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자기 발견(작가 최호진)을 읽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동기부여를 위해 책을 읽을 때마다 기록을 했다. 그 과정에서 몇 권이나 읽었는지도 체크하는데 올해가 끝나기 전에 100권을 채우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100이란 숫자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숫자에 집착하려는 태도를 경계하는 마음도 갖고 있다.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그 책을 통해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책을 읽고 난 후의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가이다.
작년에 읽은 '퇴사 말고 휴직'은 내 삶에 큰 변화를 주었던 책 중의 한 권이다. 최호진 작가의 소중한 휴직 경험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그의 글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그처럼 자신의 삶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의 첫 책을 통해 나의 생각이 바뀌었고, 행동이 달라졌으며,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새로운 습관이 나의 일상을 차지하면서 나의 하루하루가 달라졌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큰 영향을 주었던 그가 새 책을 출간했다.
바로 '결국엔, 자기 발견'이라는 책이다. 작가가 수년 동안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며 느꼈던 정수를 감사의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사실 어떤 책을 읽더라도 비판적인 시각은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의 모든 내용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인간은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해 있기에 삶의 정답은 저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에서 주는 메시지가 내 삶의 정답일 수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실천해 보는 것이다. 일단 작가가 좋다고 추천하는 것은 무조건 직접 해보는 것이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매년 100개의 버킷리스트를 쓰자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 저자가 주최했던 버킷리스트 온라인 워크숍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작성한 버킷리스트가 지금도 우리 집 벽면에 붙어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나의 버킷리스트가 적힌 노란색 포스트잇을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노란색 포스트잇으로 도배가 된 벽을 바라보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2021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버킷리스트 항목을 숙제처럼 생각했던 나의 입장에서 이루지 못한 버킷리스트 메모는 스스로를 위축시켰다.
반성의 시간이 두려워 올해 버킷리스트 워크숍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을 읽기도 두려웠다. 그래도 호진 작가님에 대한 의리(?)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퇴사 말고 휴직'이란 책에서는 한 챕터에 불과했던 '버킷리스트'라는 소재가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왔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한편으로는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어 놓을 만큼 호진 작가에게 '매년 100개의 버킷리스트 작성하기' 활동의 의미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에는 '어떻게 해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게 되었는지, 버킷리스트 작성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야 하는지, 버킷리스트 워크숍에 대한 실질적인 팁은 어떠한지' 등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담겨 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이 책을 읽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바로 스마트폰 메모 앱을 켜서 생각나는 대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버킷리스트 100개를 작성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작년에도 100개를 채우느라 애를 먹었다. 하지만 칸을 채우는 어려움 속에서 나의 진짜 욕망과 꿈을 깊이 있게 고민해 볼 수 있다. 남은 2021년 동안 매일 10분씩 시간을 내어 메모 앱을 이용해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내 안에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실천하는 삶이 의미있고 바람직한 삶이다. 하지만 그냥 바쁜 일상 속에 스스로를 내버려 두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누구나 목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내 삶이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눈 앞의 급한 일부터 처리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저자는 버킷리스트를 써야 한다고 권한다. 버킷리스트는 일종의 인생 계획이다. 그 계획을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다.
버킷리스트 실천을 숙제처럼 강박 관념을 갖고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는 저자의 이야기도 큰 위로가 되었다. 사실 1년 동안 버킷리스트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았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가 방치형인 것을 알기에 버킷리스트가 적힌 포스트잇을 벽면에 부착해 놓았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이번 달은 어떤 버킷리스트를 실천해 볼까 고민한 적조차 없었다. 나의 지난 1년이 부끄럽더라도 버킷리스트를 통해 나의 마흔 살 시간들을 되돌아 보고 싶었다. 용기를 내어 벽면에 부착된 버킷리스트 중 몇 개를 실천했는지 확인해 보았다. 올해 한 해 동안 내가 실천했던 항목은 다음과 같다.
