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천소년 Mar 19. 2022

책 좀 권해볼까

2월에 읽은 책들 소개




1. 괜찮지 않습니다, 최지은


이 책은 작년 1학년을 대상으로 한 학기 한 권 책 읽기 수업 때 추천했던 책들 중 한 권이다. 대중문화라는 비교적 가벼우면서도 아이들에게 친숙한 소재를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책이라 학생들에게 권했다. 요즘의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예전의 우리 시절보다 휠씬 더 쉽게 세상에 대한 정보와 콘텐츠를 접한다. 조회 수가 곧 돈인 세상에서 사람들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혐오가 콘텐츠가 되고 있다. 아이들은 내 손안의 매체를 통해 쉽게 그런 콘텐츠를 접할 수 있기에 문제가 심각하다.


그런 콘텐츠들 중에서는 여성 혐오에 대한 심각한 내용이나 시각을 담은 것들도 많다. 그래서 학교 교육에서 더욱 페미니즘 관련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여학생뿐만 아니라 평생 동안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해야 하는 남학생 모두에게 필요하다. 술도 잘 마시고 가끔 거친 언어도 사용하며 여기에 여성을 하대해 주어야 대우를 받는 남자들의 문화에서 탈피할 수 있어야 진짜 나로서 살아갈 수 있다.


물론 여전히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드센 몇몇 여성들의 거센 주장이라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남자와 여자를 떠나 양성평등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를 쉽게 웃음으로 소비하는 드라마나 예능의 흔한 장면들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나은 곳이 되지 않을까?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이 분명히 잘못되었고 더 이상 괜찮지 않음을 책 '괜찮지 않습니다'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애교나 섹시댄스를 거부한 여성 연예인에게 '먹고살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라는 잔인한 댓글이 달리지 않기를 바란다.


https://blog.naver.com/kukgyo/222650067596



2. 국어 시간에 케이팝 읽기, 공규택


나는 국어 수업 자료로 학생들에게 친숙한 대중문화 콘텐츠를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 또는 웹툰의 한 에피소드 그리고 대중가요 가삿말이 나의 소중한 수업 자료가 된다. 그런데 경력이 쌓일수록 점점 수업에 대한 열정을 잃고 기존의 방식대로 수업을 진행하려고 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겨울 방학 동안에는 수업에 대한 열정으로 즐겁게 수업 시간을 채워 나가는 선생님들을 만나고 싶었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연수조차 힘들어진 지금 시점에서 책을 통해 그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국어 시간에 케이팝 읽기'이다.


문학에서 서정 장르는 크게 고전 시가와 현대시로 나누어진다. 특이하게도 고전 다음으로 붙는 단어는 '시'가 아니라 '시가(詩歌)'이다. 향가, 고려가요, 시조, 가사와 같이 학창 시절 우리를 힘들게 했던 고전 문학 작품은 원래 노래 가사였다. 현대시도 따지고 보면 노래 가사에서 출발했다. 저자인 공규택 선생님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문학 작품을 재미있게 가르치기 위해 작품과 닮은 점이 있는 케이팝 대중가요를 고르기 시작했다. 총 30편의 문학 작품과 30곡의 케이팝을 연결해 놓은 이 책은 더 흥미로운 수업을 구상하겠다는 그의 꾸준한 노력의 산물이다.


문학 교육의 핵심은 작품을 감상하는 능력에 있다. 제대로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화자, 주제, 운율, 심상, 비유, 시적 상황'과 같은 개념을 확실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단순히 문학 작품과 케이팝의 흥미로운 연결에만 초점을 두지는 않는다. 문학에 필요한 핵심 개념들을 토대로 책을 전개해 나간다. '운수 좋은 날'이라는 소설과 아이유의 '좋은 날'을 함께 읽으며 자연스럽게 '반어'라는 개념을 익힐 수 있고, '한림별곡'과 '강남 스타일'을 함께 읽으며 누가 뭐라고 해도 자기 잘난 맛에 사는 화자의 삶에 대한 태도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세상은 넓고 멋진 교사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의 콘텐츠도 좋았지만 다시 수업 준비에 대한 열정을 불러 일으켜 준 책이었다. 나 역시 앞으로도 다양한 대중매체를 통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뚜렷한 배움이 있는 국어 수업을 만들어가고 싶다.



