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투스,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서른 살 때 즈음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집 안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버지보다 더 커졌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농담의 어조였지만 자식 교육에 대해 아버지를 책망하셨습니다. 저와 동생이 교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부모인 당신이 자식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물론 부모님께서는 저와 제 동생이 교직에 있으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음에 만족하십니다. 저와 동생도 현재의 직업에서 즐거움을 누리고 있고요.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한 번뿐인 자식들의 인생에서 본인들이 진로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갖고 계셨습니다. 저 역시 당시 어머니께서 아버지께 퍼부었던 말들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보여준 세상이 너무 작았다. 늘 공부하라고만 잔소리만 했지,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일들이 존재하는지 보여주지 못했다. 볼 수 없는 것은 될 수 없다. 형준이와 가까운 사람들 중에 보여줄 수 있는 직업군이 공무원과 교사뿐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교사가 된 거다. 당신은 늘 혼자서만 놀러 다녔지, 언제 아이들 데리고 박물관이나 전시회라도 가본 적이 있더냐. 주말마다 피곤하더라도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침묵)"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 중 하나가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다녔던 것입니다. 여름방학 때 고모 집에 방문해 '진시황 특별 전시회'에 갔던 기억과 새벽 일찍 영천에서 출발해 대전 엑스포를 관람하러 갔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머니께서는 진시황 특별 전시회, 대전 엑스포 등과 같은 교육적 경험을 저와 동생에게 충분히 해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셨습니다. 저는 부모님 두 분 모두 충분히 제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셨다고 위로해 드렸죠.
지난번 온라인 독서 모임에서 선정한 '아비투스'라는 책을 읽으며 예전에 어머니께서 했던 말들이 떠올랐습니다. 볼 수 없는 것은 될 수 없다는 그 문장입니다. 행복한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좋은 태도를 교육받은 아이가 더 나은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불행한 가정에서 좁은 세상만을 접하며 자라온 아이들은 꿈을 꾸겠다는 생각조차 갖기 어렵습니다. '금수저', '은수저'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현시대에서 환경에 의한 유산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려주는 책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아비투스'라는 책은 아비투스의 개념 소개로 시작합니다. '아비투스(habitus)'란 타인과 나를 구별 짓는 취향과 습관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삶의 태도를 뜻합니다. 프랑스 사회철학자 부르디외가 만든 단어로 '가지다, 보유하다'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동사 'habere'에서 파생되었죠. 아비투스는 과거, 가족, 교육, 경력 등을 통해 형성됩니다. 어디에서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났느냐에 따라 성공에 유리한 아비투스를 많이 익힐 수도 있고, 적게 익힐 수도 있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일들, 내가 만난 사람들, 내가 해냈던 과제들에 의해 지금의 아비투스, 태도가 만들어집니다. 진로 교육에 있어 아비투스는 정말 중요합니다. 아비투스에 의해 무엇을 평범한 일, 의미 있는 일, 가치 있는 일로 느낄지 결정하거든요. 교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학생들의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각자의 아비투스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아비투스는 총 7가지 자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심리자본, 취향을 결정하는 문화자본, 창의성의 바탕이 되는 지식자본, 나머지 모든 자본을 키울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경제자본,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모두 보여주는 신체자본, 인간의 품격을 드러내는 언어자본, 누구와 어울리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자본까지 총 7개입니다. 7가지 자본 유형을 얼마만큼의 비율로 얼마나 가졌느냐에 따라 개인의 아비투스가 결정됩니다.
그런데 이 책은 대중들에게 상당한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상류층의 아비투스가 성공의 기준이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의 아비투스를 따라야 한다는 것은 사실 당연한 말입니다. 세상의 룰을 정하는 결정권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결정권자와 닮기 위해 노력해야 하니깐요. 직장에서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사권을 가진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따라 하는 것입니다. 책의 저자도 말합니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위 3퍼센트의 고급 아비투스를 추구해야 하고, 고급 아비투스를 가지지 못한 자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물론 소위 말하는 상위 3퍼센트의 부와 지위를 가진 사람들 중에서 품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또한 상류층의 문화는 무조건 따라 해야 하는 고상한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도 않고요. 게다가 7가지 자본에 대한 설명의 비중이 크다 보니 제가 가장 알고 싶었던 아비투스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내용도 부족했습니다. 정작 알고 싶은 내용은 흙수저인 저의 입장에서 좀 더 나은 아비투스로 자신을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이었으니깐요.
