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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Aug 12. 2022

책 좀 권해볼까

7월에 읽은 책 소개

© jruscello, 출처 Unsplash


2020년 3월부터 독서가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4월에 블로그를 시작하며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썼지요. 책을 읽고 난 후에 책 내용을 토대로 글을 쓰면 조금이나마 책을 제 것으로 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매년 100권 정도의 책을 읽고 있는데요, 읽은 모든 책을 서평으로 남기기에는 저의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작년 3월부터 매달 읽은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는 글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책을 읽기만 해서는 남는 것이 없더라고요. 기록하고 정리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 문장이라도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21년 3월에 읽은 책 정리(자기 앞의 생 외..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도서 추천) 2021년 4월에 읽은 책 정리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도서 추천) 2021년 5월에 읽은 책 정리..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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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권해볼까(9월에 읽은 책들)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책 좀 권해볼까(10월에 읽은 책들)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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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권해볼까(fea. 2월에 읽은 책들 소..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책 좀 권해볼까(fea. 2월에 읽은 책들 소..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책 좀 권해볼까(fea. 3월에 읽은 책들 소..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책 좀 권해볼까(1) (fea. 4월에 읽은 ..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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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권해볼까 1부 (fea. 5월에 읽은 ..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책 좀 권해볼까 2부 (fea. 5월에 읽은 ..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책 좀 권해볼까(fea. 6월에 읽은 책들 소..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작년 3월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매달 읽은 책을 소개하는 포스팅을 꾸준히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서평 포스팅은 제 블로그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코너 중 하나입니다. 사실은 저의 블로그에 자주 찾아오는 지인들도 서평은 길어서 못 읽겠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서평 조회 수는 70에서 300 사이입니다. (이번 기회에 서평 조회 수를 살펴보았는데 의외로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서평이 조회 수 2천이 넘었네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도 여러 편으로 나누어 서평을 올렸는데 대부분 글의 조회 수가 500이 넘습니다. 설민석과 유발 하라리의 힘인가요?^^;;)


한 번씩 매달 내가 읽은 책들을 결산해서 올리는 것이 자기 과시 또는 지적 허영심이 아닌지 스스로를 되돌아봅니다. 어쩌면 관종 기질에서 발현될 것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독서 기록을 한두 번 올리고 그만둔다면 순간적으로 나를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하지만 꾸준하게 저의 독서 기록을 포스팅을 통해 남기면 그 기록은 저의 역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제 블로그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코너이지만 '슬기로운 독서 생활'은 40대 이후 저만의 독서 히스토리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늦었지만 7월에 제가 읽은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7월에는 총 9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제가 읽은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사를 한눈에 꿰뚫는 대단한 지리, 팀 마샬

그리스인 조르바, 카잔차키스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 이근상

강신주의 다 상담 1, 강신주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스벤 브링크만

금주 다이어리, 클레어 풀리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

헤어질 결심 각본, 정서경 박찬욱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토너로도 유명합니다. 각종 굵직한 세계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며 단순한 취미가 아닌 러너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 주었지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달리기와 관련된 그의 생각과 경험을 풀어 놓는 에세이입니다. 최근에 김연수 작가의 '지지 않는다는 말'이란 에세이를 읽고 올해 다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하루키는 묘비명에 작가에 이어 '러너'라고 스스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는 말을 통해 달리기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얼마나 큰 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작가로서 체력을 키우고, 온전한 인생을 보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그에게 말하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되는 달리기는 최고의 운동이었을 것입니다. 달리기를 통해 얻게 된 에너지는 그대로 작품 창작에 사용이 되었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 달리고 싶은 마음이 솟구칩니다. 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 결코 달리기를 권하지 않습니다. 달리기를 하면 정신 및 육체 건강에 좋다는 뻔한 말은 당연히 없습니다. 그저 자신에게 달리기가 잘 맞았기 때문에 20년 이상 달렸을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고 나면 달리고 싶다는 욕구가 마구 생길까요.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처음으로 10킬로미터 달리기에 성공했습니다. 속도와 상관없이 중간에 걷는 것 없이 10킬로미터를 온전히 달릴 수 있었지요.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왕 하는 것 그 과정에서 조금씩 저의 한계를 극복하며 성장을 도모하고 싶네요. 달리기와 같이 고된 일을 자진해서 맡아 저 스스로에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달리기'에 관심과 흥미가 없더라도 일상에서 꾸준히 '러너'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담백한 에세이를 읽는 즐거움만으로 이 책은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45쪽



