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천소년 Oct 08. 2020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

불운을 행운의 기회로


'전화위복(轉禍爲福 )'이라는 사자성어 아시나요? 재앙이 복으로 바뀐다는 뜻입니다. 어떤 불행한 일이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강인한 의지로 힘쓰면 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로 풀이되기도 합니다. 재앙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에서 찾아옵니다. 하지만 마음가짐에 따라 그 재앙을 더 큰 화로 키울 수도 있습니다. 이 위기가 나에게 어떤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사실 살면서 겪었던 위기의 순간들이 지나고 보면 제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더라고요. 오늘은 제가 최근에 겪은 두 가지 이야기로 전화위복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하루 아침에 '맑음'에서 '흐림'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10년 만에 스포츠머리 스타일이 되다


6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집 근처 남성 헤어 전문점이 있다고 장모님께 추천을 받았습니다. 대구에는 보기가 참 드문데 천안 집 근처에는 두 군데나 있었습니다. 헤어컷 한 번에 가격이 5천 원이었죠. 대구에서 한 번 머리할 돈으로 천안에서는 세 번이나 머리하러 갈 수 있습니다. 안 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카드 결제하기에도 미안한 금액이라 현금 5천 원을 들고 미용실에 방문했습니다. 만석이었지만 5분 정도 기다리니 바로 제 차례가 왔습니다. 살면서 가장 저를 곤란하게 하는 질문이 바로 이것입니다. "어떤 스타일로 해 드릴까요?" 저는 늘 그랬듯이 기계적으로 대답했습니다. "현재 머리 형태대로 단정하게 쳐 주세요." 그런데 날씨가 더워지다 보니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조금 짧게 잘라 주세요. 최소한 머리 자른 티는 나게 잘라 주세요."


미용사께서는 알았다고 대답하시며 저의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약간의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제 옆자리에 앉아 있는 손님들 모두 다 동일한 스포츠머리의 형태도 변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미용사들의 손에는 가위가 아닌 머리카락 밀기가 용이한 바리캉이 들려져 있었다. "잠깐만요."라고 말하려고 하는 찰나 저의 왼쪽 옆 머리가 시원하게 잘려 나갔습니다. 그냥 눈을 감아 버렸습니다. 잠시 후 눈을 뜨니 서른 살 이후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던 군인 머리의 제가 거울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여기가 5천 원을 받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곳은 고객에게 어울리는 머리 스타일을 고민하지 않고, 모든 고객들에게 천편일률적인 스포츠머리 스타일로만 머리카락을 자르는 곳이었습니다.  


사실 대학생 시절과 직장인 초기 시절 저는 늘 스포츠머리였습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10킬로 이상 적게 나가는 몸무게에 날렵한 턱 선을 자랑했기에 스포츠머리가 잘 어울렸죠. 서른 살 이후 살이 찌고부터 스포츠머리를 하면 영락없이 강호동 님의 느낌이 나게 되었습니다. 어느 시점 이후부터 한 번도 스포츠머리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집에 와서 한 번 더 거울 속 저의 모습을 보니 심란해졌습니다. 그래도 부정적인 이 상황을 유쾌하게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고민했습니다. 지금까지 늘 다이어트를 외쳤는데 절박하게 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울 속 보름달처럼 꽉 찬 저의 얼굴을 보니 다이어트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올라왔습니다. 저녁부터 파프리카와 삶은 계란을 먹기 시작했고, 주 중에 대구에 가서도 식습관을 조절해야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거울 속에 비친 저의 스포츠머리는 저에게 운동과 식단 조절에 대한 최고의 동기 부여가 되어 주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체조부터 했고, 일상에서 틈이 날 때마다 스쿼트를 했습니다. 7월부터는 3킬로 달리기와 매일 만 보 이상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비해 8킬로나 몸무게가 줄었습니다. 스포츠머리로 스타일이 변하지 않았으면 이 정도로 절박하게 살을 빼야겠다는 다짐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다이어트한다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저는 매일 아침 체조를 하고, 수시로 스쿼트를 하며, 매일 만 보 이상 걷고, 1주일에 3번 이상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불행은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아니 인연처럼 저는 남성 전문 헤어숍에 가게 되었고 원치 않는 머리 스타일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소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불행과 불운을 행복과 행운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은 전화위복이라는 것을요. 저를 찾아온 불행과 불운은 저의 의지와 마음가짐으로 얼마든지 복된 일로 바꿀 수 있음을 말이죠. 이제는 꾸준히 좋은 생활 태도를 유지해 숨겨왔던 저의 턱 선과 복근을 되찾고 싶습니다.





