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좀 권해볼까

9월에 읽은 책들

by 영천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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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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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9월 색종이 독서모임에서 선정한 책이다. 9월 독서모임의 발제와 진행을 맡았기에 8월에 이어 9월에 한 번 더 '사피엔스'를 읽었다. 너무 방대한 지식을 담은 내용이라 책의 내용을 요약하며 읽어야 했다. 한 챕터씩 읽고 난 후에는 블로그에 간략하게 글로 정리해 보았다. 총 7편의 글이 나왔다. 나에게 2021년 9월은 사피엔스를 읽고 정리한 달로 기억이 될 것이다.


사피엔스를 읽기 전의 나와 읽고 난 후의 나는 분명히 무언가가 달라졌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다고 해야 할까? 두 번에 걸쳐서 읽었다고 해도 이 책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도 600쪽이 넘는 벽돌 책 읽기를 완수했다는 것 자체로도 뿌듯함이 느껴졌다. 인류의 역사를 다룬 두꺼운 빅 히스토리 책을 독파하고 나니 다른 책을 읽고 팟캐스트를 들을 때도 도움이 되었다. 조금 더 인문학적 배경지식이 탄탄해진 듯하다.


사피엔스는 호모 사피엔스인 인류가 어떻게 지구를 지배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주제를 통해 유발 하라리가 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인간은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통해 끊임없이 물질적인 부 축적을 추구하며 성장해 왔다. 그리고 인간을 제외한 모든 지구 생명체를 함부로 대하며 인류는 엄청난 발전을 해왔다. (사실 같은 종족인 사피엔스끼리도 학살이 일어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의 식량으로 쓰이는 소, 돼지, 닭, 양들이 겪는 수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유발 하리리는 묻는다.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 온 우리는 과연 이전의 세대보다 더 행복해졌는가?


사피엔스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로병사'라는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 이제는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겸허한 마음으로 더욱 힘을 키우기보다는 이미 우리가 지니고 있는 힘을 어떻게 행복으로 전환할지에 대해 고민할 차례가 아닐까. 사피엔스의 후속작인 '호모 데우스'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도 읽어 봐야겠다. 빅 히스토리를 통해 인간과 사회, 그리고 역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은 분께 이 책을 추천한다.



2. 몸이 먼저다, 한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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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 나의 경우, 나를 공감해 주는 사람을 찾아가거나 전화 통화를 통해 수다를 떤다. 그것으로도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 술을 마신다. 아내와 싸우고 나면 혼자 부엌에 앉아 술을 마시고는 한다. 왜 나는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술을 찾을까? 왜 우리는 화가 날 때 술을 마실까? 사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술을 찾는 이유는 드라마와 영화와 같은 대중매체의 영향 때문이다. 너무나도 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 주인공은 한결같이 화가 날 때마다 소주 병나발을 불거나 줄담배를 피운다. 보통 권력자들은 꼭 책상 위에 있는 물건을 쓸어내리거나, 잡히는 대로 물건들을 집어던진다. 우리 입장에서 아무리 화가 나도 나의 물건은 소중하고 결국 내가 치워야 하기에 권력자들의 방법을 쓸 수 없다. 결국 우리는 화가 났을 때는 흡연이나 음주를 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세뇌 당해 왔다.


하지만 화난 상태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불타고 있는 집에 기름을 붓는 행위라고 저자는 일침을 가한다. 술은 화가 났을 때가 아니라 기분이 좋고 마음이 평온할 때 마셔야 한다. 다행히 작년부터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술을 마시는 대신 걷거나 달린다. 특히 땀이 날 때까지 달리다 보면 화가 누그러질 때가 많다.


'몸이 먼저다'의 한근태 작가는 앞으로 화가 났을 때 이렇게 하라고 조언해 준다.