그럼에도 책을 읽으며 보편적으로 지향해야 할 품격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아비투스가 무엇인지 찾아보았습니다. 비록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흙수저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 필요한 아비투스들을 에버노트에 정리해 보았고요. 더 높은 지위를 갖고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욕망에서 기초한 행동은 아닙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조금 더 나은 곳으로 가고,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다행인 것은 저자 역시 아비투스를 변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했다는 것입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새로운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아비투스를 바꿀 수 있는 것이죠.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해서 세상 탓만 하는 불평론자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졸업을 앞둔 고 3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왔습니다. 스무 살까지는 부모 때문에 내 삶이 불행했다고 말해도 된다고요. 선생님으로서 어른으로서 충분히 위로해 주겠다고요. 하지만 10년 뒤에 서른이 된 다음에도 내 삶이 불행하다고 불만을 가진다면 그것은 부모의 탓이 아니라 내 탓으로 돌려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반문했습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자산이 없더라도, 어쩌면 불행의 유산만을 받은 학생이더라도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씩씩하게 한 발자국을 떼기를 바랐습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대부분의 학생들의 입장에서 인생을 주체적이고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아비투스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재작년에 친하게 지내던 후배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배는 재테크를 잘해서 꽤 많은 부를 축적했습니다. 저는 그 후배가 부잣집에 태어났고 부모로부터 부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빠르게 부를 쌓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부와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좋아하던 이야기가 아니어서 후배의 재테크 이야기에 관심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후배에게 처음으로 지금까지 어떻게 투자 생활을 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늘 학교 이야기만 하던 선배가 재테크 이야기를 꺼낸 것이 신기했는지 후배는 사회생활 첫해부터 어떻게 경제생활을 하였는지를 상세히 알려주었습니다.
우선 대화를 통해 후배가 부모에게 직접적인 도움은 받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신혼집을 구할 때도 부모님께 금전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직접적인 도움을 받지는 못해도 부자 부모가 뒤에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은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부모님께 금전적 도움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가 부모님께 받은 최고의 자산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돈에 접근하는 태도와 돈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노하우였죠. 그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서 부동산과 주식을 통해 자본 소득을 획득하는 방식을 보며 살아왔습니다. 또한 대구 부자 동네에서 오랫동안 거주했기 때문에 그의 주변에는 교사보다는 성공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후배에게 돈은 모으는 것이 아니라 굴려야 할 것이었습니다. 돈이 돈을 번다는 개념을 일찍부터 깨우치고 있던 것이지요.
후배는 살면서 한 번도 월급을 예적금에 넣어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20대 때부터 투자에 대한 공부를 통해 주식 투자를 했고, 30대에는 대학가의 원룸을 레버리지를 통해 매수한 다음 직접 운영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원룸 관리하기는 정말 힘들었고, 무엇보다 큰 수익을 거두기 어려웠다면 저에게 원룸 투자는 비추한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물론 그에게도 실패의 경험이 있었습니다. 어렵게 매수한 아파트가 오히려 값이 떨어져 위기를 겪기도 했죠. 하지만 그는 실패를 겪었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새로운 도전에 앞에서 두려움에 지배당하지 않았습니다. 실패의 경험도 성장의 발판으로 만들 수 있는 마인드와 돈을 긍정하고 소득의 일부를 반드시 투자하는 자세를 지니고 있었기에 또다시 투자를 할 수 있었고, 큰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돈이 모이는 곳을 발견할 수 있는 시야와 매사에 자신감 있는 태도와 표정까지 이 모든 것이 그가 부모와 자라온 환경으로부터 받은 유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비투스라는 책의 내용이 참 무섭습니다. 금수저로 태어난 이점이 단지 경제적 자본을 누릴 수 있는 혜택에만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경제적 자본을 기본으로 심리, 문화, 지식, 신체, 언어, 사회적 자본까지 우월한 자본을 물려받는다는 것은 곧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그대로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참 불평등합니다. 아마 앞서 언급했던 그 후배는 코로나 기간 동안 주식과 부동산으로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거예요. 작년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바닥을 쳤을 때 저의 경우, 갖고 있는 주식이 반 토막이 났죠. 떨어지는 칼날을 잡기가 무서워 머뭇거리고만 있었습니다. 속상해하고 있던 그때 아버지께서 저에게 전화를 주셨습니다. 여윳돈을 저에게 송금할 테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각각 절반씩 사놓으라고 하셨죠. 저는 몇 번이고 여유가 있는 돈이 맞는지 확인을 했습니다.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하는 데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데 그때까지 돈이 묶여 있어도 괜찮으시냐고 확인했죠. 