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천소년 Oct 14. 2022

이 한 편의 글로 '총균쇠'를 읽은 척할 수 있습니다

결국은 '환경'이 결정한다!


 드디어 큰 숙제였던 '총균쇠'를 완독했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듯이 독서 모임으로 인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며칠 동안 퇴근 이후의 대부분의 시간을 이 책을 읽는데 써야 했네요. 책 뒷부분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졌습니다. 사실 제목이 스포일러거든요. 게다가 프롤로그에서 책의 핵심을 아주 상세히 설명을 해 주셔서 앞 부분만 정독해도 책을 다 읽은 기분이 듭니다. '식물의 작물화와 동물의 가축화', '식량 생산 증대', '동서와 남북의 차이', '확산이 용이한 지리적 이점', '인구의 밀집 정도'와 같은 보다 유리한 환경으로 인해 식량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고, '총, 균, 쇠'라는 무서운 무기를 먼저 확보했던 유라시아 대륙이 패권국이 될 수 있었다는 내용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즉, '총, 균, 쇠'를 확보한 집단은 쉽게 다른 집단을 무너뜨릴 수 있었지요. 먼저 그것들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환경이고요. 환경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운'이겠죠. 재레드 다이아몬드 박사는 인류의 역사는 환경이 결정했다는 주제를 600페이지 이상의 방대한 사례와 연구 결과로 입증해 내는데 성공합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고 각종 기관에서 추천도서로 많이 선정한 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제 나름의 방식으로 이 책의 핵심을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총균쇠'를 읽지 못했던 분들께 저의 이 포스팅이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fusion_medical_animation, 출처 Unsplash


왜 제목이 총균쇠인가?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조류학자로 뉴기니 섬에 머물며 오랜 기간 연구를 해 왔습니다. 하루는 뉴기니의 엘리트 계급에 해당하는 알리가 이런 질문을 합니다. "왜 우리는 당신(백인)들처럼 이런 문물을 만들 수 없었을까요?", "왜 어떤 민족은 다른 민족에게 지배를 당해야 했을까요?", "대륙들마다 문명의 발달 속도가 차이가 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오랜 세월을 바쳤습니다.


 유럽 백인들의 입장에서 처음 신대륙에 진출했을 때 그곳에서 만난 원주민들이 무척 미개해 보였을 것입니다. 문명적으로 훨씬 더 많이 발전한 자신들에 대해 우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인종 차별주의는 시작되었고, 오랜 기간 백인 우월주의가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출간된 지 20년도 훨씬 지난 '총 균 쇠'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인종과 민족 별로 타고난 역량이 다르다는 편견을 깨뜨린 역작입니다. 유라시아가 다른 대륙보다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라시아 인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그들이 유라시아 땅에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만약 유라시아가 아프리카 대륙이 지니고 있는 환경적 불리함을 가졌고, 아프리카가 유라시아 대륙이 갖고 있는 환경적 이점을 지녔다면 지금 세계의 중심은 아프리카가 되었을 거라고 저자는 단언합니다.


 그럼 유라시아는 어떤 점에서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대륙보다 유리했을까요? 첫 번째는 농경 사회로 진입하기에 장벽이 낮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 역시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을 '농업 혁명'으로 꼽았습니다. (동시에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했죠.) 수렵 채집 사회에서 농경 정착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작물화할 수 있는 식물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유라시아 대륙은 다른 대륙보다 작물화할 수 있는 식물의 종이 더 많았습니다. 식물의 작물화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가 바로 '동물의 가축화'입니다. 가축을 농사에 동원해 식량의 생산성을 증대할 수 있었고, 여분 식량이 늘어날수록 전문가 집단을 양성할 수 있습니다. 결국 농경 사회로 정착에 성공한 집단은 국가 기반의 사회로 진입하게 되고 군대도 양성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인류가 제일 먼저 거주했던 대륙은 아프리카입니다.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세계 각 지역으로 진출하게 되지요. 하지만 가장 먼저 역사가 시작된 아프리카가 제일 번성한 대륙은 아닙니다. 아프리카는 유라시아에 비해 농경 사회로의 진입 벽이 너무 높았습니다. 작물화할 수 있는 식물과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의 수가 유라시아에 비해 턱없이 적었습니다.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사자, 코끼리, 기린, 코뿔소, 들소 등은 각각의 이유로 현대 사회에서조차 가축화에 실패한 동물들입니다.)


