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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Jan 27. 2021

미래 사회에도 사랑은 필수다

어떤 상황에서든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

픽사베이



매일 한 편씩 세바시 영상을 보다 보니 더 이상 볼 영상이 없었다. 시청하는 속도가 콘텐츠 만드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니 말이다. 그럼에도 유튜브에서 '세바시'라고 검색을 한 후 천천히 업로드된 영상 목록들을 살펴보다 아직 시청하지 않은 영상을 오늘 발견했다. 5개월 전에 업로드된 임경선 작가의 '사랑 이야기가 매혹적인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워낙 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 편이라 임경선 작가의 작품은 사실 아는 게 없다. 그나마 꼬꼬독에서 알게 되었고 요조 님과 공동 저술한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정도의 책만 알고 있었다.



사실 예전에 세바시 채널에서 이 영상 제목을 보았더라도 '사랑'이라는 주제 때문에 클릭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세바시 영상을 보는 가장 큰 이유가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인데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는 이미 기혼인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즘 베스트셀러를 보더라도 자기계발, 인문학, 경제, 재테크, 인간관계 관련 책이 많지 사랑을 다룬 시나 소설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꼭 대놓고 위기와 역경을 극복한 스토리 외에도 내 삶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는 이야기도 성장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소설가가 말하는 '사랑'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게다가 지금은 사랑과 같은 낭만보다는 안전이라는 현실이 더 중요시되는 시대이다. 바이러스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피해야 한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이때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안전을 지향하는 경향이 더 커진다. 나 역시 코로나 이전에도 나이가 들수록 편한 사람들만 만나려는 경향이 있었다. 심지어 술은 철저히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과 먹었다. 사는 것이 점점 각박해지다 보니 사람 대신에 반려동물에 집착한다든지 직접 사랑하려고 하기보다 타인의 사랑을 지켜보며 대리만족하고 간섭을 하는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다.



그럼에도 임경선 작가는 꾸준히 현대인의 사랑 이야기를 소설로 써 왔다고 한다. 왜냐하면 여전히 사랑 이야기가 소설에서 다룰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영상을 보고 왜 사랑을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나의 글이 사랑을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누군가의 얼음을 깨어줄 도끼가 되기를 바란다.




사랑 이야기가 매혹적인 이유



그녀는 사랑 이야기가 매혹적인 이유를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해 주었다.



첫 번째 사랑은 '비논리적'이다. 나의 경험을 잠시 이야기하자면, 나는 중국으로 떠나기 전 33살까지 대략 백 번 정도의 소개팅을 했던 듯하다. 당시 부모님의 결혼 압박이 은근히 있었다. 그중에 연애까지 이어진 경우도 드물지만 연인이 되더라도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당연히 주선자 입장에서 충분히 괜찮고, 나에게 과분한 사람들을 소개해 주었다. (소개팅 상대의 97프로가 초중등 교사였다.) 하지만 노력을 통해 '친밀감', '책임감'이란 감정은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열정'이란 감정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동생이 먼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중국으로 훌쩍 떠날 수 있었다. 중국 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면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지만 결혼은 인생의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마음으로 한국을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두 달 뒤에 결혼했다.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당신 역시 논리적으로 사랑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가?



두 번째 사랑은 '복잡'하다.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가 있다. '사랑'의 감정이 훨씬 복잡하다. 사랑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다. '희로애락' 사이에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말 다양한 감정들이 촘촘히 들어가 있다. 때로는 '설렘'으로 심장이 터저버릴 것 같고, '의심과 질투'로 위장이 뒤집히기도 하고, 상대를 잃을 것 같은 '두려움'에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사랑은 평생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나는 스무 살 때 강제로 미라클모닝을 한 적이 있었다. 좋아했던 여학생이 하필이면 아침 7시 30분에 등교를 하는 엄청난 루틴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아침 일찍 그 여학생을 만나 관심을 끌기 위해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났어야만 했다. 대학생이 새벽 6시 기상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것도 군 입대 전 철없던 스무 살 시절 때? 그런데 당시에도 새벽 기상은 가능했다. 전 날 술을 많이 마신 날도 새벽 6시가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그리고 중국에서 아내와 연애할 때 딱 한 번 싸운 적이 있다. 하필이면 싸우고 난 후 화해할 틈도 없이 아내가 일 때문에 한국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아무리 연락을 해도 전화를 받지도 않고, 답장도 오지 않았다. 혹시라도 헤어지게 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잠을 자지 못했다. 혹시 답장이 올까 봐 휴대폰만 쳐다보며 밤을 새웠던 기억이 난다. 당시 두려움과 공포의 기억을 내가 그 사람을 많이 좋아하고 보고 싶어 한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였다.



세 번째 사랑은 '비일상적'이다. 사랑은 우리의 일상을 비일상으로 바꾸어 준다. 평소 아무 감흥 없이 혼자서 집을 향해 갔던 길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손을 잡고 걸으면 구름 위를 떠다니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냥 멜로디 좋다 하면서 들었던 윤종신의 '환생'도 사랑에 빠지는 순간 모두 나의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요즘 노래로 예시를 들고 싶었지만 아직도 저에게 사랑에 빠진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한 노래는 '환생'이라서^^;;)