하지만 결국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돈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주식투자를 하면 집안이 망한다는 어머니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송금을 할 수 없었죠. 그 돈은 지금도 금리 2%도 안 되는 은행 예금에 묶여 있으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코로나 이전의 주가를 회복했습니다.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부모와 환경으로부터 충분한 자본을 물려받지 못하는 보통의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실은 같은 지점에서 출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달리는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피드백의 양과 질 또한 다릅니다. 경제적 불평등뿐만이 불평등 문제의 전부가 아닙니다. 전문직 부모의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자녀들보다 훨씬 더 많은 단어들을 듣고 자라게 되고, 이는 아이의 언어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상위 20% 부모의 자녀가 하위 20% 부모의 자녀보다 누릴 수 있는 문화적 혜택 차이는 10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런 부분은 사회 시스템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과 동시에 개인도 더 나은 아비투스를 갖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개인의 노력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아비투스를 기를 수 있는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책의 내용과 관련해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돈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부자가 목표가 아니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대한 공부는 필수입니다. 저자는 돈으로만 아비투스가 결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경제자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자본이 밑바탕이 되어야 나머지 모든 자본들(심리자본, 문화자본, 지식자본, 신체자본, 언어자본, 사회자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난은 사람을 위축시킵니다.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을까요? 문화적 취향도 누릴 수 없습니다. 1년에 영화를 한두 편 볼 수 있는 경제력을 지닌 사람이 과연 예술 영화를 선택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싶어도 돈이 필요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좋은 식습관과 매일 운동하는 습관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돈이 있어야 사람을 만날 수 있듯이 사회자본을 키우는데도 돈이 필요합니다.
우선은 돈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마인드를 함양해야 합니다. 돈을 멸시하는 사람에게 돈이 와주지는 않습니다. 돈도 자신을 소중하게 다루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돈은 독립성, 아이디어 실현 가능성, 그리고 안전을 보장합니다. 돈으로 경험을 살 수 있습니다. 돈은 풍성하고 기쁨을 주는 순간들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돈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부터 돈 공부의 시작입니다. 기본적으로 돈이 있어야 실패도 성장의 자양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지닐 수 있고, 자신의 문화 취향을 발견하고 세상을 누빌 수 있으며, 필요한 분야에 대해 배울 수 있고, 자신을 꾸밀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한 동료가 저에게 진지하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1년 동안 휴직을 할 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휴직을 하는 이유는 로또에 당첨되었으니 놀자는 뜻이 아닙니다. 돈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담을 수 있는 돈의 그릇보다 더 많은 돈이 저에게 들어오면 제 그릇으로 수용할 수 없는 돈들이 밖으로 샐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로또 1등 당첨금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저의 그릇을 키우기 위해 공부할 거라고 답했습니다. 첫 3개월 정도는 성공 마인드와 관련된 책들을 읽을 것이고, 뒤의 9개월은 구체적으로 투자에 대해 공부할 거라고 동료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저는 로또를 사지 않기 때문에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0%입니다. 하지만 이 대화를 통해 재정적 성공의 길은 과정이지 이벤트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세상에 없는 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업을 만들거나, 부자의 자식으로 태어나거나, 부자와 결혼을 해야 합니다. 셋 다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꼭 부자가 아니더라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아비투스를 기르기 위해서 돈은 필수입니다. 길거리에서 우는 것보다는 택시에서 우는 게 더 낫습니다. 저 역시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고, 경제 공부를 통한 착실한 재테크로 자산을 키우고 싶습니다. 저의 아들이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경제자본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두 번째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저에게는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가시는 멘토 교사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들뿐만 아니라 인생의 단계에서 접하는 위기 순간마다 그에게 조언을 구하고는 합니다. 지나고 보면 그 선배가 했던 말들이 대부분 맞더라고요. 선배는 저의 이야기를 듣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다음 저의 개별성을 고려한 조언을 해주십니다. 그런데 그 선배는 책을 읽지 않습니다. 독서를 하지 않음에도 그는 너무 지혜롭고 현명합니다. 한 번은 그 사실이 굉장히 불공평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그에게는 좋은 사람 책이 많았습니다. 인생에 있어 실질적이고 현명한 조언을 해주는 괜찮은 어른들이 주변에 많았던 것이죠. (참고로 그 선배 집은 부자입니다.)