 농업 사회로 진입한 집단은 여분 식량의 힘을 바탕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모두가 농업을 짓지 않아도 식량이 확보되었기에 '쇠'와 '총'을 만들 수 있는 여력도 생겼습니다. '쇠'와 '총'이라는 강한 무기를 지니게 된 유라시아 인은 다른 대륙에 거주하고 있는 원주민들을 쉽게 침략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쇠'와 '총'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균'입니다. 이 책의 백미가 바로 인류 역사에서 '균'이 얼마나 큰 비중을 지니고 있는지를 증명한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축은 인류에게 식량, 노동력, 옷감, 운송 수단, 전쟁 시 무기 등의 혜택도 주었지만 '균'이라는 무서운 재앙도 가져다주었습니다. 하지만 '균'은 재앙인 동시에 쇠와 총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유럽인들이 기존에 거주하고 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제압할 때 우선 도움이 되었던 것은 '철'과 '총'이었을 것입니다. 첫 전투에서 패한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생존을 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유럽의 문명을 받아들여 무장을 했을 것입니다. 북미의 인디언들이 총을 수입해 서양 군과 맞서 전투에서 승리한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주민들을 무너뜨린 것은 '총'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유럽인들이 갖고 온 '균'이었습니다. 당시 아메리카에는 가축이 많지 않았습니다. 고작 해야 '라마' 한 종 정도였죠. 그러나 유라시아 대륙에는 말, 소, 돼지를 비롯한 많은 가축들이 인간들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유라시아 인은 이미 가축들이 퍼뜨린 '균'에 대한 면역 체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많은 희생자도 있었겠지만 농경 사회의 특성상 모여 살았기 때문에 집단 면역력이 형성되었을 것입니다. 반면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유럽인이 가지고 온 균은 치명적이었죠. 특히 원주민들은 도시를 이루지 못했고 인구 밀도도 낮았기 때문에 집단 면역 체계를 형성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구대륙의 병균이 신대륙의 원주민들 대부분을 몰살시켜버렸지요. 원주민들이 사라진 그 땅을 손쉽게 유럽인들이 차지합니다. 결국 아메리카가 유럽에 무너진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균'이었습니다. 왜 이 책의 제목이 '총균쇠'임을 알 수 있지요.



© GraphicsSC, 출처 Pixabay


왜 유라시아 대륙이 앞서 나갈 수 있었나?


 유라시아 대륙은 식물의 작물화와 동물의 가축화라는 측면에서 다른 대륙에 비해 훨씬 더 큰 축복을 받은 땅이었습니다. 그 이점을 바탕으로 농업의 생산성을 키웠고, 이는 곧 국력으로 이어졌죠.


 유라시아 대륙이 앞서 나갈 수 있었던 두 번째 원인은 유라시아 대륙이 동서로 뻗어져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세계지도를 보시면 유라시아 대륙은 동서로 길게 뻗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죠. 동서로 뻗어 있다는 것은 위도가 비슷하다는 말입니다. 지구는 위도에 따라 기후대가 나누어집니다. 저는 매주 주말마다 대구와 천안을 오고 가는데요. 동대구역 주변의 풍경과 천안아산역 주변의 풍경이 달라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특히 동대구역에서 반팔 티를 입고 있다가 천안에 도착한 즉시 추위를 느껴 바람막이 점퍼를 꺼내 입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는 경도가 다르더라도 위도가 같은 나라에 여행을 갈 때 크게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반면에 위도가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갈 경우에는 그 나라의 기후에 맞게 여분의 옷을 반드시 챙깁니다.


 유라시아 대륙에 비해 조그마한 대한민국 땅에서조차 위도에 따른 기후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유라시아 대륙은 작물화한 식물이 퍼지기에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메리카나 아프리카의 경우 어느 집단에서 야생 식물을 작물화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전파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더라도 위도에 따른 기후 조건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 유라시아 대륙은 문물을 확산하기에 좋은 이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100% 완벽한 창작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 어떤 발명품도 모방과 변형의 과정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에서는 발명왕 에디슨의 사례가 등장합니다. 우리는 전구를 발명한 사람을 에디슨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디슨보다 먼저 전구를 발명한 사람이 존재합니다. 다만 전구를 제일 먼저 상품화한 사람이 에디슨이었던 것이지요. 인류의 문명은 다른 집단의 것을 수용하고 모방하고 변형하는 것으로부터 발전해 왔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경우 지리적인 장애물이 다른 대륙에 비해 크지 않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같은 위도 상의 지역을 이동하기 때문에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는 지리상으로 유럽과 가깝습니다.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유럽의 문물을 수용하더라도 남아프리카 지역까지 가져가기에는 사하라 사막, 밀림, 나일강 등의 거대한 장애물이 존재했습니다. 아메리카의 경우 파나마 지역과 같이 남북을 연결하는 통로 자체가 워낙 좁았습니다. 오세아니아 대륙의 경우 거대한 바다가 장애물로 오랜 시간 다른 대륙과의 교류를 가로막고 있었고요.