3. 선생님도 학교 가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김택수


"선생님, 섹스해 봤어요?" 교사가 이런 질문을 교실에서 다른 성별의 학생에게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충분히 모욕감이 들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학생을 성희롱으로 고소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동료들에게 하소연을 해도 돌아올 답은 뻔하다. "학생을 탓하기 전에 성에 대한 의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선생님의 잘못입니다."


책 제목처럼 교사도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몸이 아플 수도 있고, 반복되는 업무에 지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출근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나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면 어떠할까. 2년 전에 몹시 흥분한 상태로 교무실까지 찾아온 한 학부모에 의해 동료 교사가 폭언을 당한 적이 있다. 작년에 한 선생님께서는 학부모에게 "지방대 출신 주제"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교사 역시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지만, 자식 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학부모의 눈에 그런 것이 눈에 들어올 일은 없다.


국가가 비싼 돈을 들여 학교를 짓고 교사들에게 월급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아이들을 훌륭한 민주 시민으로 양성시켜 달라는 것에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 학교부터 민주적이지 않다. 수업 중에 학생들이 교복을 제대로 갖쳐 입지 않았다고 교실에 불쑥 들어오는 관리자에게 수업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기 쉽지 않다. 학생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욕설이나 거친 말을 할 때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로 늦은 시간에 문자를 보내 놓고 답장을 왜 빨리 해 주지 않느냐고 요구하는 학부모의 무례함 앞에서도 교사는 예의 바르게 답장을 해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로 지내기가 쉽지 않은 세월이다. 다행히 나는 아직까지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을 만나는 교사라는 직업이 좋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교사로서 나의 권리를 더욱 지키고 싶다. 교권의 개념부터 다양한 교권 침해의 사례 그리고 법과 관계를 통한 현실적인 해결책까지 나와 있는 이 책은 교사인 나에게 꽤 유용했다. 뭐든지 알아야 주눅 들지 않는다. 나는 그동안 법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자부했지만, 어느 정도 법을 알고 있으면 사고와 행동의 반경이 오히려 더 넓어진다. 학교의 인생의 대부분을 지내고 있는 많은 선생님들께서 이 책을 읽고 조금 더 행복한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시길 바란다.



4.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2월 책 수다 독서모임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덕분에 '달과 6펜스'라는 고전을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다. 고작 소설을 한 번 읽고, 이 책에 대해 무언가를 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책을 덮고 난 뒤에 뭔가를 기록하고 싶다는 욕구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캐릭터는 강렬했고 계속해서 그의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는 오직 그림을 그리겠다는 영혼의 목소리대로 살았던 사람이다. 그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물에 빠진 사람이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과 같았다. 책에는 예술 하는 사람의 가장 큰 적이 자기 회의라는 멋진 말이 나온다. (나 역시 고작 블로그에 글을 쓰는 주제에 끊임없이 내가 뭔가를 창작하는 행위에 회의감을 느끼고는 한다.) 하지만 그는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행위에 일체의 의심도 없었다. '예술'을 추구하겠다는 자신의 욕망에만 지극히 충실한 삶을 살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버려졌다. 먼저 자신의 가족을 가차 없이 버렸고, 은인의 가족을 파괴했으며, 결국 병으로 인해 스스로 무너졌다.


사회 통념적인 시선만으로 보면 그는 정말 나쁜 사람이다. 가까이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불편하게 만드는 낯선 사람이다. 단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이유로 처자식을 매정하게 버리고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동료를 배신하며 지독하게 여성을 혐오하는 그는 인격 파탄자에 가깝다.


한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하지만 주인공은 가족, 동료와 같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연대조차 거부한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그에게는 세간의 평가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지독하게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겼던 그는 문둥병을 앓으며 비참하게 죽는다. 하지만 과연 스트릭랜드 자신은 죽음 앞에서 본인의 삶이 불행했다고 생각했을까? 오히려 죽음을 앞둔 그 순간까지 더욱 치열하고 후회 없이 자신이 추구했던 세계에 몰두하지 않았을까.


과연 낯섦을 추구해야 하는 예술가는 기이한 삶을 살아야만 하는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보다 이기적인 마음으로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충실하게 살아야만 걸작을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을 추천하던 후배는 나에게 농담처럼 말했다. 이 소설을 읽고 집 나가면 안 된다고. 나는 '달'이란 꿈을 추구하는 나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남편과 아빠로서의 내 역할도 사랑한다. 게다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 한잔하려면 달뿐만 아니라 '6펜스'로 상징되는 세속적인 가치도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스트릭랜드처럼 천재는 될 수 없나 보다.