마음이 괴롭고 사는 게 힘든가? 최선의 치료법은 몸을 괴롭히는 것이다. 하루 종일 산을 타고, 지리산 종주를 해봐라. 한없이 강변을 걷거나 자전거로 달려봐라. 시간이 없다고? 그럼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 스무 번을 하거나 푸시업을 200개쯤 해봐라. 그리고 나서도 화가 나면 정말 당신은 화가 난 것이다. 쓸데없는 화로 몸을 축내지 말자. 자주 열을 받고 화를 낼수록 우리의 수명이 단축된다. 화를 다스리지 못하면 언젠가 당신 몸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 몸을 챙겨주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운동을 하면 좋은 점, 몸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습관 등을 쉽게 일러준다. 특정 부위가 아프다면 그 부위를 단련시켜야 한다. 나의 경우 어깨가 고질적으로 아픈 편이다. 작년부터 매일 15분씩 어깨 체조를 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어깨 체조를 시작하고부터 한 번도 목과 어깨가 결리거나 담이 온 적이 없다. 남은 2021년도 나를 사랑하기 위해 내 몸을 아껴줄 것이다.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는 '만 이천 보 이상 걷기, 1주일에 3일 이상은 3킬로미터 이상 달리기, 매일 푸시업 100개 하기, 물 2리터 이상 마시기'의 루틴을 유지할 것이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분과 몸을 제대로 만들기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싶은 분께 이 책을 추천한다.




3. 싱크 어게인, 애덤 그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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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시험 종료를 몇 분 앞둔 상태에서 미심쩍은 답을 붙들고 있다. 최초의 직감을 믿고 답을 그냥 두겠는가, 아니면 바꾸겠는가? 나는 지금까지 답을 고치면 틀릴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지는 게 상식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믿어왔던 그 상식을 친절하게 학생들에게도 진리인 마냥 알려줬다. 하지만 저자는 실제로 답을 바꾼 경우 오답에서 정답으로 바뀔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근거 자료를 통해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일깨워주었다.


우리는 한번 결정한 답을 다시 생각하는 것만 망설이는 게 아니라 다시 생각하는 것 자체를 망설인다. 다시 생각하기에 따르는 인지적 게으름과 결정을 바꾸었을 때 따르는 정체성 위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우리는 의심할 때의 불편함보다 확신할 때의 편안함을 더 좋아한다. 특히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익숙하고 학습된 반응을 보인다.


이 책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생각들을 의심하라고 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종종 물어보던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네 꿈이 뭐니?"와 같은 질문이 다시 생각하기에 따라 정말 쓸모없는 질문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인생이란 특정 시점에서 모든 게 끝인 것처럼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성장은 죽을 때까지 무한하며 일이 인생에서 전부도 아니다. 진로교육은 학교라는 공간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 좋다고 여겼던 것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진로에 있어서만큼 끊임없이 다시 생각하기를 통해 나에게 물어봐야 한다. 스무 살에 자신의 경력 계획에 가장 확신을 가졌던 학생이 서른 살에 가장 크게 후회를 한다고 한다. 내 정체성의 소중한 것들 가운데 하나를 버릴 시점을 아는 것이 바로 지혜이고 더욱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애덤 그랜트의 '싱크 어게인'은 열린 마음으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방법과 태도를 알려준다.


이 책을 읽었다면 작년 3월에 '네이버'와 '키움증권' 주식을 매도하고 '인버스'를 매수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조금 더 일찍 영어권 나라에서 살고 싶어 하는 아내의 꿈을 지지해 주었을 것이다. 지금 내가 머무르고 있는 장소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기 이전에 오늘 하루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 봤을 것이다. 다시 생각하기를 통해 나의 일상에 작은 변화를 줌으로써 훨씬 더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애덤 그랜트의 책은 분량이 많이 조금의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가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다시 생각하기'의 기술과 습관은 이제 어설프게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하며 조금은 교만해진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글을 읽고 쓰는 과정의 목적은 나의 신념을 공고히 하는 게 아니라, 나의 신념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도록 점검하고 확인하는 데 있다. 나의 생각을 의심하는 과정에서 나의 신념을 업데이트하고, 관계에 있어 다시 생각하기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열고, 집단의 사고방식을 바꿔 평생 학습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400페이지가 넘는 다소 부담스러운 분량의 이 책을 추천한다. '애덤 그랜트'는 절대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4.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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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출산 후 아내가 외국에서의 생활을 꿈꾸고 계획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중화권에서 살아 봤으니 영미권에서 살고 싶다는 그녀의 꿈을 부부가 된 이상 응원할 수가 없었다. 집을 샀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또 집을 샀다. 나는 내가 갖고 있는 것에 충분히 만족했고, 지키고 싶었고, 그것들로 인해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휴직 대신 일할 수 있는 시기에 더 열심히 벌어서 자산을 키우고 싶었다. 더 많이 소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휴직을 한 후 익숙하지 않은 낯선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의미 없고 위험해 보였다. 새로운 경험이 나의 삶에 아무런 이득이 없을 거라 예측했다. 그녀가 아내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녀의 새로운 도전에 손뼉 쳤을 것이다. 기존의 이익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로 전진하고자 하는 용기를 지닌 그녀를 격려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놓고 머무르고 있는 곳을 떠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근무하는 직장과 거주하는 곳이 최고였다.