 끝으로 인구의 밀집 정도입니다. 앞서 언급한 환경의 이점으로 인해 집단의 인구 수는 점점 늘어났습니다. 결국 부족에서 추장을 거쳐 국가 단위의 집단이 형성됩니다. 사람들이 모일수록 집단이 가진 경쟁력은 더욱 높아집니다. 인구 수만큼 창의적인 발상으로 집단 전체를 먹여 살리는 인재도 늘어나겠죠. 무엇보다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어 발전의 속도 또한 빨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지리적 이점을 지닌 지역의 집단은 계속해서 잘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대륙 간의 역사가 달라진 이유는 '사람들의 차이'가 아닌 '환경의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 Tumisu, 출처 Pixabay


왜 아시아가 아니라 유럽인가?


 저자가 내세우는 자료와 논리는 정확하고도 치밀합니다. 납득할 수밖에 없도록 다양한 분야의 방대한 자료들을 보여주죠. 이쯤 해서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이 나머지 대륙에 비해 타고난 장점이 많았다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그런데 왜 아시아가 아니라 유럽이 나머지 대륙을 식민지로 만들 수 있었을까요? 심지어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제국주의 시대 때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가 된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타고난 지리적 환경으로 인해 일찍부터 강대국으로 군림했던 중국이 유럽을 지배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히려 중국은 유럽 대륙보다 식물의 작물화, 동물의 가축화라는 측면에서 훨씬 더 유리한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책의 에필로그 부분에서는 짧게 유럽보다 지리적 이점을 누렸던 중국이 왜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무기력하게 패했어야 했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는데요, 결론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중국이 일찍부터 통일된 제국이었다는 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했다고 합니다. 한반도의 44배의 크기를 지닌 거대한 중국도 오래전에는 다양한 인종들이 살아가는 부족 및 추장 사회로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진시황의 등장으로 중국 대륙의 다양성은 말살되었고, 모든 기준을 하나로 통일하게 되지요. 그때부터 '한족'이라는 개념이 생겼습니다. 통일 국가로서 오랜 기간을 유지해 왔던 중국은 항상 분열되어 있던 유럽에 비해 위기의식이 없었고, 새로운 문화 수용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역사적으로 분열이 더 이득이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유럽은 산맥, 반도, 섬 등의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통일 제국을 단 한 번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카이사르, 나폴레옹, 히틀러 모두 실패했죠. 워낙에 촘촘하게 여러 나라들이 들어서 있어 조금이라도 방식을 하면 침략을 당하거나 심각할 경우 국가를 잃을 수도 있는 처지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쟁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적국의 문물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밖에 없었지요. '화약'을 처음 발명한 곳은 중국이지만, 그 화약으로 살생 무기를 만든 곳은 유럽입니다. 4대 발명품(종이, 화약, 인쇄술, 나침반) 모두 중국에서 발명되었지만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린 자들은 유럽인들입니다.


 그렇다고 중국 대륙이 통일하기 수월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국 대륙 안에서도 황하, 양쯔강이라는 긴 강이 있고요, 쓰촨 성 지역의 경우 그 어떤 곳보다도 지형이 험난합니다. 하지만 중국은 일찍이 대륙 통일을 이루었습니다. 지금도 중국인은 항상 하나의 중국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습니다. 그 점이 약점이 되어 19세기 초 유럽 국가들의 재물이 되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게다가 중국의 경우 리더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아주고 성찰하게 해 주는 시스템이나 라이벌 국가도 없었습니다.


 '정화의 해외 원정'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명나라 영락제의 명을 받아 정화라는 인물이 거대한 함대 군단을 이끌고 아프리카 남단까지 진출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화의 함대 규모는 콜럼버스의 그것보다 10배 이상 더 컸다고 합니다. 중국은 유럽보다 더 빨리 세계의 해상권을 장악했지요. 당시 명나라의 GDP가 전 세계 GDP의 40%였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명나라는 세계 최강국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황제가 즉위하며 바다라는 무대를 스스로 포기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함선뿐만 아니라 조선소까지 파괴했고, 해군 병력을 모두 육군 병력으로 돌립니다. 북방 이민족을 견제하는 것이 바다를 통해 해외 원정을 나가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여긴 것이지요.