그럼에도 스트릭랜드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세상의 규칙 따위는 무시하고 오직 자신의 마음이 요구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그의 삶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도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내일도 6펜스를 벌기 위해 나는 출근을 해야겠지만, 내 인생의 '달'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구하고 찾아내고 싶다. 물론 그 달을 찾는다고 해도 현실 세계에서 당신들과 부대끼며 살아갈 테니 걱정하지는 마시라.



5. 엄마 수업, 법륜


친구가 올해 육아 휴직을 했다. 고3 담임만 6년을 내리 한 녀석이라 쉼표가 필요하긴 했다. 물론 만 2세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학교 일보다 휠씬 더 고달프고 힘이 들 것이다. 이번 휴직 기간을 통해 더 나은 아빠,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에게 책 선물을 하고 싶었다.


마침 블로그 이웃 중에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하며 성장을 추구한 분이 계셨다. 그분은 얼마 전 1년 동안의 육아 휴직 기간을 정리하는 글을 발행했다. 1년 동안의 휴직을 총평하며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이 '엄마 없이 아빠와 둘만 있어도 아이가 안정적'이라는 것이었다. 엄마 없이 아빠와 둘만 있어도 안정적인 정서와 태도를 갖게 되었다는 이웃분의 글이 참 부러웠다. 친구에게도 이번 1년이 아이와 정서적으로 가까워지는 시기가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답글로 육아 휴직 예정인 친구에게 책 선물을 하고 싶다고 육아 및 아이 교육 서적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댓글을 통해 총 6권의 책을 권해 주셨다. 그중 첫 번째로 권한 책을 바로 친구에게 카톡 선물하기로 보내주었다. 책을 추천한 댓글 화면을 캡처해서 보내주며 나머지 5권은 네 돈으로 구입하라고 했다.


나 역시 읽어보지도 않은 책을 선물로 보내기에는 약간의 찝찝함이 있었다. 마침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르게 될 여유가 생겼고 운이 좋겠도 책을 구했다. 제목은 '엄마 수업'이지만, 나는 '엄마'를 '아빠' 또는 '부모'로 바꾸어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책의 프롤로그 제목은 '여자가 아닌 엄마로 산다는 것'이다. 아이는 본 대로 물드는 존재이니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주 양육자인 엄마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만약 아이가 사춘기 때 문제 행동을 한다면 부모가 잘못 키웠기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모든 문제는 자식 탓이 아니라 부모 탓이라는 게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결혼을 했으면 상대에게 맞춰 살 의무가 있는데 제 방식대로 살겠다고 고집하고, 애를 낳았으면 아이를 전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 그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자기 성질대로 사니까 결국 그 과보가 따르는 겁니다. 

17쪽


이 문장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결혼 이후 배우자에게 맞추기보다는 배우자가 나에게 맞춰 주기를 바랐던 수많은 순간들이 떠올랐다. 나를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 앞에서도 소리를 질렀던 내 모습도 떠올랐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직장 생활과 육아를 함께 하느라 내 시간이 없다며 짜증 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나이가 들어서 결혼했고, 남들처럼 빨리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에 제대로 된 결심과 준비 없이 성급하게 아빠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했다.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된다는 것은 기꺼이 나의 시간을 가족들에게 할애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빠로서 아이를 돌보는 것은 선택적 의무가 아닌 절대적으로 내가 해야만 하는 역할이었다. 스님 말씀처럼 애를 낳았으면 아이를 전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 그것을 부담스러워하거나 자기 성질대로 살면 결국 나와 아이 모두를 망치는 길이다. 무엇보다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크기 위해서는 부부가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1순위였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가족에게 성질을 부리는 것은 아이를 망치는 최악의 행동이었다.


스님은 직설적으로 아빠보다는 엄마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누구나 위급한 상황이 되었을 때 "아빠야!"가 아닌 "엄마야!"라고 외치는 이유다. (스님의 이런 말씀이 세상의 많은 엄마들에게 참 부담스럽게 다가갈 듯하다.) 아이와 관련해서 일차적인 책임은 무조건 엄마에게 있다는 것이다. 나는 '엄마'라는 단어보다는 '주 양육자'에 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의 집에서 엄마가 주 양육자이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부모나 아빠 수업이 아닌 엄마 수업이다. 우리 집 역시 아내가 절대적으로 아이 육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주 양육자인 아내의 마음이 평온해야 아이의 정서도 편안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어떤 상황에서도 다정다감한 태도로 아내와 아이를 대하는 것이다. 더불어 나와 달리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한결같이 따뜻하게 대해 준 아내에게 존경심을 느낀다. (아내는 단 한 번도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대한 적이 없다.)