(세계사를 한눈에 꿰뚫는) 대단한 지리, 팀 마샬


두 번째로 초등학생들을 위한 교양용 도서를 하나 추천하겠습니다. 진헌 씨는 지리와 국기에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일단 도서관에 가며 관련 책들을 모조리 빌려 옵니다. 일단 집으로 책을 갖고 온 뒤에 한 권씩 아들과 함께 책을 살펴보았는데 무언가 작가의 이름이 익숙했습니다. 작년에 읽었던 '지리의 힘'의 저자인 팀 마샬이었습니다. '지리의 힘' 원작을 토대로 어린이를 위한 지리 그림책을 만든 것입니다. '지리의 힘'의 책 순서와도 거의 동일합니다. 배경지식이 부족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기에 그림 지도와 삽화가 충분히 들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핵심 내용이 빠짐없이 모두 책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아직 여섯 살인 진헌 씨가 읽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이 책을 읽으며 작년에 읽었던 '지리의 힘'이란 책을 복습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초등학생 고학년에게 추천하는 훌륭한 교양 도서입니다. 이 정도 콘텐츠면 자녀 교육과 부모의 교양 함양을 위해 충분히 돈을 주고 구입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다른 유럽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러시아를 제지할 수 없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밖에 미국 세계 최강국이 된 이유, 티베트가 중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쉽지 않은 이유, 중동이나 아프리카에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남북한의 분단 문제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진단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습니다.


지리가 세계정세와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알 수 있는 '대단한 지리'를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 교양 도서로 추천합니다. 자녀들이 세계 지리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놓치지 마시고, 소장 가치가 충분한 이 책을 권해 주세요. 저도 진헌 씨가 12살이 되었을 때 이 책을 슬그머니 책장에 넣어 둘 것입니다. 성인 독자 입장에서도 '지리의 힘'이란 책과 병행해서 읽기에 좋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는 NBA 마니아입니다. 하루에 한 번은 꼭 들어가는 사이트가 'nbamania'입니다. 한 번은 프리 토크에서 '내 인생의 책'이란 주제의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이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국내 NBA 팬들의 연령대가 주로 30~50대로 높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많은 중년들이 이 책을 내 인생의 책으로 선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침 7월 색종이 독서모임 책으로 이 책이 선정되었지요.


사실 500페이지에 달하는 벽돌 책이라 부담이 컸습니다.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서사적인 임팩트가 약해 몰입하기에 쉽지 않았지요. 하지만 함께 읽기의 힘으로 이틀 만에 책을 완독할 수 있었고, 무사히 독서 모임에도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점점 이 책이 허구성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기보다 올바른 삶의 태도를 전달하고자 하는 '자기 계발서, 인문학 교양서적'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이기도 한 '조르바'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읽었고, 작가가 그 인물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일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자유', '실존', '현재', '죽음', '운명' 등의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중 조르바를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자유'입니다.


조르바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자유인으로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구속하는 모든 것들을 부질없다며 벗어던졌습니다. 돈, 가정, 국가, 종교, 관습, 가치 등을 말이죠. 사실 돈도 벌어야 하고 대한민국과 교육부가 만든 시스템에도 따라야 하고 세상이 만든 아빠, 남편, 아들, 친구, 선배, 후배, 교사가 마땅히 해야 할 틀에 따라 살아야 하는 제가 조르바처럼 살기는 불가능입니다. 하지만 제가 처한 상황 안에서 최대한 그처럼 생각하고 느끼며 살아보고자 합니다. 저는 월급쟁이라 타인의 감탄에 의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상사의 결정으로 앞으로의 제 행보와 역할이 결정됩니다. 그러다 보니 퇴근 이후만큼은 더욱 스스로에게 감탄하는 삶을 지향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직장인으로서 저의 정체성 이외에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저를 자유롭게 해 줍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게 힘들기 때문에 우리는 '그리스인 조르바'에 열광하고 그의 삶에 대리만족하는 것이 아닐까요?


https://blog.naver.com/kukgyo/222812254101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 이근상


7월 책 수다 독서모임에서 선정한 책입니다. 직장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도 1인 기업가의 마인드로 살아야 하는 시대입니다. 이 책은 비단 사업을 시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저 역시 브랜딩을 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요. 이 책을 읽고 단 한 명의 팬이라도 확보할 수 있는 나만의 뾰족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광고기획 전문가로 37개의 브랜드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중심으로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성공 스토리 중에서 하나라도 본인에게 접목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은 보람은 충분할 것입니다. 책의 핵심은 속도와 상관없이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깊이 있는 성장을 추구하라는 것입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다음은 전문성과 차별성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야겠죠.


