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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Apr 26. 2021

JYP와 KOBE에게 배우는 삶의 태도

고등학교 진로 시간 이야기

[포토] 코비 브라이언트 '아름다운 점프 슛' (chosun.com) / [포토] 박진영 ´무대를 들었다 놨다´ - 일간스포츠 (joins.com)


 작년부터 블로그와 브런치를 통해 글을 쓰고 있다. 어느새 매일 1편씩 글을 올린 것이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 최근에 슬럼프가 왔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는데 자괴감에 빠졌다. 특히 나보다 늦게 블로그를 시작했음에도 빼어난 필력을 자랑하는 이웃의 글을 보고 말이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가장 어리석은 행위라고 많은 책에서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서 과거의 나 자신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작년 4월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며 썼던 글과 최근의 글을 비교했을 때 그렇게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했던 것들이 보잘것없게 느껴졌다. 우연히 그때 JYP 박진영 씨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박진영 씨의 꾸준한 자기 계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너무 서둘렀다는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다. 오늘은 우연히 유튜브 영상에서 만난 JYP와 나의 롤 모델인 KOBE로부터의 배운 삶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50살의 나이에 아이돌과 함께 무대를 꾸며도 위화감이 없다, JYP


 요즘 유일하게 즐겨 보는 예능 프로 바로 유재석, 조세호 님이 진행하는 신개념 토크쇼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다. 최근에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인 '아이유'가 출연했다고 해서 직접 검색을 통해 찾아봤다. 아이유 편을 보고 창을 닫으려고 하는데 연관 검색으로 '박진영' 출연 편이 함께 뜨는 것이다. 작년에 JYP 주식으로 작은 재미를 봤던 것이 기억이 나 반가운 마음에 박진영 편까지 이어서 봤다. 가벼운 마음으로 본 예능 프로였지만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거웠다. 박진영이 들려준 자기 관리 이야기를 진로 시간 학생들에게 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한민국에서 '박진영'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는 성공한 가수이자 프로듀서, 작곡가이다. 또한 그는 JYP의 수장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보유한 JYP 주식의 가치만 1천5백억 원이 넘는다. 저작권료만으로도 그가 벌어들이는 수익 역서 어마어마하다. 어느새 지천명이 된 그는 그동안 너무도 많은 것을 이루었다. 이제는 남은 생을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성과들을 추억하며 조금은 더 편하게 보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의 일상은 지금도 전혀 편하지 않다. 그가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죽겠다"와 "배고파"라고 한다. 그는 하루 20시간을 금식하는 간헐적 단식을 1주일에 절반 이상 실천한다. 당연히 자기도 모르게 배고프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매일 아침마다 입에 단내가 나도록 운동을 한다고 한다. 아침 운동마다 그의 입에서는 본능적으로 "죽겠다"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엄청난 자산가이자 한 분야의 대가가 된 그는 왜 여전히 단식과 운동으로 일상을 고달프게 보낼까? 단식과 운동뿐만 아니라 매일 아침 기본적인 발성과 춤 동작 연습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또한 소속사 가수들의 노래와 안무 창작을 하며 바쁘게 산다. 본인 역시 1년에 한 번은 활동을 하기 위해 가수로서 무대 준비도 하고 있다. 누군가 그를 보면서 인생을 왜 그리 빡빡하게 사냐고 타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행복해 보인다. 텔레비전 속 그의 표정을 보면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다.



 그가 매일 지루하지만 반복되는 루틴을 기꺼이 해낼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꿈 때문이다. 그의 꿈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잘하는 것이다. 그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목표로 사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고 성공을 거두었고 자본주의 세상은 '돈'으로 화답했을 뿐이다. 그의 꿈은 여전히 무대에 서는 것이고, 그것이 그에게 최고의 행복이다. 댄스 가수로서 무대를 즐기면서, 무대에서 자신이 내고 싶은 목소리를 내고,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춤 동작을 해내기 위해 오늘도 그는 단식을 하고 운동을 하고 기초 발성 연습을 한다. 그는 무대에 서야 행복하고 무대를 위해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도 단 한 번의 그 무대를 위해 기꺼이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은퇴 경기까지도 나답게 플레이했다, Kobe Bryant



 2008년 전 세계에서 가장 농구를 잘하는 선수가 누구냐고 물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코비 브라이언트'라고 답했을 것이다. 2008년 그는 세계 최고의 농구 선수들만이 모여 있는 NBA 리그에서 가장 가치가 뛰어난 선수에게 수여하는 MVP를 수상했다. 그리고 그해 베이징 올림픽에 미국 국가대표 팀으로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NBA 결승전에서 보스턴 셀틱스에 패해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보스턴에는 케빈 가넷, 폴 피어스, 레이 앨런이라는 명예의 전당 급 선수 세 명이 뛰고 있었다. (그리고 이후에 보스턴을 꺾고 파이널 우승까지 차지한다.) 다시 그 시기를 떠올려 보아도 당시 세계 최고의 농구 선수는 서른 살의 코비였다.