한편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라는 고전을 읽으며 내가 소유형 인간임을 알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사실 소유형 인간이다. 우리는 소비하기 위해 존재하고, 소유해야만 안정감을 느끼도록 교육받았고, 블로그를 보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언론과 광고로 세뇌당하고 있다.) 저자인 에리히 프롬은 대놓고 우리 모두 존재를 지향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지금 사회에서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것만 소유하고 살 수는 없다. 다만 나의 존재 이유를 소유에서만 찾는 모든 행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내가 가진 집이나 차와 같은 물건, 직장과 직위 등이 나의 정체성을 대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얼마 전에 2년 만에 처음으로 스크린골프를 쳤다. 단골로 가던 스크린골프 사장님이 당장 골프채를 가져가지 않으면 버리겠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골프채를 회수하러 간 김에 마지막으로 골프 게임을 즐겼다. 2년 만에 채를 잡았지만 놀랍게도 내 몸은 드라이브와 아이언 스윙에 대한 감각을 기억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드라이브와 아이언의 스윙 궤적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의 게임이라 퍼팅을 많이 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스코어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예전에 몇 년 동안 매일 연습장에서 스윙 연습을 했던 것이 어느 정도 나에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내 몸은 답을 알고 있었다. 물론 계속 골프를 치지 않으면 언젠가 나에게 남아 있던 모든 골프 능력이 사장될 것이다.


골프를 치고 난 후에 골프채를 자취 집 베란다 구석에 놓으며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골프에 여가 시간을 내줄 수가 없다.) 어쩌면 진짜 나의 모습은 내가 갖고 있는 능력과 역량이 아닐까. 내가 갖고 있는 최신 스마트폰이나 차의 경우 쓰면 쓸수록 성능과 기능이 떨어진다. 반면에 내가 갖고 있는 나만의 본질적 힘은 쓰면 쓸수록 더 성장한다. 작년부터 시작한 독서와 글쓰기도 그러하다. 예전 같았으면 '소유냐 존재냐' 같은 책은 못 읽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지금까지 160권 정도의 책을 읽으니 흥미만 있다면 다소 두꺼운 책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지구력을 갖게 되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 같은 SNS를 통해 매일 조금씩 쓰다 보니 실력이 조금씩 늘고 있다. 글을 읽고 씀으로써 지적 능력 및 창의적인 힘은 죽을 때까지 키울 수 있다. 매일 달리고 걷고 근력 운동을 함으로써 신체의 운동 능력 역시 단련되고 있다. 매일 영어 공부를 함으로써 언어 습득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며, 매일 감사일기를 쓰며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을 통해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힘도 분명 성장하고 있다.


이제 나는 아내가 휴직을 하고 뉴질랜드나 캐나다로 떠나자고 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물론 잠시 수익이 없더라도 외국에서 생활이 가능하도록 사전에 철저한 계산이 필요하기는 하다.) 나라는 사람의 존재는 내가 소유한 것들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니다. 내가 행하는 행동이 곧 '나'이다. 외국에 가서도 난 여전히 지금까지 매일 꾸준히 하고 있던 것을 해나갈 것이다. 단단한 루틴과 일상을 통해 나라는 존재로서의 충만함을 느끼면서 살아갈 것이다. 나의 삶을 사랑하고, 내게 주어진 모든 가능성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나의 역량을 믿으며,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고 있다는 신뢰가 내 삶을 더 안정적으로 균형감 있게 만들어 준다.