저 역시 읽고 배우고 쓰고 적용하는 과정을 통해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나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내가 추구하는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개인 사업을 준비하시거나 현재 운영 중인 분들께 필독 도서로 권해드립니다. 또한 개인의 성장 및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분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스벤 브링크만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이란 책은 특이합니다. 모두가 자기계발을 외칠 때 안티 자기 계발서를 표방하고 있으니깐요. 긍정적 사고보다 부정적 사고를 추천하고, 성장만을 강요하는 사회의 명령에 거부하고, 진정한 자신을 찾는 과정 또한 불필요하다고 합니다. 지난 2년 동안 자기 계발서를 읽고 변화를 추구하며 나의 일상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던 저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던 워딩이었습니다. 제가 옳다고 여겼던 가치에 대해 의심을 하며 다시 생각해 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스토아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변화가 점점 빨라지는 현대 사회에서 내가 가진 것을 토대로 단단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자기계발이라는 미명 아래 주변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정말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책 또한 또 하나의 자기 계발서입니다. 단지 기존의 자기계발과 성장에 관한 일반적인 우리의 생각을 뒤엎으려고 할 뿐이지요. 변화와 성장보다 단단하게 뿌리내린 삶을 추구해야 우리를 뒤흔드는 감정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단단한 삶을 살아가는 지혜 또는 행복한 개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팁을 하나라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혹시 이 책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목차를 간단히 소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자기 계발서보다 소설을 읽으라는 6번 목차가 가장 끌렸습니다.


1.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라

- 정말로 가치 있는 삶을 사는 법


2. 삶은 흠투성이란 걸 받아들여라

- 사랑스러운 투덜이가 되자


3. 때로는 과감히 '아니요'라고 말하라

-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기술


4. 감정의 노예가 되지 말라

- 화를 다스리는 지혜


5. 멘토를 좇는 대신 우정을 쌓아라

- 건강한 삶을 위해 해야 할 일들


6. 소설을 읽어라

- 삶을 이해하는 가장 진실한 방법


7. 당신이 뿌리내릴 곳을 찾아라

- 매일 반복해도 좋은 일상을 만드는 법



금주 다이어리, 클레어 풀리


이번 여름휴가의 첫 책으로 '금주 다이어리'를 선택했습니다. 과연 제가 술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온갖 모임에서 반드시 등장하는 술을 꼭 끊어야만 할까요? 제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는 늘 술이 있었습니다. 햇살이 밝게 빛나는 날도, 바람에 휩쓸려 날려갈 것 같은 날도, 구름이 잔뜩 끼어 을씨년스러운 날도, 온종일 비가 내려 대지가 축축해진 날에도 각각의 이유를 들어 술잔을 들었습니다. 술 없이 소고기와 회를 먹는 것은 음식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멤버들로 구성된 독서모임의 뒤풀이에서도 늘 혼자 술을 마셨습니다. 심지어 제가 더 좋은 사람이 되기를 항상 기대하며 온화하게 조언을 건네는 아내도 결혼 후 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것만큼은 건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저의 아들이 아빠처럼 일상의 부침을 술을 통해 해결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우리 집안에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저 하나뿐이라 저만 노력하면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술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과연 가능할까요?) 김영하 작가는 유퀴즈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보냈던 그 시간들을 후회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했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충분히 공감이 갔습니다. 그렇다고 아직은 술을 제 인생에서 밀어내겠다는 생각 그 자체만으로 무섭습니다. 술을 끊으면 두 번 다시 즐겁고 재미있는 모임에 초대받지 못할까 봐 두렵습니다. 그래서 일단 혼술 하는 습관을 제 인생에서 버리기로 다짐했습니다.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혼술은 보통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마신다. 따분하고 화나고 외롭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마비되어서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술을 마시게 된다. (중략) 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또 오늘날의 청년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혼술을 다시 부끄러운 일로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다. 155쪽


