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은 나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독서모임을 준비하는 과정은 내가 읽은 책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2021년에도 독서모임은 내 일상에서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공감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독서



 예전에 아내에게 들었던 말들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말을 소개할까 한다. "오빠는 정말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야."라는 말. 올해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보며 아내가 또 한 마디 해주었다. "소설 대신 인문서적만 읽으니 공감능력이 떨어지지. 소설 좀 읽어."



 제레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라는 책에서 경쟁의 문명에서 공감의 문명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단순 업무는 로봇과 AI가 대신해 준다. 인간에게 주어진 일은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고차원적인 업무이다. 앞으로 협업 능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협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소통 능력이 필수이다. 소통은 공감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잘할 수 있다. 공감 능력 역시 타고난 것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키울 수 있는 역량이다. 



 아내의 말을 들은 후 소설책을 찾기 시작했다. 올해 '칼의 노래', '살인자의 기억법', '산자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피프티피플', '소설보다 가을', '백야'까지 총 7편의 소설을 읽었다. 물론 일 때문에 읽은 한국현대소설들도 다수 있다. 소설을 읽으며 전체적인 줄거리보다 그 상황에서 인물의 심리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소설 속 인물을 공감하려 애썼다. 왜 그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나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등의 질문을 통해 상대를 공감하고 나를 이해하는 공부를 했다. 



 또한 꼭 소설이 아니더라도 수필을 통해서도 다양한 세상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마흔에게', '언어의 온도',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한 공기의 사랑 치유의 인문학', '임계장 이야기',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와 같은 책은 타인과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훨씬 높여준 책들이다. 좋은 책을 통해 타인과 세상에 대해 당연하다고 여겼던 나의 편견을 깨 주고, 더 나은 소통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이란 대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변화의 주체인 '나'다



 우리는 보통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명언을 들으며 자라왔다. 하지만 책이 사람을 변하게 만들지 않는다. 예전의 나였으면 '매일 아침 써봤니, 미라클모닝,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백만장자 시크릿, 굿바이 게으름, 새로운 생각은 받아들이는 힘에서 온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퇴사 말고 휴직, 스몰 스텝, 여덟 단어, 걷는 사람, 메모 습관의 힘, 타이탄의 도구들, 에고라는 적, 행복의 기원,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등과 같은 책을 읽어도 큰 변화 없이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마흔을 앞두고 누구보다 뜨겁게 변화를 갈망했기에 운명적으로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었고 변할 수 있었다.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만이 책을 통해 성장할 수 있고 변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하나의 좋은 습관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도 책에서 배운 것을 하나라도 기억하고 실천하고 습관으로 만들어 나의 삶을 바꾼다는 마음가짐으로 책을 읽는다. 오늘 읽은 책의 한 구절이 훗날 내가 쓰는 글의 자양분이 되기를 기대하며 책을 읽는다. 오늘 읽은 책 속 인물의 삶을 반추하며 내 주변 사람들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며 책을 읽는다. 



 어제 독서모임에서 각자가 기대하는 노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질문을 들었을 때 나이가 들어서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책을 읽는 즐거움을 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어느 정도 완성하고 다시 읽어 보니 무언가 책의 효용성에 대한 내용으로만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독서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책을 읽는 나의 하루가 풍요롭고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내일 퇴근 후 들를 알라딘 중고서점 동대구역 점에서는 또 어떤 책들을 만날지 기대가 된다. 이제는 책 없는 나의 일상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앞으로 안구 관리를 더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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