5. 라틴어 수업, 한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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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섯 살 아들은 러시아 알파벳 공부에 빠졌다. 종이만 있으면 러시아 알파벳을 순서대로 쓴 다음 부모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린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가장 가고 싶은 나라도 러시아라고 하고,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도 러시안인이라고 한다. 아들의 열정을 응원하기 위해 아내는 러시아어 알파벳 퍼즐을 해외 직구로 사주었고, 러시아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아들을 보며 공부는 어디에서 무엇에서부터 시작하는가 하는 질문을 해보았다. 나는 부모님의 칭찬을 듣기 위해서 학창 시절 공부를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수학은 우리 학교에서 네가 제일 잘 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주야장천 수학 문제집만 파고든 적도 있다. 아들은 우연히 보게 된 러시아어 유튜브를 통해 러시아어 발음에 매력을 느껴 러시아어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또한 러시아어 노래를 부르거나 러시아어 글자를 쓸 때마다 보내는 부모의 열광적인 호응이 아이로 하여금 더 글자 공부에 흥미를 가져다주었을 수도 있다.


'라틴어 수업'의 한동일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즐겁지 않은 공부인데 거창한 목적까지 있어야겠냐고. 뭔가에 관심이 생기고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의 시작은 남들에게 있어 보이고 싶은 유치함일 수도 있다. 그 유치함으로 끝내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상상함으로써 그저 그런 유치함이 아니라 위대한 유치함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매일 배움을 목표로 하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또한 번뜩일 정도로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결심한 것을 우직하게 꾸역꾸역 해내는 힘이 나의 무기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한국인 최초로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가 된 저자는 2010년대 초반 서강대학교에서 '라틴어 수업'을 진행했다. 이 책은 그때의 강의를 글로 옮긴 것이다. 사실 라틴어를 설명하는 부분은 독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라틴어를 통해 로마의 문화와 사회 그리고 유럽의 역사와 철학을 배울 수 있다. 게다가 삶에 대한 통찰과 올바른 태도까지 전달해 준다. 라틴어라는 언어적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로 하여금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하게 만드는 그의 수업이 놀라웠다. 매일 학생들 앞에 서는 나의 입장에서 단 한 번이라도 아이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을 한 적이 있나 반성해 보았다.


좋은 구절이 너무도 많은 책이다. 밑줄 그어가며 나의 경험과 생각을 적어가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서관에서 대출하기보다는 구입하기를 권한다. 강의를 책으로 옮긴 구성이기에 잠들기 전이나 매일 아침 한 챕터씩 읽는 것도 추천한다.


우리가 겪고 받아내야 할 감정도 매일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어요. 하루 분량의 한계를 넘은 감정은 내일로 넘길 수밖에 없죠. 하루의 괴로움은 그날에 겪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무엇 하나에 꽂히면 하루 종일 그 생각뿐이고 잠도 잘 이루지 못합니다. 우리가 절망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내일로 미룰 수 있는 힘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웃음을 주는 내가 존재할 때 가능합니다. 힘든 순간에도 절망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분노를 내일로 미룹시다. 그 순간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려봅시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우리는 죽은 자가 간절히 바란 내일이었을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6.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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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습관처럼 출근하고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우리들에게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이자 경영의 신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나모리 가즈오가 묻는다.


왜 일하는가? 일을 사랑하는가? 무엇을 꿈꾸는가? 노력을 지속하는가? 현재에 만족하는가? 창조적으로 일하는가?


