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천소년 Apr 17. 2021

두려움은 성장과 행복을 위한 기회다

두려움이 지니는 긍정의 신호


 누구나 인생에서 크고 작은 위기를 겪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환경이 바뀌는 것도, 받아들이기에 따라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다시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또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넘어가는 시기마다 우리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할 때는 두려움마저 느낄 때가 있다. 남자들에게는 군대라는 존재가 특히 그렇다. 복학생 시절 다시 군대로 돌아가야 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농담에 상상하기도 싫다며 그냥 죽어야지라고 답했던 것은 얼마나 그 상황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말 다시 돌아갈까봐 무섭고 두려웠다.



 2015년에도 중국행을 앞둔 나는 큰 두려움에 휩싸였다. 전에는 환경이 바뀌더라도 한국 안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주하는 국가가 바뀌는 변화였다. 부모님을 비롯한 나의 모든 인간관계를 내려놓고 사고무친의 중국 땅에서 2년 이상 거주해야 했다. 중국 동북 3성의 중심 도시인 심양은 어떤 곳일까, 그곳에서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중국어를 못해도 생활이 가능할까, 학교 분위기와 학생들은 어떠할까, 그곳에서도 보충수업과 야자가 있을까, 북한보다 위도가 더 높은데 겨울에 춥지 않을까, 한국 음식과 술을 파는 곳은 있을까 등 걱정되는 것도 많았다. 심지어 나는 국제 학교에서 비행기 티켓을 우편으로 아직 보내주지 않았다며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도 두려워했다. (그때까지 난 혼자서 비행기를 타본 적도 없었다.) 게다가 부모님 역시 혼자서 중국으로 떠나는 나를 무척이나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셨다. 당시의 나는 입대하는 날을 앞두고 있던 사람처럼 초조했고 두려움의 감정에 지배당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과의 작별의 정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었다.



 이렇게 개인적인 변화에도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실패하면 어떡하지, 고통스러우면 어떡하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어떡하지, 무엇보다 변화를 꾀한 후에도 얻은 것이 하나도 없으면 어떡하지까지 등 두려움의 종류는 참 많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두려움의 실체는 내 마음속에 있다. 내 마음가짐이 만들어내는 감정이 바로 두려움이다. 두려움이란 외부가 아닌 나의 내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두려움을 회피하려면 할수록 그 회피가 두려움을 놓지 않게 된다. 어쩌면 두려움은 평생을 함께 해야 할 인생의 일부이다. '두려움'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것이다. 오늘은 어떻게 하면 '두려움'이란 감정을 성장과 행복을 위한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말해보고자 한다.



출처: 픽사베이


두려움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먼저 '두려움'이 과연 자신에게 해로운 감정이기만 한 지를 생각해 보자. 두려움이란 내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래서 두려움을 잘 다루면 나의 행동반경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는 언제 주로 두려움을 느끼는가? 아마 새로운 도전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새로운 일, 새로운 직장,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 앞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아직 가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길이기에 두려움에서 비롯된 걱정과 불안의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나의 경우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수능에서 국어를 망쳤다는 이유로 나는 스스로 국어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오랜 기간 정의를 내렸다. 게다가 평생을 독서와 글쓰기와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심지어 대입 논술 시험에서조차도 대학에서 요구하는 분량을 채우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국어교사가 되었다. 국어교사라는 타이틀이 더 나를 글쓰기와 멀어지게 만들었다. 괜히 블로그 개설해서 글을 올렸다가 망신만 당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으로 인해 나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에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책을 읽고, 글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 마음속에는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나'와 '새로운 일 앞에 두려워하는 나'가 함께 있었다.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나'는 '괜히 시도해서 망신만 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나'를 보듬어주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블로그를 시작한 지 1년 가까이 되었고, 블로그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나를 지금까지 매일 한 편의 글을 발행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도전 앞의 두려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두려움'의 감정이 든다는 것은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길 앞에 서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할 때 내가 들 수 있는 무게보다 조금 더 무거운 것을 들어야 근육이 생기듯이 현재 내가 머무르는 행동반경에서 조금 더 나아가야 우리는 성장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현재 나의 생활 반경에서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도전하고자 하면 여지없이 '두려움'이란 감정은 나를 찾아온다. 이제는 '두려움'의 감정이 찾아오면 반겨주려고 한다. 물론 처음에는 감정의 문제라 컨트롤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어떤 일 앞에서 두려워한다는 것을 조금씩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독서 모임', ' 글쓰기 모임', '미라클 모닝 모임', '원페이지 목표 노트 모임' 등에 참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직장에서 나보다 훨씬 더 독서력과 필력이 좋으신 동료 국어 선생님들께 독서 모임을 제안할 때도 내심 두려웠다. 혹시라도 나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루틴을 지켜 오던 분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 내가 그들과 어울릴 만큼 잘할 수 있을까, 중간에 힘들어서 그만두지 않을까, 내가 별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하지만 두려움이 들 때마다 내가 지금 성장의 길 위에 서 있구나 라는 확신으로 생각을 바꾸어 받아들였다.



