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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Jul 15. 2021

잠자리에서 느끼는 주말부부의 장점

출처: 픽사베이


 나는 주말부부다. 1주일 중 5일(월화수목금)은 대구에서 잠을 자고, 이틀(토일)은 천안에서 잠을 잔다. 휴일 방학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러하다.


 대구 자취 집에서 잘 때는 나 홀로 소파베드를 사용한다. 신혼 때 게스트 용으로 구입했던 소파베드가 대구에서 나의 침대가 된 것이다. 얼마 전 나의 육중한 체구를 이겨내지 못한 소파베드의 기둥이 결국 부러졌다. 기둥들을 다 제거하고 높이를 낮추어서 지금도 침대처럼 쓰고 있다. 소파베드의 크기는 나 혼자 잠자리를 가지기에 충분하다. 두 개의 베개 중 낮은 것을 베고 높은 베개는 꼭 껴안고 잔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우리 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갈 때마다 나는 행복함을 느낀다. 참고로 그 이불은 아내가 직접 삿포로에서 공수해 다. 잠들면서 바흐나 모차르트의 음악이나 수면 유도 음악을 낮은 볼륨으로 틀어 놓는다. 더위와 추위에 민감한 나는 조금이라도 쌀쌀한 느낌이 들면 보일러 온도를 24도로 맞추어 놓고, 덥다 싶으면 2시간 정도로 역시 24도로 맞춰 에어컨 예약을 해놓는다. 건조하다 싶으면 젖은 수건을 널어 놓는다. 커튼은 3분 2 정도까지만 쳐 놓는다. 그럼 다음 날 아침 햇살이 살짝 방 안까지 들어올 수 있다. 나는 눈을 떴을 때 햇살이 침상까지 들어오는 게 좋다. 일어난 후에는 침대 위에서 누운 상태로 크게 기지개를 며 오늘도 감사한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느끼기 위해 감격의 소리를 지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 최적화된 나만을 위한 최고의 잠자리를 만들어냈다.


 한편 나는 오랜 시간 혼자 자취를 했다. 16살 때부터 아무도 없는 깜깜한 집에서 혼자 잤다. 이제는 혼자 밥 먹고, 혼자 잠들고, 혼자 일어나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한 번씩 사람의 흔적이 생각날 때가 있다. 하루 종일 사람들에게 시달렸음에도 사람을 그리워할 줄이야. 영상 통화로 아내와 아들에게 연락해 보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외로움의 정도가 한계에 다다를 무렵 주말이 온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나는 아내와 아들이 있는 천안에서 지낸다. 천안에서는 세 식구 모두 함께 잔다. 침대가 있는 안방은 장모님께 드렸고, 대신 우리 셋은 온통 매트를 깔리 있는 작은 방에서 잠을 청한다. 예전에 대구에서 함께  때는 따로 잤다. 나의 코 고는 소리에 잠자리에 예민한 아들이 자주 깼기 때문이다. 당시 따로 잠자리를 갖자는 아내의 말에 아쉬워하며 거실로 나갔지만, 내심 혼자 편하게 잠이 들 수 있음에 쾌재를 불렀다. 혼자서 잠을 잘 때는 잠드는 그 순간까지 스마트폰을 볼 수 있고,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말부부가 된 이후로 나가족은 꼭 함께 자야 한다고 고집을 피웠다. 코를 골지 않겠다는 지킬 수 없는 약속과 함께 말이다. 나에게는 주중에 느껴보지 못한 사람의 온기가 필요했다. 가족으로서의 끈적끈적한 정을 잠이 드는 그 순간이라도 꼭 느끼고 싶었다. 물기가 그득한 밥알처럼 아내와 아들에게 착 붙어서 자고 싶었다.


 사실 세 명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잔다고 해도 나는 늘 소외당한다. 처음에는 침대 매트리스 위에 아내와 아들 그리고 나까지 함께 눕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내와 아들은 서로 꼭 껴안고 그들끼리 꽁냥꽁냥을 하고 있다. 질투심이 폭발한 나도 은근슬쩍 그들 어깨 위에 팔을 올리거나 다리를 걸쳐 본다. 섭섭하게도 아들은 아빠는 저리로 가라고 말한다. 아내 역시 나보다 훨씬 젊고 싱싱하고 잘생긴 아들 삼매경에 빠져있다. 처음에는 나와 아내 사이에 있던 아들은 결국 아빠의 손길을 피해 엄마와 벽 사이로 들어간다.


 결국 그들의 텃새에 밀린 나는 매트리스에서 내려와 바닥에 누워 잔다. 매트리스는 주중처럼 아내와 아들의 공간이 된다. 물론 기본적으로 몸에 열이 많은 나는 서늘한 바닥을 선호해서 괜찮다. 명백히 그들과 하나가 되지 못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서로가 내쉬는 숨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외롭지 않다. 아들이 아내에게 쏟아내는 독백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이다. 아들은 꼭 잠들기 전에 그날 배웠던 내용이나 인상 깊었던 것들을 쏟아낸다. 얼마 전에는 흥겨운 리듬감과 함께 구구단을 낭송해 나를 놀라게 했다. 비록 아내와 아들의 텃새에 밀려 초라한 방구석에서 잠을 청하고 있지만, 이 순간 나는 전혀 외롭지 않다. 가족과 함께 한다는 유대감으로 충만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아들은 안쪽 벽에 찰싹 붙어서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다. 나는 반대쪽 벽에 붙어서 이불과 베개를 꼭 껴안고 누워 있다. 사위가 늘 바닥에 자는 게 안타까우셨던 장모님께서 침대 매트리스 옆에 매트를 하나 더 깔아주셨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명백해진다. 아빠는 엄마와 아들 사이의 견고함의 아성을 절대 넘볼 수 없음을. 사실 같은 방에서 잠을 청할 뿐이지 아내와 아들의 살결을 느끼지도 못한다. 그래도 나는 아이가 독립해서 자신의 방을 차지할 때까지 늘 그들과 함께 잘 것이다.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중간에 방에서 쫓겨 거실로 더라도 말이다.


 대구에서의 잠자리는 혼자라서 편안하다. 불을 끄고 누워서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마음껏 몸부림치고 뒤척여도 된다. 대신 혼자라서 외롭다. 사람의 소리와 냄새가 그립다.


 천안에서의 잠자리는 함께라서 불편하다. 방에 휴대폰과 같은 전자기기는 애초에 들고 들어갈 수 없다. 몸부림칠 수도 없고, 코를 골아서도 안 된다. 가끔 화장실 용무로 밖으로 나갈 때도 아들이 깰까 봐 투명 인간처럼 행동해야 한다. 대신 가족과 함께라서 외롭지가 않다.


 편안함과 외로움,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동시에 두 가지를 누리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주말부부이기에 혼자 있을 때의 편안함과 함께 할 때 누릴 수 있는 유대감을 며칠 상간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주말부부의 삶도 괜찮다. 게다가 언젠가는 주말부부의 삶도 끝날 것이다. 우리 부부가 평생을 떨어져서 지낼 것은 아닐 테니깐. 먼 훗날 주말부부로 살아가는 2021년을 엄청 그리워하지는 않겠지? 주중은 직장이 있는 대구, 주말은 가족이 있는 천안에서 지내는 나,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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