저자인 이나모리 가즈오는 지방대 출신으로 중소기업이었던 '교세라'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평생 동안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에게 일은 스스로를 단련하고 삶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하는 행위였다. 첫 직장에서 그는 자신의 전공과 전혀 무관한 분야의 일을 맡게 된다. 게다가 회사는 어려워 입사 동기들은 앞다투어 이직하거나 회사를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집중했다. 어느 순간 일을 사랑하는 경지까지 도달한 그는 그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되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하며 살기가 쉽지 않다. 더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도 어렵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맡은 일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얼마 전 퇴직하신 친척 분께 요즘 어떤 일을 하며 지내시는지 여쭈어보았다. 그는 40년을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이제는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편하게 쉬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 역시 언젠가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설 거라고 생각한다. 100세 인생이라고 가정했을 때 퇴직 후 일을 하지 않고 지내기에 남은 생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평생 동안 잠자는 시간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은 늘 염두에 두어야 할 말이다.


한편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나를 면도날같이 샤프하고 비상한 머리를 지닌 동료들과 비교하며 열등감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 비범하게 뭔가를 잘하지는 못해도 내가 결심한 뭔가를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성실성이 나의 자랑이라고 여겼다. 가령 나는 등교 시간에 맞춰 교무실에 머물지 않고 교실에서 반 학생들을 맞이해주는 일은 10년 넘게 하고 있다. 작년부터 매일 블로그에 글 한 편씩 포스팅하겠다는 결심을 지키고 있다.


한편으로는 내세울 만한 것이 성실함뿐이라는 사실에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왜 일하는가'를 읽고 난 후에 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저자는 지루한 일이라도 계속해나가는 힘이야말로 인생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드는 진정한 능력이라고 평가했다. 알 수 없는 5년 후가 아닌 오늘 하루에 승부를 걸고 집중하는 저자의 삶의 태도를 배우고 싶다.



7.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임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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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맛있는 점심을 먹고 기분이 좋았는지 "아빠 사랑해요!"라고 아들이 내 목을 감싸 안았다. 그러고 난 후 나를 보고 안아달라고 내 앞에 선다. 안아 달라고 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기에 아이가 요청하면 마음껏 안아주고 목마를 태워준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누군가가 이렇게 나에게 온전히 의지하는 경이로운 경험이다. 아들을 통해 무한한 기쁨을 얻게 되었고, 대신 평생의 홀가분함은 잃게 되었다. 또한 무한한 행복을 얻은 만큼 아빠로서 무거운 책임감도 느껴진다. 사랑스러운 아이를 두고, 대구로 가야 할 순간이 오면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대구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아이에게 함부로 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후회와 죄책감의 감정이 밀려온다.


아이에게 화내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나 같은 부모를 위한 책이 있다고 해서 읽어보았다. 바로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라는 책이다. 당연히 나이가 많은 부모가 어른의 태도를 보아야 한다.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고 소리를 지를 때의 나를 돌이켜보면 감정과 체력 모두 소진되었거나 지쳤을 때이다. 원래부터 나빴던 사람들이 아이를 학대하는 것이 아니다. 지치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아이에게 화풀이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언제나 안정적이며 괜찮은 아빠일 수 있도록 더욱 잘 일하고 잘 쉬고 잘 놀아야겠다. 신체와 정신 모두 건강할 수 있도록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겠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지식의 착각'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나 역시 어린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안다는 착각 말이다. 내가 살았던 시대와 나의 아들이 살아갈 시대는 다르다. 내가 알고 있던 상식과 세계관이 전부가 아니다. 나의 이성적인 판단만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이 될 거라는 착각은 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빠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아이가 잘 적응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아빠로서 아이에게 이것만큼은 욕심을 내고 싶다. 독서와 여행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매주 아이와 도서관에 갈 것이고, 매달 아이와 새로운 곳에 여행을 갈 것이다. 새로움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는 독서와 여행을 통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으로 우리 아들이 성장하기를 바란다.