 당시 황제의 그 선택이 세계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로부터 50년 후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가마가 함선을 이끌고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가는 해상로를 개척했죠. 만약 중국이 해군 병력을 철수하지 않았다면 중국과 유럽의 대결은 훨씬 더 일찍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중국의 해양세력은 본국으로 철수해버린 상태였고, 포르투갈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중국과의 전투 없이 손쉽게 여러 나라들을 점령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식민지 지배를 기반으로 국력을 키울 수 있던 유럽은 현대사의 패자로 화려하게 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중국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여러 이권들을 빼앗기게 됩니다.


 만약 정화의 해외 원정이 계속 유지되었다면 유럽과의 충돌은 아편전쟁보다 훨씬 앞당겨졌을 것입니다. 당시 중국의 GDP는 전 세계 40프로 수준이었고, 식민 지배를 통해 부를 일구지 못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각개 격파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혹시 중국이 전투에서 패했더라도 지구 반대편에 자국의 안보에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세력의 존재를 아는 것만으로도 국가 정책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럼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역사의 많은 것이 달라졌겠죠.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로서 중국이 세계의 패권국이 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 geralt, 출처 Pixabay


한 번은 '총균쇠'를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중국의 사례를 통해 지배자의 잘못된 판단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의견으로 통일하는 것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생존에 훨씬 더 유리했던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현재 시진핑 체제의 중국의 앞날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환경의 이점으로 여전히 강대국으로 군림하는 중국의 발목을 잡는 것은 한 사람의 독단적인 결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나라 초기만 하더라도 전 세계 대부분의 금과 은이 청으로 들어갈 정도로 중국의 국력은 막강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지도자의 어리석은 판단과 결정들이 겹치면서 환경적 이점을 누렸던 중국도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당장 중국의 현대사만 보더라도 흑묘백묘론을 들고 나온 덩샤오핑이라는 지도자의 힘으로 중국은 다시 세계를 주름잡는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유라시아는 환경의 이점으로 다른 대륙보다 앞서 나갈 수 있었습니다. 미국 역시 대서양과 태평양을 모두 끼고 있고, 자원이 풍부하다는 지리적 이점을 발판 삼아 세계 최강대국으로 설 수 있었고요. 하지만 유라시아 대륙 안에서의 흥망성쇠는 환경적 요소뿐만 아니라 문화적 요인, 민족의 기질적 요인, 개인의 특이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왜 프랑스가 아닌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는지, 섬나라인 일본이 어떻게 제국주의 국가가 될 수 있었는지,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 수를 보유한 좋은 조건의 인도가 인도보다 훨씬 작은 유럽의 섬나라였던 영국의 식민지로 전락한 이유 등에 대해 설명이 가능할 것입니다.


 한편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생리학 박사이자 과학자입니다. 그러다 보니 귀납적 방법을 통해 역사를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왜 이 사례를 읽고 있지 하는 혼란스러움이 올 때가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사실 저의 문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ㅠㅠ)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하고 스토리텔링이 잘 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었습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과학자와 인문학자의 차이라고 할까요?


 그래도 문명 간의 불평등의 역사가 발생한 이유를 방대하고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통해 통찰력 있게 정리한 이 책을 한 번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총균쇠'는 인류의 빅 히스토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책입니다. 책을 덮으며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불평등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근에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며 무분별한 성장 정책과 국가 간의 빈부 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또다시 새로운 '균'이 인류를 공격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주 침략을 받았던 역사를 가진 국민으로서 학살을 쉽게 자행했던 제국주의 역사가 단순히 환경이 원인이었다는 점 또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였습니다. 나쁜 짓을 저질러 놓고는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 범죄자의 느낌을 받았다면 지나친 오버일까요. 잉카 제국을 잔인하게 짓밟았던 피사로가 보다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인간적인 사람이었다면 역사의 흐름이 죠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카 님께서 말씀하셨나 봅니다.


 작년에는 사피엔스, 올해는 총균쇠를 통해 인류의 빅 히스토리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인류의 존재를 백사장 속 모래 한 알로 만들어 버릴 우주로 시선을 돌리고 싶네요. 내년 색종이 독서모임 벽돌 책 특집으로는 '코스모스'를 추천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글이 이 책의 내용을 보다 쉽게 파악하고자 하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책 좀 읽어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