나는 주말에만 아이를 돌보고 있다. 하지만 나 역시 주 양육자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었다. 아직 아들의 동의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여전히 주말부부라면 내가 아이를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책을 모두 읽고 난 뒤에 드는 생각은 아빠라는 존재가 되어 정말 감사하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먹게 되었다. 아들의 존재로 인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방법은 나부터 좋은 태도와 인격을 지닌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조금씩 습관을 바꾸고, 스스로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하루를 선물처럼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빠로서도 최선을 다하는 길이다. 아이에게 바라는 삶을 내가 먼저 살아가는 것, 아이가 그런 부모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 가장 훌륭한 교육이다.


'엄마 수업'은 유아기의 아이뿐만 아니라 사춘기부터 성년의 자식까지 때에 따라 사랑의 방식이 달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의 성장 시기에 맞춰 지혜롭게 아이를 사랑하기 위해서 1년에 한 번 정도는 이 책을 읽어야겠다.


https://blog.naver.com/kukgyo/222653803785



6. 당신의 아이는 원래 천재다, 이지성


예전 진로 수업 시간에 자주 활용했던 영상이 있다. 바로 '꿈에게 길을 묻다'라는 주제의 감성다큐 미지수 33화였다. 그 다큐에 당시 '꿈꾸는 다락방'이란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지성 작가가 등장했다. 초등 교사로서 근무했던 그는 아버지의 사채 빚으로 인해 월급의 대부분을 압류당하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작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고 글을 썼다. 당시 영상을 보며 작가의 꿈을 위해 새벽까지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그가 본업에는 조금 소홀하지 않았을까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당신의 아이는 원래 천재다'라는 책을 통해 내 예상이 빗나갔음을 10년 만에 알게 되었다. 그는 초등 교사로서 자신을 혹독하게 다그치며 본인이 생각하는 올바른 교육을 꿋꿋하게 추구해 나갔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그런 삶을 산 것은 아니다. 그의 교직 생활은 20억이나 되는 사채와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학교 문화로 인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상황을 바꿀 수 없으니 자신의 태도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 앞에서 웃기 시작했다. 학생들을 골치 아픈 존재가 아니라 나보다 더 나은 존재라고 끊임없이 믿으며 그들을 섬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우리가 아는 이지성 작가가 되어갔다.


학교에 몸담았던 그는 독자에게 냉정히 말한다. 아이의 교육을 위한다면 절대로 학교 시스템을 믿지 말라고. 오직 아이의 부모만이 아이를 위대한 인물로 키울 수 있다고. 위대한 인물이 될 씨앗을 타고난 당신의 아이가 평범하게 성장하는 이유는 부모 탓이라고 한다. (엄마 수업에 이어 이 책 역시 2연타로 부모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당연히 나 역시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아이가 자신이 지닌 잠재력을 마음껏 뽐내며 살기를 바란다. 아이를 우리 사회의 리더로 키우기 위해 필요한 특별한 교육은 무엇일까? 열 살 이전이 보육에 가깝다면 열 살부터 시작되는 실질적인 교육 기간 동안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이지성 작가는 4개의 파트(독서, 공부 습관, 인성, 경제)를 통해 '아이를 초일류 리더로 키울 수 있는 커리큘럼'을 제시했다. 작가가 제시한 커리큘럼을 보고 내 아이에게 똑같이 적용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나부터 먼저 그 커리큘럼을 따라가고자 결심했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가 고전 독서교육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철학 고전을 읽혀 '사유하는 아이'로 기르는 것이다. 과연 초등학생에게 '논어',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같은 책을 읽힐 수 있을까? 저자는 초등 교사로 근무할 때부터 학생들에게 고전을 읽혔다. 당연히 아이들은 싫어했다. 아동용 베스트셀러도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고전을 읽겠는가. 하지만 그는 집요하게 고전 독서의 쓸모를 말하며 아이들을 설득했고, 꾸준한 관심과 지독한 노력으로 고전을 읽는 습관을 키워주었다. 사실 저자의 주장이 맞다. 어릴 때부터 고전을 읽는 게 습관화된 아이 입장에서 중고등학교 교과서가 얼마나 쉽게 느껴지겠는가. 고전 읽기는 단순히 성적뿐만 아니라 아이의 뇌를 바꿀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5~6년 학생들에게 철학 책을 읽히는 것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들기는 한다. 그래서 나부터 쉬운 철학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누군가가 가공해 준 철학 책만 읽었지 직접 원서를 읽은 적은 없기 때문이다. 일단 어제 퇴근길에 비교적 쉬운 책인 '소크라테스의 변명'부터 구입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나부터 책을 좋아하면 된다. 아이에게 고전 읽기를 습관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면 부모부터 고전을 읽으면 된다. 아이가 아직 6살이라서 다행이다. 아이가 더 크기 전에 나부터 저자가 아이들에게 권한 철학 책을 읽어 봐야겠다.