출처: 픽사베이


두려움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두 번째로 '두려움'은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앞서 중국 생활을 앞두고 두려웠던 이유를 살펴보자. 두려웠던 궁극적인 이유는 중국은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싶었다면 앞으로 내가 살아갈 중국 심양이라는 곳에 대해 조사를 했어야 했다. 미리 심양 한인회 카페에 들어가서 정보도 얻고,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과정이나 행사 등을 살펴보아야 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면 SNS를 통해 중국에 있는 한국국제학교 경험이 있는 분들께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그저 두려움에 스트레스를 받기만 했다.



 한편 작년에 나는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 오랜 기간 담임교사와 국어교사가 맡을 만한 업무들만 해왔던 내가 작년부터 교무 전산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점심 식사 도중에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동료 한 분이 나에게 내년도 업무분장 이야기를 알려준 것이다. 내가 잠시 넋이 나간 표정을 짓자 그분은 "아~ 아직 게시판 못 보셨구나. 미안해요."라고 웃으며 나를 지나쳐 갔다. 그때부터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내가 맡은 업무가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일단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업무 배정이 된 것에 대한 분노가 먼저였다. 그다음은 현실적인 문제였다. 나는 컴퓨터나 전산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취약한 사람이다. 엑셀 프로그램도 잘 다루지 못해 맨날 네이버에 물어본다. 그런 내가 학교 교무 전산 시스템인 '나이스'와 'K 에듀파인'의 기관 관리자 자리를 맡게 된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게다가 '학적', '정보공시', '교육통계', '학교생활기록부', '대입전형' 등의 업무도 생경했다.



 동료들은 나에게 담임을 맡지 않은 것에 대해 축하해 주었다. (축하할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젊은 교사 입장에서 한 번 정도 담임 자리에서 물러나 옆에서 다른 사람들을 지켜 보는 것도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담임을 맡지 않아서 편하겠다는 생각보다 새로운 일에 대한 공포가 더 컸다. 게다가 내가 맡은 일은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금방 티가 난다. 사실 기업과 달리 학교 업무 대부분은 느긋하게 마음 편히 처리해도 된다는 인식이 그동안 있었다. 하지만 생활기록부나 학적, 정보공시와 대입전형 등의 업무에서 실수를 하면 타격이 크다.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바로 긴급하게 전화가 올 수도 있고 학부모에게 민원의 소지가 발생할 수도 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업무를 확인한 후 며칠 동안 소화도 되지 않았다.