어린이집 휴원으로 위기에 처한 나의 여름휴가 목표


얼마 전 2주간의 휴가 계획에 대해 블로그를 통해 알린 적이 있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2주라는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설레는 마음으로 글로 썼었죠. 2주 후에 저의 다짐을 행동으로 실천했다고 블로그에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지난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루 확진자 수가 300명이 넘어섰고,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었습니다. 어린이집 역시 휴원에 들어갔죠. 물론 저희는 맞벌이 부부라 긴급 돌봄을 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호자인 제가 집에 버젓이 있는데 긴급 돌봄을 쓸 수는 없죠. 이번 주부터 아이를 제가 돌보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월요일 아침에는 짜증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저의 여름휴가가 날아가는구나 싶었습니다. 아이 등원시키고 난 후 시원한 카페에서 글도 쓰고,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맛집에 가 점심 식사를 하고, 천안의 명소도 방문했던 지난주 화 수 목 금이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감염 우려로 외출도 불가능했습니다. 오늘부터 아이 데리고 외출하면 안 된다고 당부하는 아내의 말도 잔소리처럼 느껴졌습니다. 천안도 수도권이라고 느낀 것이 하루 10명씩 확진자가 나오더라고요. 하루 종일 아이를 봐야 하면서도, 외출도 못 하는 현실이 갑갑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내는 어느 때처럼 출근을 했고, 아이의 아침밥과 후식을 챙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고 어린이집도 쉬게 되었어. 그래서 진헌이는 어린이집에 당분간은 못 가. 이번 주는 아빠와 집에서만 같이 지내야 해."    


그 순간 저는 보았습니다. 아들의 가장 환한 미소를 말이죠. 어린이집 안 간다고 하니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울화가 조금은 가라앉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나의 불행이 우리 아들에게는 행운이구나. 세상 일이란 것이 내 뜻대로 되기만 하지 않죠. 우리 인생은 본인의 노력과 의지와 상관없이 실패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더라고요.



이 웃음을 보고 생각의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생각해 보니 여름휴가에 대한 다짐을 못 지킬 일도 없더라고요. 첫 번째 목표였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아이의 어린이집 휴원과 아무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하루 종일 아이와 놀아주다 보니 밤에 잠도 더 잘 듭니다. 이번 휴가에서 최고의 성과는 매일 밤 일찍 잠을 잤고, 매일 아침 개운하게 일어났던 것입니다.


두 번째 목표였던 1일 1글쓰기 역시 잘 지키고 있습니다. 일찍 자니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새벽에 눈을 뜨면 몸을 깨우기 위해 물 한 잔을 마시고 샤워부터 합니다. 쌀을 물에 불리고 난 후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글쓰기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 시간이 하루 중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흰 화면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하는 이 시간이 즐겁습니다.   


세 번째 목표였던 아내와 아들을 위한 내조의 왕이 되는 것은 오히려 더 가까워졌습니다. 내조의 왕이 될 기회를 제대로 잡았습니다. 5일 동안의 전업주부 경험으로 육아휴직 때 아내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어난 것도 호재입니다. 하루 종일 저 혼자 아이를 독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도 좋습니다. 아이가 평소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놀이를 가장 좋아하는지, 언제 기분이 좋고 나쁜지,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는지 아빠로서 아이를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어느 날 아이는 부쩍 커버렸습니다. 한 번씩 튼실한 장단지를 보면 깜짝 놀랍니다. 하지만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커진 것이 아닙니다.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단 1주일이라도 미세한 아이의 성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습니다.