분기마다 헌혈하기
어떤 상황에서도 비속어 사용하지 않기
동료들을 상대로 강의하기
매일 영어 회화 한 챕터씩 외우기
매달 직장 내 독서모임 운영하기
딱 한 달이라도 금주 실천하기
슬램덩크 서평 쓰기
인스타그램에 매일 읽은 책 인증하기
76킬로그램 몸무게 유지하기
매달 중국 여행에 대한 글 한 편씩 쓰기
매일 감사 일기 작성하기
여행지에 가서 새벽 달리기하기
주식 수익금으로 농구화 구입하기
주식 수익금으로 러닝화 구입하기
가족 앨범 만들기
동료와 학생의 실수에 관대하게 대하기
매달 한 번은 아내와 아이를 위해 식사 준비하기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읽기
방학 동안 아이 등 하원 직접 하기
아내에게 신라호텔 방문 경험 선물하기
처음 가 본 지역으로 여행가기
아들 생일 때 아내에게 꽃 선물하기
가족과 함께 고모 집 방문하기
블로그 이웃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국어 수업 때 사용할 글쓰기 워크북 업데이트하기
매시간마다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힘찬 목소리로 학생들에게 인사하기
옷 정리 후 안 입는 옷 다 버리기
위내시경 하기
지인을 만나러 다른 지역에 방문하기
농구하기
매일 1만 보 이상 걷기
아버지와 술자리 하기
동생과 술자리 하기
한 달에 한 번은 지인들과 사진 찍기
매일 아침 어깨 체조하기
매일 아침 이부자리 정리로 하루 시작하기
한 달에 한 번 기부하기
1일 1 블로그 포스팅하기
1주일에 한 번은 서평 쓰기
책 100권 읽기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루어서 깜짝 놀랐다. 작년 이맘때 작성했던 100개의 버킷리스트 중 절반 가까운 것들을 이미 실천을 하고 있었다. 물론 호진 작가님의 조언대로 최대한 관대하게 실행 여부를 판단했다. 그중에는 버킷리스트에 있다는 의식 없이 실천한 것들도 많았다. 1년 동안 참 열심히 살았구나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줄 수 있었고, 나의 2021년을 긍정할 수 있었다.
최호진 작가는 단순히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실천했는지 체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버킷으로 실천했던 경험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되새겨 보는 것이다. 여전히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고 재미를 느끼고 있다면 내년 버킷리스트의 항목에도 추가하면 된다. 게다가 내가 실천하지 못한 항목들도 나에게 의미가 있다. 가령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하기', '반려 식물 키우기', '임용고시 채점 출장 가기' 등과 같은 버킷리스트는 내가 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마도 내년 버킷리스트에는 제외가 될 것이다. 반면에 '유튜브에 한 편의 영상 업로드하기', '공동의 습관을 만들기 위한 온라인 모임 운영하기', '수영장 기초반 등록하기', ' 저자 강연회 참석하기', '프로 농구 경기 직관하기' 등과 같은 버킷리스트는 여전히 내가 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내년이 되기 전 남은 12월 동안 실천할지도 모른다.
'결국엔 자기 발견'이 나에게 준 최고의 선물은 버킷리스트 작성은 매년 계속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한 번의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매년 작성해야 한다. 매년 작성하는 과정 속에서 나의 버킷리스트 역시 변할 것이다. 버킷리스트가 업데이트된 과정 속에서 진짜 나에게 다가갈 수 있다. 책의 서문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남들이 정한 기준이 아닌
내가 정한 기준으로
남들이 정한 행복이 아닌
내가 정한 행복으로
22쪽
이번 주는 혼자서 버킷리스트를 30개까지 작성해 보려고 한다. 혼자서 100개를 모두 작성한다는 것은 꽤 힘이 드는 과정이니 다음 주에는 동료들과 함께 하려고 한다. 마침 색종이 독서모임 12월의 책으로 '결국엔 자기발견'을 선정했다. 감사하게도 최호진 작가와의 만남도 예정되어 있다. 색종이 멤버들도 책을 읽고 나면 직접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책은 '습관은 반드시 실천할 때 만들어집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책을 읽는 목적은 버킷리스트가 자기 발견에 좋은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다. 직접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겠다는 실천까지 나아가는 것에 있다. 마침 다음 주가 기말고사 시험 기간이니 오후 시간을 활용해 버킷리스트 워크숍을 직접 진행해 보고 싶다. 나아가 새 학기에는 학생들과도 버킷리스트 작성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싶다. 몇 년 후에는 초등학생이 될 아들과도 함께 꾸준히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싶다.
2021년이 가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여전히 많다. 나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일이 많다. 매일 새로운 하루라는 선물이 나에게 주어진다는 것이 무척 감사하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것을 토대로 계획하고, 일상에서 그것들을 하나씩 실천하며 성장과 성취의 기쁨을 느끼는 것, 이것이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그 시작에는 버킷리스트 쓰기가 있다. '결국엔 자기 발견'이란 책은 남들이 정한 행복이 아닌 내가 정한 행복을 찾아가는데 큰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결국엔, 자기 발견 / 최호진 / 좋은습관연구소 / 발매일 20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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