내 앞의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분위기에 맞출 필요가 없는 혼술에 빠지는 순간 술은 관계의 윤활유가 아닌 마약과도 같은 약물이 되어 버립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지요. 스마트폰 속 세상을 통해 혼자서도 유쾌하고 평화롭게 혼술을 즐길 수 있기에 혼술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술 없이도 즐겁게 몰입하며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이 책을 40대가 된 지금 이 시점에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일단 혼술은 대마초와 같은 약물과 똑같이 여기며 저의 삶에서 확실히 밀어낼 것입니다. 저의 다짐을 세상에 공표하기 위해 오늘도 SNS를 활용합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입니다. 세상의 이치를 절묘하게 닮고 있는 이 문장을 접하고 러시아 대문호들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짝이 된 동료 교사 H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란 책을 읽고 있는 모습도 제게 좋은 영향력을 주었습니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체호프, 푸시킨, 솔제니친 등의 러시아 대문호들의 작품과 저의 삶은 그리 큰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해 왔지만, 마흔이 된 지금에서야 인간의 본성과 삶의 진리를 추구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습니다.


일단 가볍게 톨스토이 단편집부터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철학적인 제목의 단편소설집입니다. 제목과 달리 소설은 민담, 동화처럼 쉽게 잘 읽힙니다.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계시다' 등의 다른 단편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 들은 바가 있는 그런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쉽게 책이 읽힌다고 해서 그 깊이가 얕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톨스토이의 답을 듣고 싶다면 톨스토이 단편선을 읽어 보기를 바랍니다. 종교적인 색채가 다소 강하지만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자연의 법칙처럼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인간다운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앞날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라 제가 만난 사람들의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부모님의 보살핌뿐만 아니라 선생님, 친구, 직장 동료, 이웃 등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나로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각박하고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사랑을 실천하자는 말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들에게 남은 생애가 단 3일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요?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을 보내며 그들에게 나의 사랑을 표현하려고 할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야 합니다.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함께 살면서 서로 돕고 살아야 합니다.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이 특별한 인격의 소유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자연법칙만큼 보편적인 것임을 톨스토이 단편 소설들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사랑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저의 뜻대로 바꾸려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는지 되돌아봅니다. 오늘도 지금 여기에서 제 앞에 있는 분들에게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저의 사랑을 전달해 보고자 합니다.



헤어질 결심 각본집, 정서경 / 박찬욱


대구 여행 후 천안 집으로 돌아오니 반가운 선물이 와 있었습니다. 후배 H가 보내 준 영화 '헤어질 결심' 각본집입니다. H로부터 추천을 받아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각본집까지 선물로 보내줘서 고마웠습니다.


각본집을 읽으며 영화 속 장면들이 다시 저의 머릿속에서 재생이 되었습니다. 제대로 듣지 못했던 대사까지 정확하게 텍스트로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대사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나니 영화 속 서래(탕웨이)의 선택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가령 서래가 TV 속 드라마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던 대사들은 영화를 볼 당시에는 그냥 스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각본을 보니 그 대사들이 모두 서래의 결심과 관련 있는 것이더라고요.


박정민 배우가 등장했던 영화 속 장면도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박정민이 연기한 홍산오가 나오는 분량은 사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홍산오의 대사를 읽으면서 그를 연기한 박정민의 표정까지 기억이 났습니다. 특히 "아, 됐고.... 가인이한테, 너 때매 고생깨나 했지만 너 아니었으면 내 인생 공허했다. 요렇게 좀 전해 주세요. (여자 비명에 잠깐 고개 돌려 지상을 내려다보더니) 안 전해 주셔도 되겠네."라는 대사 부분.


마지막으로 시나리오가 영화와 조금 달라서 좋았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순서가 바뀌었을 수도 있고, 장면 전체가 삭제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덕분에 각본을 토대로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을 상상할 수 있었죠. 살뜰한 후배 덕분에 대본 읽기라는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헤어질 결심'을 인상적으로 봤던 모든 분들께 각본집 읽기를 추천합니다. 끝으로 집으로 '헤어질 결심' 각본집을 선물로 보내준 후배 H에게 감사합니다.


마침내, 7월이 끝이 났다.

이 책이 없었다면 이번 여름은 공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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