물감으로 숫자 그리기
클레이로 다양한 색 조합하기
아빠와 같이 읽고 싶은 책 읽기


네 번째 목표는 독서였습니다. 어차피 독서 목표가 권 수를 채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휴가 기간 동안 강박 관념을 갖고 계획했던 책을 다 읽을 생각도 없었고요. 그저 매일 책을 읽고, 그 과정을 통해 생각 근육을 키우고 하나라도 제 생각과 습관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독서의 목적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아빠 없이 아이 혼자서 집중해서 놀 때가 있더라고요. 그때 아이 근처에서 책을 꺼내 읽습니다. 그렇게 아이와의 육아 속에서도 틈나는 대로 자투리 시간에 책을 읽으니 하루 1시간 이상은 독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겠더라고요. 아이 낮잠 시간도 있고요. 고맙게도 아직은 40분에서 1시간 정도 낮잠을 자야 하는 34개월 아기랍니다.


다섯 번째 목표 역시 더 이루기 쉬워졌습니다. 바로 걷기나 달리기를 통한 운동입니다. 지난주까지는 땡볕에 운동해야 했거든요. 새벽에는 글쓰기를 해야 했고, 저녁에는 일하고 들어온 아내에게 미안해서 운동하러 나가겠다는 말을 못 꺼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부터는 아내가 먼저 제안을 해주었어요. 하루 종일 집에 있어 답답할 테니 저녁 1시간 정도는 바람 좀 쐬고 오라고. 대신 마스크 꼭 착용하고, 사람 많은 곳이나 실내에 가지 말라는 당부도 합니다. 그래서 지난주부터 못 했던 달리기를 이번 주에 시작했습니다. 어제도 태풍을 뚫고 3킬로 정도 뛰었는데요, 너무 기분이 좋고 상쾌하더라고요. 달리고 난 후에 집에 와서는 더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아내와 아들을 대합니다. 운동을 하고 오면 정신은 더 맑아집니다. 운동을 한 후 저의 활기찬 모습에 아내는 그다음 날 또 나가라고 합니다. 운동으로 아내와의 관계까지 좋아지고, 아내는 다시 저에게 운동 나가라고 권하는 일종의 선순환 구조입니다.


빗 속에서도 달리기를 하러 집을 나섰습니다.


마지막으로 계획했던 여행은 접어야죠. 이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지난 주말 계획했던 강원도 평창 2박 3일 여행도 모두 취소했습니다. 작년 여름에 출장으로 평창에 간 적이 있어, 올해 여름은 꼭 여행으로 평창에 가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그래도 여행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갈 수 있으니깐요. 코로나로 인해 최전선에서 고생하시는 의료진과 공무원들을 생각하면 민간인인 저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생활 속 예방 수칙이라도 잘 지키는 것입니다.


그래도 6개의 목표들 중 5개를 계획했던 대로 잘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해도 어디에요. 세상과 가족 그리고 나 자신에게 감사할 일입니다. 그리고 코로나19 확진자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은 적어도 저에게는 호재가 되었습니다. 아니, 호재로 만들었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글을 나가며


코로나 사태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고군분투하고 있고요. 일상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현실 자체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고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시대에서도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는 어떤 일이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불행과 실패 역시 일어날 수 있고요. 세상살이에서 좋은 일만 생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우리는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잡을 수 있습니다. 저는 원치 않았던 스포츠머리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얻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학교 교육의 변화로 제 직업에 대한 확신을 얻었고요. 코로나로 인한 아이 어린이집 휴원으로 가족과의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되었고 우리 가족은 더 행복해 졌습니다.


김민식 피디는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인생에 등장할 때마다 '이 사람은 또 나에게 어떤 행운을 가져다줄까.'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불행과 불운은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행복과 행운으로 만들 수 있는 힘 또한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집니다. 잘못 탑승한 기차도 때로는 목적지에 데려다준다고 합니다. 우리 삶의 모든 순간마다 의미가 있습니다. 행복했던 순간도 그리고 불행했던 순간도 말이죠. 이 글을 읽고 오늘의 불행과 불운을 어떻게 행복과 행운으로 바꾸어 볼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시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 혁명의 첫걸음, 아침을 바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