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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Jul 09. 2021

20대를 앞둔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다섯 가지 이야기

고등학교 3학년 진로 수업 자료

출처: 픽사베이


 이 글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위한 진로 수업 읽기 자료입니다. 저는 교사이자 선생입니다. '선생(先生)'이란 단어를 사전적으로 풀이하자면 먼저 살아본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어느덧 저도 나이가 들어 제가 만나는 학생들보다 두 배에 해당하는 삶을 더 살아보았네요. 제가 더 살았다고 해서 학생들보다 더 지혜롭고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먼저 인생을 조금 더 살아본 사람으로서 제가 겪은 시행착오들을 저와 인연을 맺게 된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덜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20대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지금 여기에서 자유로운 존재로 있는 힘을 다해 삶을 가꾸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진로 수업 읽기 자료를 저의 개인 매체를 통해 공유합니다.



1. ‘나’에 대해 알자.


 10대에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정신 없이 눈앞의 미션들을 해내가며 살아왔다면, 20대에는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갖기를 바란다. 내가 언제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즐겁고, 감동받는지 스스로를 관찰하자. 어디까지 견딜 수 있고, 무엇은 견딜 수 없는지 그리고 세상의 기준과 틀에 어디까지 맞춰줄 것인지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나만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지닐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 (적어도 싫어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지는 않는다.)


 어떤 일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되는 것 자체만으로 성공한 인생, 행복한 삶이라고 볼 수 있다. 삶의 절반 가까이를 직장에서 보낸다고 가정했을 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된다면 내 인생 절반의 시간 동안 행복이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소신껏 살면 위기가 나를 흔들더라도 금방 나의 길을 찾아 앞을 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나’만의 노선을 찾는다면, 그 길 위에서 자존감을 잃지 않고 나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을 잘 파악해서 즐거운 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괴로운 일을 직업으로 삼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데 '나'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마흔인 나도 아직까지 '나'를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세상의 시선에 맞춰 살아간다. 나를 알아가는 일은 남이 대신해줄 수도 없다. 스스로 그 길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고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길 바란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을 끝으로 첫 번째 챕터를 마무리하겠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2. 선택을 피해서는 안 된다.


 인생은 모든 선택들의 합이다. 과거에 네가 했던 선택의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너를 만들었다. 선택으로 인한 결과 감당이 싫어 피해서는 안 된다. 선생님이 40년을 살아 보니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음을 더 후회하게 되더라.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자기 의지를 갖고 선택을 해야 한다. 잘못된 선택도 지나고 보면 모두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 앞에서 비겁하게 회피해 버리면 세상이 원하는 대로 내 인생은 흘러가게 된다. 물 흐르는 대로 내 몸을 세상의 흐름에 맡긴 삶은 성공도 실패도 아니다. 그럼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막연하게 잘 될 거라고 낙관하고, 이상적인 세계를 동경만 해서는 안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을 루틴처럼 해내야 한다. 머나먼 꿈을 막연히 상상하기보다 지금 당장 내 앞에 주어진 현실의 일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사람이 진정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일단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자. 일단 학생으로서 학교생활을 열심히 해나가길 바란다. 여러분이 선택한 전공에서 열정을 발휘하라. 만약 다른 것에 열정을 투자하고 싶다면, 학교생활 이후에 시간을 쪼개서 시도해봐라. 우선 나의 일상을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시간을 확보한 다음 다른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열정이 있다면 분명히 성공할 것이다.



3. 왜 최선을 다해야 하는가.


 처음부터 자신의 진로를 꿰뚫고 있는 사람은 없다. 이 일에 나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봐야 한다. 선생님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리자는 뜻이다.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어 봐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불가능한 일을 구분할 수 있다. 자신의 본성과 한계를 알 수 있다. 