 두려움을 받아들이기 위해 다음 날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전임자가 1년 동안 접수했고 처리했던 모든 문서들을 읽어 보며 월별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전임자가 1년 동안 전체 교사들을 대상으로 보낸 메신저까지 한글 파일로 정리했다. 아직 세부적인 것까지는 익히지 못했지만, 1년 동안 대략적인 업무 흐름을 파악하고 나니 생각보다 할 만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자 두려움으로 인한 불안 증세도 사라졌다. 내가 새로운 업무를 맡고 두려움으로 인해 불안했던 이유는 그 일에 대해 몰랐기 때문이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같은 업무를 맡게 되었다. 지금의 나에게 업무가 주는 두려움의 감정은 전혀 없다. 앞으로 1년 동안의 과정을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새롭고 어려운 일은 또 생기겠지만, 작년 초에 받았던 스트레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학교 이야기에서 잠시 벗어나 좀 더 보편적인 사례를 들자면 치과 진료가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치과에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나 역시 세상에서 치과에 가는 것이 가장 두렵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치과 진료 역시 마찬가지다. 치과 진료가 두려운 가장 큰 이유는 내 입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보통 치과에서 우리는 눈을 감고 입을 크게 벌린다. 그리고 의사를 믿으며 진료 시간을 버틴다. 내 입안에 어떤 기계가 들어갔는지, 내 치아와 잇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치료는 언제 끝나는지 모른다. 알 수 없기에 두려움의 감정도 더 커지는 것이다. 만약 친절한 치과 의사 선생님을 만나서 오늘 진료 시간에 벌어질 세부적인 치료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면 두려움의 감정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또는 조금이라도 치아 치료에 대한 상식을 공부해 진료 중 내 입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떠올릴 수만 있어도 막연한 치과 진료에 대한 두려움 역시 일정 부분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두려움의 감정이 싫다면 나를 두렵게 만드는 그 대상에 대해 알아보고 공부해야 한다.



출처: 픽사베이



시스템 2를 적절히 이용하라



 오래전부터 두려움이란 감정은 우리의 생존과 관련되어 있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낄 상황에서는 빠른 판단과 대처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면 이성의 영역이 아닌 직관의 영역으로 그 상황을 판단하게 된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놀라 도망간 사슴의 입장에서 그 소리가 호랑이에 의해 난 소리든 바람에 의해 난 소리든 간에 생존에 더 유리했을 것이다.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에서는 직관적인 사고를 '시스템 1'이라고 했고, 천천히 생각하는 이성적인 사고를 '시스템 2'라고 이름 지었다. 우리를 두렵게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시스템 1을 통해 상황을 해결하려 한다. 원시 사회 때 정글에서 맹수를 만났다고 가정하자. 이때는 이성의 사고에 해당하는 시스템 2가 필요 없다. 본능적으로 직관적 사고인 시스템 1을 통해 빨리 판단을 내린 후 전속력을 다해 줄행랑을 쳐야 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의 두려움의 감정은 대부분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원시사회와 같이 자연이 만들어내는 위험이 크지 않다. 그러다 보니 직관적 사고뿐만 아니라 이성적인 사고가 필요한 경우가 대다수다. 시스템 1뿐만 아니라 시스템 2에 더 많은 도움을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스템 1'이 작동할 때 '시스템 2'는 멈추어 버린다. 직관의 사고와 이성의 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가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해 당황하게 되면 횡설수설하기도 한다. 일단 화가 나면 논리 없이 상대에게 감정을 퍼붓기도 한다. 당황하거나 분노에 휩싸인 나머지 시스템 2의 작동이 멈추는 것이다.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뇌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시스템 1만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려 한다. 지속적인 두려움으로 인해 시스템 1로만 판단하게 되면 잘못된 행동을 해 일을 그르칠 경우가 생긴다. 작년 이맘때 대구 신천지 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두려움으로 한때 시도 때도 없이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당시 뉴스를 보고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정적인 판단을 할 때가 많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거짓 뉴스에 선동당하기도 했고, 특정 집단을 뚜렷한 근거와 논리 없이 혐오하기도 했다. 그래서 두려움으로 인해 그릇된 판단을 할 때 내가 지금 시스템 1에만 의지하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시스템 2가 가동이 될 수 있도록 급박한 상황에서도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심호흡을 하는 것도 괜찮다.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는 동안 우리의 뇌는 시스템 1에서 시스템 2로 넘어갈 테니 말이다. 그리고 글을 쓰는 것도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두려움의 존재를 글로 풀어내는 것만큼 시스템 2의 도움을 받는 행위가 있을까? 또한 글쓰기는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행위이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에 집중함으로써 미래에 일어날 두려움과 불안이란 감정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다. 시스템 2를 통해 두려움의 감정을 살펴보면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두려움이 비이성적인 상상과 걱정에서 생겨났음을 알 수 있다.