하지만 주변에 멘토로 삼을 만한 괜찮은 어른이나 선배가 없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장 저의 환경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본인이 속한 학교와 직장을 당장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지요. 하지만 돈 없이도 누구나 쉽게 멘토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책입니다. 책은 도서관에서 무료로 빌릴 수 있고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도 않습니다. 책은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통해 깨닫게 된 지혜의 정수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워런 버핏은 하루에 30분 이상 자기 계발서, 경영서, 투자 관련 책을 읽으라고 조언합니다. 책에서 멘토를 구하는 방법을 통해 더 나은 아비투스를 키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후에 더 나아가 저자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저자의 sns에 접속해 개인적으로 관계를 키워 나갈 수 있다면 사회 자본까지 확보할 수 있죠. 또한 자기 전공 이외에 다양한 분야에서의 지식을 독서를 통해 확장함으로써 세상에 없는 것들을 창조해 낼 수도 있고요. 부모로부터 성과를 올리고 성과를 활용하는 법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없다고 슬퍼하지 마십시오. 독서를 통한 저자와의 만남은 심리자본, 문화자본, 지식자본, 경제자본, 신체자본, 언어자본, 사회자본 모두를 키울 수 있는 최적의 방법입니다.
세 번째로, 자신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만남을 가져야 합니다. 저의 경우 지방에 있는 집과 직장만을 오고 가며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방에 사는 저의 입장에서 새로운 자극이 되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새로운 것들을 배우기가 힘이 듭니다. 다행인 것은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터넷 공간을 통해 쉽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힘이 든다면 온라인을 활용하면 됩니다. 온라인 모임을 통해서 자극을 받는 것이지요. 질투가 날 정도로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공간에서 아비투스를 키울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변실모 단톡방과 네이버 블로그가 그런 역할을 합니다. 성장 마인드 셋을 갖추고 회복탄력성이 뛰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보고 들으며 배운 점들이 많습니다. (물론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이 훨씬 더 강력한 것도 사실입니다.)
때로는 질투가 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불편할 때도 있습니다. 긍정적인 의미로 자극이지만 부정적인 의미로는 자괴감에 빠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죠. 때로는 상대적으로 나보다 못하다는 판단이 드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 안도감을 누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나보다 못하다는 것은 특정 분야에 국한된 것이고 그것조차 저의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과 어울리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스스로를 완성시켜 나갑니다. 얼마 전에 봤던 세바시 강연에서는 최근에 만난 다섯 사람의 평균이 곧 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좋은 커뮤니티에 속해 서로에게 긍정적인 인맥을 쌓아 나가는 것이 바로 사회자본을 쌓는 길입니다.
네 번째로, 자신의 몸을 사랑해야 합니다. 신체에는 내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고 현재 어떻게 지내는지 다 적혀 있습니다. 책에서는 신체를 대하는 태도는 체중, 흡연, 술, 운동, 섭식에서 나타난다고 합니다. 상류층일수록 흡연을 하지 않고, 운동을 자주 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지키고, 적정 체중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대신 술만큼은 지위와 관계없이 현대인들이 많이 마신다고 합니다.