두 번째가 도전적인 공부 마인드이다. 이 마인드 역시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 퇴근 후에도 늦은 시간까지 책을 읽고 특정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도전적인 삶의 자세를 갖게 된다. 학교 공부에서 다소 어려운 개념이 나오더라도 쉽게 포기하기보다는 한 번 도전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앞서 아이와 초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나는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함께 공부를 할 생각이다. 나 역시 아이 학년의 교과서를 구한 다음 아이와 함께 복습할 것이다.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매일 일정 시간을 아이와 함께 공부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그럼에도 아이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일이 공부이기 때문에 그 일을 함께 짊어지고 싶다. 초등학교 때 공부 습관을 잘 잡아 놓으면 중학교 이후는 알아서 잘 할 거라고 믿기 때문에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딱 4년만 나의 퇴근 이후의 시간을 잠시 내려놓아야겠다.


저자는 누구나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는 씨앗을 타고난다고 했다. 그 씨앗이 성장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부모는 끊임없이 햇빛과 물 그리고 자양분을 주어야 한다. 그 양분이 아이와 함께 고전을 읽고 공부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부모의 말은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위인전과 같은 책과 강연회에 참석하는 기회를 통해 아이에게 긍정적인 생활 태도가 스며들도록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부터 긍정적인 생활 태도를 갖고 살아야 하는 것. 매일의 삶에서 기쁨과 감사를 발견하고 만들어 가야겠다.



7. 적기교육, 이기숙


누구나 자신의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내가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했든 못했든 내 아이가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것이 모든 부모의 바람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기회가 된다면 사교육을 통해 남들보다 빠르고 다르게 선행 학습을 실시한다. 선행학습 열풍이 이제는 유아들의 삶까지 영향을 미친다.


몇 년 전 식사를 하면서 동료 선생님들과 아이 교육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다들 당연하게 자녀를 학원에 보내 선행학습을 시켜야 한다고 말하길래 살짝 반론을 제시했다. 나의 경우 영천 출신이라 한 번도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선행학습을 받은 적이 없다. 고1 때 등장한 로그함수라는 개념에 대한 설명을 정규 수업 시간에 처음 들었다. 나의 사례를 갖고 일반화를 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수학, 영어, 과학, 사회 과목의 경우 선행 학습 없이 수업 시간을 통해 공부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수능에서 해당 과목들 모두 만점을 받아서 조금 더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다. 오히려 나의 문제는 문해력이 떨어짐에도 고교 3년 내내 등한시했던 국어였다.) 선행학습을 통한 예습보다는 복습을 통해 배운 내용을 확실히 다지는 게 더 중요하다는 나의 의견을 들은 한 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역시 아빠한테 아이 교육을 맡기면 안 된다니깐." 공교육에 종사하는 분들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선행학습을 당연히 여긴다. 과연 먼저 출발한 아이가 원하는 목적지에 먼저 도착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적기교육'이라는 책에서 찾았다. 책에서는 말한다. 배움에는 적기가 있다. 각기 다른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교육이 중요하다. 그럼 6살 귀염둥이 우리 아들의 나이대에서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 국영수 선행학습 대신 어린이들에게 해주어야 할 교육은 인성과 정서에 대한 부분이다. 좋은 생활 습관, 자신과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마음, 몰입할 수 있는 태도,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등은 부모가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부모부터 아이에게 바라는 생활 태도를 갖고 살아야 한다. 그리고 내 아이는 점점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열 번 가르쳐서 안 되면 열한 번 시도하겠다는 끈기로 아이를 가르쳐야 한다. 책에서는 여러 사례들을 통해 인성과 정서가 충분히 발달한 아이들이 공부도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우리 아이가 공부 머리가 발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10년 넘게 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선천적이든 후천적인 요인이든 학생들의 공부 머리가 각자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공부 머리는 뇌에 달렸다. 뇌는 유아기에 80프로 이상 발달한다. 아이의 뇌를 자극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부모의 스킨십이다. (이 부분을 읽고 바로 사진 찍어서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나와 아내는 매일 아들을 물고 빨며 수시로 애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스킨십만큼은 자신 있었다. 의외로 내가 잘하고 있었구나.^^;;) 유아에게는 진도가 정해진 학습장이 아닌 '충분한 스킨십, 정서적 안정감, 실외에서 자연을 느끼는 경험, 작은 일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림'의 행위 등으로 아이의 뇌를 충분히 발달시킬 수 있다.