 한편 전 NBA 성과 코치였던 앨런 스테인 주니어는 전성기를 달리던 서른 살 코비 브라이언트의 기술 아카데미 행사에 스태프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는 세계 최고 선수의 훈련 장면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어 코비에게 훈련 참관을 요청했다. 코비는 흔쾌히 참관을 허락하며 다음 날 새벽 4시에 체육관으로 오면 된다고 일러주었다. 그는 코비보다 먼저 체육관에 도착하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3시 30분에 체육관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미 체육관 안의 불은 켜져 있었고, 코비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의 훈련 내용이었다. 세계 최고의 농구 선수는 새벽 내내 기본적인 볼 핸들링, 기본적인 풋워크, 기본적인 공격과 수비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훗날 앨런 스테인 주니어는 '승리하는 습관'이란 책에서 코비와의 일화를 책에 수록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20년 동안 NBA 선수로 뛰면서 정말 많은 클러치 슛을 성공시켰다. 특히 극적인 상황에서 믿을 수 없는 슛 성공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고는 했다. 그가 수비수의 거친 방해 동작을 뚫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압박을 이겨내고 결정적인 슛을 넣을 수 있었던 비결은 지루하면서도 단순한 동작에 싫증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본 동작은 누구에게나 간단하다. 하지만 지루하다. 그래서 기본 동작을 익히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영광의 순간들만을 기억한다. 반면에 그가 선수 생활 내내 새벽에 일어나 풋워크와 같은 기본적인 동작을 매일 연습했음은 기억하지 못한다. 코비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농구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농구라는 게임에서 이기기를 바랐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농구를 오랫동안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뛰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연습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는 지루한 연습을 매일 꾸준히 실행함으로써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은퇴 경기까지 상대 팀을 대상으로 60점을 폭격하며 끝까지 코비 브라이언트답게 선수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두 거장에게 배우는 삶의 태도



 최근에 친한 형이 뒤늦게 골프를 시작했다. 형은 오랫동안 취미생활로 골프를 즐기고 싶어 했다. 그런 형에게 기본에 충실하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앞으로 1년 동안은 스크린이든 필드든 골프 경기에 참가하는 것은 지양하고, 따분하더라도 빈 스윙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그가 남은 40년을 더 재미있게 골프라는 운동을 즐기기 위해 첫 1년 동안의 지루한 빈 스윙 과정을 통해 멋진 폼을 만들기를 바랐다. 마지막으로 나 같은 골프 유저가 되지 말라는 말도 함께해 주었다. 나의 경우 골프채를 놓은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골프보다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독서나 글쓰기 및 달리기라는 새로운 취미를 찾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나의 골프 실력이 늘지 않아서이다. 나 역시 골프를 처음 배웠을 때는 똑딱이 동작부터 연습을 했다. 코치 님의 지도에 따라 공을 때리지도 못하고 빈 스윙만 며칠 동안 연습했다. 너무 지루한 나머지 코치가 보지 않을 때 공을 놓고 때리기 시작했다. 빨리 게임에 참가하고 싶어 제대로 스윙을 배우지 않았음에도 드라이버를 휘두르며 동료들과 스크린골프 게임에 참가했다. 공을 있는 힘껏 때리려고 욕심을 내다보니 나의 폼은 이상해졌고, 어느 순간 실력의 정체기가 왔으며, 더 이상 성장하지 못했다. 나보다 늦게 골프를 시작했던 사람들이 나보다 더 잘 치게 되니 자연스럽게 골프랑 멀어지게 되었다.



 만약 내가 골프를 정말 좋아하고 오랜 기간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부터라도 다시 빈 스윙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나의 단 하나의 목표가 '골프'는 아니다. 불혹이 된 지금 내가 좋아하며 가치가 있고 내 삶을 바칠만한 것을 찾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오랜 시간 동안 즐기며 더 잘하고 싶다. 지금 나에게 그것은 글을 쓰는 것이다. 지금은 '나'의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너'와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마흔 살인 지금보다 쉰 살에 훨씬 더 나은 글을 쓰고 싶고, 쉰 살보다 환갑 때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이런 바람을 블로그를 통해 자주 끄적이지만 사실 나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 얼마 전에도 다른 사람이 쓴 글과 나의 글을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졌다. 또한 1년 전 글과 지금 현재의 글에서 성장을 찾아볼 수가 없어 또다시 좌절했다. 이런 경험들은 글쓰기에 대한 나의 자신감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오늘 자신감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코비와 박진영의 삶을 글로 작성하며 자신감의 비결을 알게 되었다. 코비는 신인 주제에 플레이오프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선배들을 대신해 클러치 샷을 여러 번 던졌고, 그가 던진 공은 링을 맞추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는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만했고 또다시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슛을 던졌다. 박진영 역시 범상치 않은 외모로 가수로 데뷔하고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타인들의 평가와 시선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금도 회자되는 비닐 옷을 착용한 후 댄스곡 '날 떠나지 마'를 불렀다. 50대가 된 지금도 그는 여전히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두 사람이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매일 아침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비결이 남들보다 훨씬 강한 의지력을 지녔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을 오랫동안 즐기고 더 잘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 또한 멋진 글을 위해서는 멋진 삶이 필요하다. 하지만 좋고 멋진 삶은 하루 만에 완성되지 않는다.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멋진 삶을 살기 위해서는 꾸준히 실천하는 하루하루가 필요함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잠시 잊고 있던 그 비결을 오늘 두 사람을 통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제 여러분에게 묻는다. 어떤 삶이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인가? 인생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잘하기 위해 지루한 과정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멋진 삶이 아닐까? 박진영이 자신이 사랑하는 무대를 꾸미고, 코비 브라이언트가 본인이 사랑하는 코트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하루하루 과정에 집중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과정에 집중하면 자신감뿐만 아니라 자존감과 행복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다시 한번 묻겠다.



'지루하고 따분한 루틴을 기꺼이 받아들일 만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위해 지금 나는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가?'



 나는 여러분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기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해 살기를 바란다.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을 찾아서
그 일을 수행할 기회를 잡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을 여는 열쇠다.

존 듀이, 민주주의와 교육



* 제가 진로 수업 시간에 만나는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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