중국에서 아내와 사귄 지 반년 즈음 되었을 때 아내가 상의할 것이 있다며 말을 끄집어 냈다. 내년에는 더 이상 심양에 있지 않으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가든지 중국 다른 지역으로 직장을 옮기겠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나에게 물어봤다.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것보다는 같은 중국 안에서 따로 지내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싶어 다른 지역으로 이직하는데 한 표를 던졌다. 그녀는 다음 해 중국 연길로 근무지를 옮겼다. 나는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기차를 타고 심양에서 연길로 향했다. 심양에서 연길은 대략 700킬로가 조금 넘는 거리다. 고속철을 타더라도 4시간 넘게 걸린다. 참고로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400킬로 정도 된다. 그나마 심양과 연길은 중국에서는 이웃 도시(요녕성과 길림성) 수준이다. 대륙이 참 크기는 크더라. 한 번은 토요일에 학교 행사가 있어서 연길에 못 가게 된 적이 있다. 일요일 아침이 되었는데 그냥 그녀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날 나의 일상은 심양에서 이루어져야 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일상을 거부했다. 그래서 바로 기차역으로 달려갔고 당일치기로 무작정 연길로 떠났다. 그녀와 잠시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선택하기 위해 9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당일치기 왕복으로 먼 곳까지 갔지만 그 여정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토요일에도 출근해야 했던 일정의 피곤함을 상쾌함으로 바꿔 주었다. '사랑한다'는 '보고 싶다'라는 말과 동의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영상 덕분에 예전의 열정적이었던 나의 모습을 추억할 수 있었다. 결혼을 했고 5살 아들을 두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 아내와 아들에 대한 나의 사랑은 항상 일상을 공유하기 때문에 비논리적이고 복잡하며 비일상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아침마다 얼굴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가족에게도 때로는 낯섦이 필요하다.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그들을 대할 필요가 있다. 그럼 당연히 아내에 대해 모두 안다고 생각했던 것도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기혼자의 사랑도 때로는 비논리적이고 복잡하고 비일상적일 필요가 있다. 그것이 평생 나와 함께 하겠다고 선택을 했고 결혼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상대에 대한 배려이다.




우리가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



사랑에는 악역이 없다. 임경선 작가의 소설에도 악역이 없다고 한다. 사랑에는 악역이 없다는 그녀의 가치관 때문이다. 사랑의 과정에는 저마다의 입장 차이가 있을 뿐이다.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 이별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서 어떤 상처나 고통이 있더라도 누구의 잘못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사랑에 있어 굳이 나쁘고 불손한 게 있다면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상대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하게 하는 것, 야비하게 도망가거나 변명하는 것, 이별 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상대를 비난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사실 위의 나쁜 사례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사랑이 없으면 안전하고 평화롭다. 사랑은 기쁨과 즐거움뿐만 아니라 슬픔과 분노도 함께 주기 때문이다. 또한 거대한 책임까지 부여한다. 게다가 지금은 사랑을 장려하기보다 사랑하기 참 어렵고 사랑에 가혹한 시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을 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기적을 기꺼이 받아들였으면 한다.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도망치기보다는 누군가 진심을 다해 나에게 다가왔을 때 아낌없이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랑 이야기가 우리 세상에 훨씬 더 많았으면 한다.



사랑을 권하는 이유는 사랑을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훨씬 풍성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사랑을 하는 게 더 이득이다. 주 중에 직장에서 격무로 인해 지친 한 사람이 있다. 주말 내내 집에서 편안하게 누워 있는 것이 그에게 가장 효과적인 휴식일까? 물론 하루 종일 집에서 누워있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아니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피곤함과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하는 데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가 갖는 피곤함과 부정적인 감정은 대부분 사람과의 관계 때문이다. 감정 노동으로 인해 쌓인 부정적 감정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풀어야 한다. 직장에서 나는 금요일 정시 퇴근 이후 바로 천안 가는 기차를 탑승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어느 부장 선생님께서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왜 그렇게 사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심지어 어느 동료는 눈이 심하게 내려서 천안까지 갈 수 있겠느냐고 짓궂게 묻기도 했다. 매주 주말마다 남편인 내가 이동해야 하는 사실이 그들에게는 안타깝게 보였던 듯하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에 눈이 내려 기찻길이 막히면 걸어서라도 천안에 갈 거라고 답했다. 그만큼 주말에 사랑하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보다 더 나에게 힐링이 되는 시간은 없기 때문이다. 육아와 가사 업무가 쌓여 있는 그곳으로 가고 싶다. 그곳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주중 업무로 인해 지쳤고, 퇴근 이후 천안까지 먼 길을 가느라 피곤해 쩔어 있었지만 퇴근 후 만난 아내에게 세상 누구보다 다정하게 말할 수 있고, 아들에게 큰 소리로 "아빠 왔다."라고 외칠 수 있는 게 사랑이다. 추운 겨울 날씨에 내 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라면 국물과 같은 뜨거운 사랑이다.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앞서 자기계발을 통한 성장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사실 연애만큼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다. 아무리 어떤 분야에서 완벽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도 그 분야를 벗어나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다. 불완전한 내가 불완전한 다른 누군가를 만나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이별하는 것만큼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 있을까?



김민식 피디 역시 그의 저서와 강연에서 '예측할 수 없는 변화로 가득 찰 4차 산업혁명의 인재가 되는 방법으로 독서, 여행, 연애 이 세 가지들을 말씀하셨다. 연인을 만나야 진짜 나의 밑바닥까지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친구나 동료 앞에서 우리는 가면을 쓰고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연인은 다르다. 연인을 만나면 내가 어디까지 멋지게 변할 수 있고,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 자체가 변화로 가득한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줄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도전에는 실패란 없다. 성공과 성장만 있을 뿐이다. 사랑, 연애, 결혼도 마찬가지다.



젊음이 주는 특권인 사랑을 상처받기 싫다는 이유로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 역시 아내와 아들을 사랑하는 과정을 통해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나의 '성장'을 도모하고 싶다. 무엇보다 뜨겁게 그들을 사랑함으로써 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여전히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https://youtu.be/LCcqKrAJd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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