아이의 학교 성적보다 내 아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까에 대한 고민이 훨씬 더 중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내 아이의 모습보다 아이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할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지금처럼 해 왔던 대로 놀이를 통해 아이에게 읽기와 쓰기의 즐거움, 음악 감상과 노래 부르기에 대한 즐거움, 그림 그리기에 대한 즐거움, 궁금했던 것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즐거움, 게임이나 실생활에서 수학적인 감성을 발휘할 때의 즐거움 등을 주고 싶다. 아이를 부모 뜻대로 억압해서도 안 되지만 방치해서도 안 된다. 특히 어린이 시절에는 기본적인 생활습관과 예의를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더욱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적기 교육에 찬성하지만 그래도 자녀의 성적이 뒤처질까 두려운 부모님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8. 쓸 만한 인간, 박정민


엄마 수업

당신의 아이는 원래 천재다

적기교육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했던 블로그 이웃의 추천으로 최근에 읽었던 책이다. 자녀 교육뿐만 아니라 교사로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다시 다잡게 해주었던 좋은 책들이었다. 하지만 세 권 연속으로 자녀교육과 관련된 책을 읽으려니 조금 지치더라. 정말 옳은 소리, 지당한 말씀들을 세 번 연속으로 들으니 귀에서 피가 나오는 듯한 기분이랄까? 이런 책들은 어느 정도 텀을 두고 한 번씩 읽어줘야 스스로에게 자극도 되고 좋은 듯하다.


그래서 최근에 아들과 도서관에 방문을 했을 때 무조건 재미있는 책들을 빌리고자 했다. 그 책들 중 한 권이 박정민 배우가 쓴 '쓸 만한 인간'이란 책이다. 이미 4년 전에 출간된 책으로 그는 명배우에 이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했다. 가벼운 소재와 장난기 가득한 문체로 진지한 주제를 풀어나는 그의 화법 스타일에 하마터면 책을 펴자마자 끝까지 읽을 뻔했다. 재미있는 건 아껴 읽어야 해서 어느 정도 읽은 상태에서 잠시 책을 내려놓기도 했다.


이제는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으로 너무 유명해진 그는 스스로를 가끔 영화에 나오는 글씨만 쓸 줄 아는 평범한 남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파수꾼으로 나름 인지도 있는 배우가 된 이후에도 자신의 삶 속에서 쓸 만한 것들을 차곡차곡 기록했다. 그의 기록을 통해 나 역시 그의 20대를 엿볼 수 있었다. 그의 20대를 관통하는 기록은 나름 동시대를 살아온 40대 아저씨인 나를 웃게 만들었고, '결국엔 다 잘 될 거'라는 그의 믿음과 실천은 나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 주었다. 역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의 글은 힘이 있다.


분명히 나 역시 그처럼 20대에 쓸 만한 사건을 겪었고, 쓸 만한 사람들을 만났고 쓸 만한 생각들을 했다. 다만 내가 그와 다른 점은 그는 어떤 방식이든 기록을 했고, 나는 기억하려고만 애썼다. 그가 책을 낼 수 있었던 것도 SNS를 통해 꾸준히 자신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점점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내 인생의 쓸 만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 놓아야겠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내 인생 역시 내 인생을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영화 같은 인생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누군가에게는 나의 삶이 제법 잘 살고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일 수도 있다. 이제 3월이다. 교사에게는 1월이 아닌 3월이 진짜 한 해의 시작이다. 내일 아침부터 조금 더 전투적으로 일어나 다시 매일 아침 쓰는 삶을 살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도움을 주면 웃음이 나고, 웃음이 나면 행복해집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