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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Jul 16. 2021

결혼에 대한 통찰과 색다른 시각을 찾다

평범한 결혼생활, 임경선

출처: 픽사베이



나는 서른 살 때부터 결혼을 하고 싶었다. 워낙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기에 독신은 내 인생의 선택지에 없었다. 또한 16살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혼자 지냈기 때문에 직장을 잡은 후부터 간절하게 함께 하루하루를 보낼 사람을 원했다. 신해철 님의 '일상으로의 초대'라는 노래 속 가사처럼 나의 일상에 누군가를 초대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었고, 결혼이란 관문 앞에서 나는 너무 계산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에게 결혼이란 사랑이 아닌 거래였다. 결혼을 통해 이익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은 나를 노총각의 세계로 이끌었다.



결혼 앞에서 좌절을 겪게 된 나는 서른네 살의 나이에 도피성으로 중국으로 갔다. 적어도 중국에 거주한다면 지금 지인 아들 결혼식에 왔다는 부모님의 전화 통화나 나를 작게 만드는 후배들의 청첩장을 겪을 일은 없겠지라고 안심하며 말이다. 국제학교 면접 때도 올해 서른세 살이라 결혼 적령기인데 지금 시점에서 중국으로 오는 것이 괜찮으냐는 질문을 받았다. "어차피 결혼은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늦게 가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고 싶습니다."라는 답변으로 교장선생님을 안심시켰다. 교장 선생님 입장에서는 면접 비용까지 치르며 힘들게 뽑아 한국에서 힘들게 데려왔는데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우기도 전에 결혼을 이유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은 곤란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아이러니한 것이 연애와 결혼에 대한 아무런 기대 없이 간 그곳에서 더 이상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만났다. 손익을 따질 필요가 없는 이 사람이라면 결혼에 대한 확신을 가져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 사람과 함께라면 남은 삶이 심심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서른여섯의 어느 봄날, 나는 공식적으로 세상에 유부남이 되었음을 선언했다.



어느새 4년의 세월이 지났다. 나의 예상대로 그녀와 함께 한 삶은 절대 심심하지 않았다. 안 좋은 쪽으로 매일 스펙터클한 이벤트가 벌어졌다. 한편으로는 위기의 결혼 생활이 나로 하여금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단언컨대 결혼은 인격을 수양하고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결혼 전에는 연애를 하는 것이 나의 인간적인 모든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과 연애의 깊이는 달랐다. 결혼은 내가 어디까지 못난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태생부터 성장 환경과 가치관까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삶을 공유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다. 다행히 옥신각신하고 으르렁거리면서도 지금까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며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가끔 블로그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화목하게 살아가는 이웃 부부의 모습을 보면 엄청난 질투심과 좌절감을 느낀다. 다행인 것은 내 주변에는 결혼 후에도 열정(?)적으로 뜨겁게 사랑하는 부부는 없다.




솔직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결혼 이야기



오늘 읽은 임경선 님의 '평범한 결혼생활'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부부로서 맞춰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결혼 20주년을 맞이해 그동안의 결혼생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수필로 썼다. 수필은 저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문학 장르라고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솔직하다. 솔직하게 결혼 이야기를 펼쳐 놓기 때문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심지어 저자는 본인의 청첩장 내용도 책을 통해 공개했다.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로 담은 신개념 청첩장이었다. 청첩장 마지막에 '100번을 다시 태어난다 해도 YES, I DO 저는 당신의 아내가 될 것입니다.'라는 문장과 '빠리의 새벽, 갓 구운 빵을 사러 가기'와 같은 문구는 당사자인 저자뿐만 아니라 나의 손발도 오글거리게 만들었다. 저자는 그렇게 쓴 청첩장 또한 자신의 역사이기에 민망하고 부끄럽지만 청첩장을 공개했다고 한다. 저자의 용기 덕분에 나는 그렇게 닭살 돋게 서로를 애정 하던 신혼부부가 20년 동안 어떻게 진화하는지 재미있게 지켜볼 수 있었다.