시스템 1에서 기원하는 오류들을 막는 방법은 원칙적으로 보면 간단하다.
당신이 인지적 지뢰밭에 있다는 신호를 인식하고 속도를 줄이고
시스템 2에 더 많은 도움을 요구하라.

                                            한 권으로 읽는 비즈니스 명저, 387쪽


출처: 픽사베이


글을 마치며



 나름 강심장으로 살아왔는데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니 두려웠던 순간들이 참 많았다. 그 두려움의 상황을 잘 극복하고 성장의 밑거름을 만들어냈던 사례를 하나 소개하며 오늘 글을 마치겠다. 대학교 4학년 때 교생 실습 때 있었던 일이다. 비록 교생이기는 하지만 학생들 앞에서 교사라는 이름으로 교단에 선다는 것은 참 두려웠다. 그럼에도 교생 생활에 잘 적응하며 교생 실습의 막바지를 향하던 어느 날이었다. 늦은 시간에 지도 선생님께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올해 대표 수업을 희망하는 교생이 아무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지도 선생님들 간의 토의 끝에 내가 대표 수업을 맡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 전화 이후에 다음 날 출근 시간까지 한숨도 자지 못했다. 밤새도록 어느 학급을 대상으로 어떤 단원을 선정해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일단은 당시의 두려웠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나를 대표 수업 교사로 선정해 준 지도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가졌다. 모든 국어과 교생 선생님을 대표해서 한 달 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교수님께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그다음으로는 대표 수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교수님들이 전년도 대표 수업을 혹평해서 송별회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물론 교수님들께 잘 보이기 위해 수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부분에서 혹평을 들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필요했다. 교과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과정 없이 학생들이 내면화한 것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한 것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했다. 지도 선생님과 동료 교생들과 함께 그 점을 감안하여 지도안을 작성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마다 빈 교실을 찾아 반복해서 수업을 시연했다. 5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준비한 모든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수업의 각 단계마다 초 단위로 시간을 측정했다. 또한 될 수 있으면 긍정적인 상상을 하려고 노력했다. 대표 수업 당일 수업을 잘 끝내고 퇴근 후에 지도 선생님들과 동료 교생들과 호프집에서 후련한 마음으로 맥주 한 잔을 하는 나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 혹시라도 '수업을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대표 수업 지도안을 마음속으로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하며 시스템 1이 아닌 시스템 2를 작동시켰다.



 대표 수업 당일 교실 뒤쪽에는 학과 교수님들, 지도 선생님들, 동료 교생들이 앉아 있었고, 복도 창문으로는 대표 수업을 참관하기 위해 방문한 후배들이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나의 수업을 지켜보고 있음에도 두려운 마음이 들지가 않았다. 당시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유는 두려움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충실한 과정을 통해 무지를 없앴으며, 수업 준비를 했던 매 순간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두려움을 잘 극복했기 때문에 나는 그때의 준비 과정에 대해 전혀 후회가 없었고, 수업 결과에도 만족했다. (당시 나의 수업을 지켜보았던 사람들의 평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교실이라는 작은 무대에서의 교생 대표 수업에도 무척 두려워했다. 하물며 세계를 누비며 대형 콘서트장에서 멋진 무대를 해내는 K Pop 한류 열풍의 가수들이라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그들이 무대를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이유는 타고난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다. 두려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무지를 극복했으며, 지금 여기에 집중에 시스템 1과 2를 적절히 이용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도전과 시도 앞에 두려워하고 있을 분들을 위해 이 한 문장을 남기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철저하게 준비를 하면 두려움은 사라진다."








참고문헌

태도수업, 한재우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좌우명은 '최선을 다하지 말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