 인간은 안타깝게도 저마다 타고난 능력과 적성이 다르다. 예를 들어 농구 선수가 꿈이라고 모두가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봐야 한다. 열정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타고난 나의 재능으로 프로 농구 선수가 될 수 없다면 차선책을 선택하면 된다. 농구 선수가 아니더라도 농구 중계, 경기 분석, 칼럼리스트, NBA 행정가와 같이 농구와 관련된 일을 하면 된다. 그리고 프로 선수를 할 수 있는 신체 조건은 이니더라도 아마추어로서 꾸준히 농구를 즐긴다면 직장인 농구 동호회 주전 정도는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20대 때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자신의 평생 업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그 일을 잘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고심해서 하나씩 실천해 보기를 바란다. 20대라는 시간은 나의 업을 찾고, 그것을 잘 해내기 위한 준비 기간이다.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 또한 즐겁고 행복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일단 최선을 다해 부딪쳐 봐야 한다.



4. 세상을 탓하지 말자.


 우리에게 나쁜 환경이란 없다. 마음먹기에 따라 나쁜 환경을 얼마든지 좋은 환경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나쁜 환경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 타고나기를 허약하게 태어난 사람은 어릴 때부터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하는 습관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결과론적으로 건강하게 태어나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는 사람보다 허약하게 태어난 그가 오히려 더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가능성이 높다. 88만 원 세대를 만들어 낸 대한민국 자본주의란 세상이 주는 고통도 결국 나의 몫이다.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서 천민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날카롭게 세우며 시민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와 동시에 자기 나름대로 세상에 뜻을 세우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도 해야 한다. 본인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 세상 탓만 해서는 안된다.


 다행인 것은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든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은 24시간이다. 환경에 구애 받지 않고 24시간이라는 이 공평한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야 한다. 하루라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매순간을 꽉 채워서 살다 보면 결과적으로 누구보다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본인의 조건이 나쁘다고 생각한다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을 활용하는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타고난 환경과 조건도 상대적으로 나쁜데 평등하게 주어진 조건인 '시간'조차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거나 쉽게 포기해 버린다면 세상은 네가 원하는 그 어떤 것도 쉽게 주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처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인생은 고해(苦海)라고 했다. 하지만 고통이 그저 고통만으로 끝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고통과 상처가 내 인생이란 이야기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지는 너희들에게 달렸다. 상처받지 않고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은 아니다. 세상과 타인이 주는 상처가 치명상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키워가길 바란다. 나아가 그 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5. 평범해서는 안 된다. 경쟁력을 키우자.


 평범함이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평범하면 이성에게 인기가 없어 당장 연애에 문제가 생긴다. 또한 교실이란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친구 관계가 형성이 되는 고등학교 때와 달리 20대부터 스스로 인간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만약 네가 평범하다면 즐거운 식사 및 술자리에 초대받을 가능성도 낮아진다. 굳이 평범한 너와 사귀거나 재미가 없는 너를 초대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20대의 가장 중요한 숙제인 취업에도 문제가 생긴다. 학벌, 외모, 인맥이 평범하다면 세상에서 나의 일을 구하는 길도 쉽지 않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그렇다고 세상이 부당하게 차별하지는 않는다. 세상은 늘 남다름과 새로움을 필요로 한다. 내 또래나 기성세대와 다른 나만의 개성과 장점을 찾아야 한다. 학벌, 인맥, 외모라는 사회적 잣대로 평가하는 이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불평만 하는 사람은 자신의 게으름으로 인한 평범을 사회 탓으로 돌리는 비겁자와 같다.


 세상이 평범한 사람을 특별히 대접할 이유가 없다.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자.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만 있으면 된다. 바로 인성과 능력이다. 누구나 좋은 인성과 뛰어난 업무 처리 능력을 지닌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한다. 두 가지가 모두 되는 금상첨화 같은 사람은 사실 취업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20대가 되어서도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 또한 교양과 상식을 쌓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기를 바란다. 대학이란 울타리를 넘어 다양한 도전들을 하기를 바란다. 여행도 많이 다니고, 가능하다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도 피하지 않기를 바란다. 독서, 여행, 연애는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도전 정신과 적응력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새로운 시도들과 다양한 만남들을 통해 세상과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기를 바란다. 너희들이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비범한 사람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갔으면 한다.



 너희들의 아름다운 20대를 응원한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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