책은 첫 페이지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결혼은 안정이 아니라 불안정의 상징이란 첫 페이지 문구에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그동안 나만 불손한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니었다. 결혼이란 제도가 연애보다는 확실히 구속력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트너가 영원히 내 곁에 있어준다는 보장은 없다. 긴 인생을 살아가며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에게 한 번 정도 매력을 느낄 가능성은 매우 높기에 결혼은 불안정의 상징이다. 그러고 보면 결혼으로 인해 맺어진 부부의 인연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인생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여행 중에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듯이 배우자는 인생이란 여행에서 만난 동반자다. 단, 꽤 긴 시간을 함께 하는 동반자이다. 여행의 동반자는 어느 순간의 갈림길 앞에서는 헤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독립을 앞두고 부모님과 헤어져서 따로 살듯이, 언젠가는 배우자와도 이별의 순간이 올 것이다. 결혼은 안정이 아니라 불안정의 상징이고, 배우자 역시 언젠가는 헤어질 동반자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배우자와의 인연과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한편 결혼에 대한 책은 시중에 참 많다. 특히나 교훈을 통해 부부관계를 가르치려는 책도 참 많다. 그런 책은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생긴다. 나와 똑같은 상황에 처하지도 않았으면 웬 훈계라는 삐딱한 생각이 든다. 기대 없이 보게 되었던 이 책을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적어도 나의 삶과 생각이 정답이라는 강요의 느낌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생활과 관련된 저자의 50가지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와 비슷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격하게 공감하며 피식 웃을 수 있었고, 나와 다른 점 또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고작 결혼 4년 차인 나의 입장에서 결혼과 행복을 쉽게 정의할 수는 없다. 다만, 저자의 말대로 적당한 때가 오면 결혼과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평범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결혼생활을 평범하게 잘 유지하고 싶다. 불안정의 상징인 결혼 생활을 평범하게 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나는 저자처럼 배우자와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글을 통해 표현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공개적인 글이 아니더라도 아내가 원하는 소통 방식으로 결혼과 배우자에 대한 나의 생각, 꿈, 욕망 등을 솔직하게 드러내야겠다. 그리고 아내의 생각, 꿈, 욕망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집중해서 듣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힘든 직장 및 육아 생활과 나의 자기 계발을 핑계로 아내의 이야기를 외면하지 말아야겠다. 평범한 결혼생활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이다.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해서는 서로에게 솔직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4년을 함께 살며 아내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와 다른 점은 아닌지 다시 한번 고찰을 해봐야겠다. 인간은 생각보다 자기 위주의 동물이기 때문에 나와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해야 인지부조화가 해결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를 대할 때만큼은 나와 다른 점을 단점이 아닌 다름으로 받아들여야겠다. 누군가는 사랑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35년의 시간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매사에 같은 곳을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상대와 내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힘겹게 맞춰가는 과정보다 나와 배우자가 바라보는 곳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나는 산을 바라보는데 배우자는 바다를 바라보기를 원한다면 있는 그대로 그녀의 욕망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내가 산을 좋아하는데 배우자인 네가 어떻게 바다를 좋아할 수 있느냐 라는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기 시작하면 지옥이 시작됨을 4년 간의 결혼생활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와 다른 점을 단점이 아닌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배우자를 인정하는 과정에서 나는 더 좋은 남편이자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결혼은 끝이 아니다. 기나긴 세월의 시작일 뿐이다. 그리고 평범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반드시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결혼 그 자체로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 결혼을 통해 얻게 된 배우자와의 좋은 관계가 행복한 삶을 선사할 것이다. 세상에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아직 은퇴 이후를 바라보기에는 20년의 세월이 남았다. 20년 후 제2의 인생을 잘 살기 위해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바로 '건강, 관계, 돈'이었다. 건강과 돈도 행복한 노년 생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건강과 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람과의 관계이다.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가장 노력해야 할 관계는 바로 아내와의 관계다.



책에서 저자의 남편은 도대체 개인적인 TMI가 가득한 이 책을 돈 주고 사서 누가 읽겠느냐고 지적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 부분에서 사실 좀 찔렸다. 돈을 주고 사서 보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은 1인이기 때문이다. (다시 돌이켜봐도 책은 참 좋았지만, 돈을 주고 새 책을 사지는 않았을 듯하다. 남편분의 혜안도 대단하다.) 신혼부부이거나 조금 보수적인 성향의 독자라면 저자의 생각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이 책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결혼에 대한 솔직한 저자의 생각이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혹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방어한다거나 스스로를 포장하려는 느낌이 들었으면 이 책의 매력은 확 떨어졌을 것이다. 결혼이라는 제도와 결혼 생활에 대한 깊은 통찰과 색다른 시각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평소 임경선 작가를 좋아하셨던 분들께 이 책은 작가와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더라도 결혼이란 시스템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도 괜찮은 책이다.






나는 아내가 쓴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에세이를 포함해 그이가 쓴 스무여 권의 책 가운데 딱 두 권을 봤다.

그 책에는 우리 딸이 주요 등장인물이어서였다.

그래도 벌써 다섯 번째 소설이니 나름 고정 팬은 몇 분 있지 않나 싶다.

아내가 건강하게 오래 글을 썼으면 좋겠다. 책을 내느라 정신이 없을 때가 나도 편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결혼생활, 51쪽




정말이지 내 눈을 의심하며 몇 번을 반복해서 저 부분을 읽었다.

100번을 다시 태어난다 해도...

백 번을 다시 태어난다 해도...

...쳐돌았나.


100번을 결혼해도 같은 남자라니.

100번을 흔들린 거라면 모를까.


평범한 결혼생활, 75쪽




참, 평소 친구들이 많지 않은 나는 막상 혼자가 되어버리면

겉보기보다 마음이 약해 외로움을 많이 탈지도 몰라.

그래서 늦은 나이에 연애를 해서

또 한 번 결혼을 할지도 몰라.

어쩌면 당신이 아는 사람이 될지도 몰라.


평범한 결혼생활, 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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