부자이든 가난한 자든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건강입니다. 이 세상 모든 재화를 살 수 있는 재벌이더라도 건강을 살 수는 없습니다. 직접 운동을 하고 술과 담배는 피하고, 건강한 식습관이라는 생활 태도를 유지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건강한 생활 습관은 특정 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기에, 누구나 오늘부터 당장 실천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지금처럼 평소에 걷는 습관을 통해 하루 만 보 이상을 걸을 것입니다. 그리고 주중에는 매일 3킬로미터 이상 뛸 것이고요. 중요한 점은 운동 과정을 기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록으로 남겨야 자신의 성장 정도를 확인할 수 있고, 습관으로 만들기도 수월합니다. 저의 경우 흡연은 하지 않지만, 음주와 식습관에 있어서는 고쳐야 할 점들이 많습니다. 술자리에서의 주량도 절반으로 줄일 필요가 있고, 음식을 만들 때 소금과 설탕 사용도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건강 관리를 통해 목표했던 체중을 만들 것입니다. 올해 목표로 하는 체중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3킬로그램을 더 감량해야 합니다. 적정 체중이 만들겠다는 말은 저의 외모를 더욱 매력적으로 가꾸는 길이기도 합니다. 외모를 가꾸는 만큼 자신감과 자의식도 함께 높아집니다. 신체자본은 모든 아비투스의 기본입니다. 건강하지 않으면 어떤 일들도 이룰 수 없습니다.
다섯 번째로 경험을 사는 것에 인색해져서는 안 됩니다. 경제적 상황은 저마다 다릅니다만, 수입의 일정 부분은 반드시 자신을 위해 재투자되어야 합니다. 저의 경우 오랜 시간 직장인으로서 살면서 아껴 쓰는 것만이 능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월급의 많은 부분이 자동이체를 통해 적금 계좌로 빠져나갔습니다.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였습니다. 대신에 젊은 나이에 경험하면 좋은 것들도 많이 놓쳤습니다. 서른네 살의 나이에 중국으로 이직하기 전까지 저는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었습니다. 저의 입장에서 해외로 여행 가는 것 자체를 사치라고 여겼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있었음에도 저 스스로 만든 경제적 틀을 깨지 못했습니다. 해외여행뿐만 아니라 책, 강연회, 유료 연수, 콘서트, 전시회와 같은 문화 콘텐츠 구입에도 인색했죠.
다행히 저보다 훨씬 나은 아비투스를 지닌 GY를 만나 저의 영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아비투스가 쉽게 바뀌지가 않더라고요. 여행과 호텔 숙박을 좋아하는 GY와 맞춰 사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녀와 달리 저는 호텔 라운지에 머물며 커피 타임을 갖고 호텔 안의 피트니스 시설, 수영장 등을 이용한다는 것이 불편했거든요. 심지어 영어권 국가에 나가서 살아보자는 그녀의 이야기에 스트레스를 받아 진통제를 먹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렘보다 해외에 거주하며 지불해야 할 기회비용이 아까웠던 것이죠. 다행히 여러 책을 통해 삶의 영역을 넓힌 작년부터 그녀의 아비투스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영어권 나라에서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더라고요. (사실 저의 글쓰기 소재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간사한 생각도 함께 했습니다.) 물론 해외에 체류할 그 기간 동안 휴직을 해야 해서 돈을 벌 수 없고, 심지어 막대한 주거비용을 지출하고 와야 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돈을 버는 이유가 경제 자본을 통해 심리 자본, 문화 자본, 지식 자본, 언어 자본, 신체 자본, 사회 자본을 기르기 위함을 알게 된 지금은 문화 자본을 위한 지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한편 생후 6개월부터 엄마를 따라 자주 해외여행을 다녔던 아들에게 호텔과 공항은 아주 친숙한 공간입니다. 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함께 자주 해외여행을 다녔던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고향에 머무르는 아비투스가 아니라, 해외로 뻗어 나가는 아비투스를 키워주기 위해 저부터 문화 자본이라는 경험을 사는 일에 인색해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 능력 안에서 고급 환경과 안락한 서비스를 피하지 말고, 다양한 문화적 흐름과 세계적인 경향을 광범위하게 흡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 내가 읽는 책, 나의 취미 생활, 내가 맡은 일들 모두가 나의 아비투스를 만듭니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아비투스를 바꾸면 됩니다. 아비투스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아비투스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은 나의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말입니다. 더 나은 아비투스를 통해 더 나은 내가 되어 주변 사람들과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파하며 살고 싶습니다. 성공적인 삶과 품격 있는 삶을 동시에 잡고 싶은 분들께 '아비투스'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