8. 더 좋은 곳으로 가자, 정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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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은 정시 퇴근 후 가족이 있는 천안으로 가기 위해 동대구역으로 향한다. 늘 그랬듯이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 기차 안에서 읽을 책을 고른다. 휴대폰 메모 앱을 통해 2021년 독서 목록에 있던 책들이 중고서점에 있는가를 검색해 본다. 그런데 계산대까지 최종적으로 함께 하게 된 책은 독서 목록에 있는 책이 아니라 처음 만난 책일 때가 있다. 정문정 작가의 '더 좋은 곳으로 가자'라는 책도 후자의 케이스다. 독서 목록에 있던 '책은 도끼다'를 선택한 후 계산대로 가는 길에 신간 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한 것이다.


나는 정문정 작가의 팬이다. 그녀의 전작이자 엄청난 히트작인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녀는 나와 같은 경상도 대구 출신이었다. 책을 읽으며 왠지 나와 같은 대학 출신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예상 또한 적중했다. 지방대 출신의 여성이 졸업 후 사고무친인 서울에서 뿌리를 내리며 자신의 글로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는 그녀의 삶을 동경했고 응원했다. 전작이 워낙 큰 성공을 거두어서 그런지 꽤 오랜 기간 다음 책이 나오지 않아 궁금했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중고매장에서 그녀의 신작을 만나게 된 것이다.


책 제목인 '더 좋은 곳으로 가자'처럼 이 책을 읽고 책에 나오는 일과 생활의 요령을 따라 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곳에서 작가 님을 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이 책 역시 저자의 경험이 상세히 나와 있다. 공정성이 화두인 지금 시대에서 확실히 금수저가 흙수저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부모가 자식에게 든든한 자금줄이 되어 주어서가 아니다. 부모가 지닌 문화적 자본을 고스란히 자식에게 물려주기 때문이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세상을 훨씬 더 긍정적이고 가능성이 넘치는 곳으로 바라본다. 문화적 유산을 많이 받은 사람에게는 실수도 성장이 발판이 된다. 반면에 가난한 사람은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마음마저 가난하다. 저자의 남편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으면서도 지혜롭고 현명한 삶의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를 남편의 가정을 방문한 후에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남편 주변에는 특정 상황에서 디테일하게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 책이 많았던 것이다. 반면에 저자는 그런 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여자는 선생이 최고야. 그냥 공무원 해."등의 구체적이지 않고 지시적인 말만 듣고 자랐다.


저자는 흙수저로 태어나 돈과 빽도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더 나은 곳으로 갈 수 있는 저자의 노하우를 책에 담았다. 그래서 이 책은 20대나 사회 초년생이 읽으면 더 유용하다.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 저자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로 가까운 사람의 부정적인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직접 겪어 봐야 안다. 부모님과 선생님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정확하게 모른다. 그리고 부모님이 살아온 시대와 앞으로 내가 살아갈 시대는 엄연히 다르다.


둘째는 자신의 의지를 믿지 말자. 성공한 사람은 의지가 강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실행할 수밖에 없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을 거라고 다짐하지 말고,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유료 독서모임에 가입하라. 그럼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셋째는 월급의 10프로는 나에게 투자하자. 문화적 자본이 없는 사람은 자기에게 투자하는 것을 어색해 한다. 그래서 쥐꼬리만한 월급은 어떻게든 더 모으려고 한다. 하지만 배움은 끝이 없다. 당장 나의 일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학원 수업을 듣거나 인강을 구입하라.


넷째는 꾸준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라. 질투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라. 질투는 넘사벽인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은 아니다.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나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질투를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자.


다섯째로 자주 등장하는 장소로 가라. 저자는 퇴근 후 늘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고 한다. 그곳에서 지속적으로 베스트셀러를 보면서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자주 방문하는 장소는 나의 행동과 의식을 바꿀 수 있다.


정문정 작가는 서울에서 자리를 잡은 사람이다. 대구에 있는 대학을 나와 대구가 아닌 서울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에게 그녀는 질투의 대상이다. 게다가 큰 성공을 거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녀 정도면 당연히 후배들에게 조언해 줄 수 있는 이런 자기 계발서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후배들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말이다. (물론 내가 작가님보다 나이가 더 많다.^^;;) 나 역시 후배들에게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저자처럼 더 나은 곳으로 가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고 의미 있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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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읽은 책 목록('하트'는 읽은 횟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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