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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Oct 17. 2022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대구 강정고령보 달리기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김민식 작가가 세바시에서 여러 번 강조했던 이야기입니다.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서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행복은 한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에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라고요. 그럼 어떻게 하면 행복의 빈도를 늘일 수 있을까요? 자주 행복한 감정을 느끼려면 일상에서 새로운 순간을 찾으면 됩니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조금씩 뭔가를 시도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느낌은 행복한 감정으로 연결이 되고요. 때로는 의외로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고, 이런 발견이 일상의 기쁨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자주 누릴 수 없습니다. 빈도를 늘리기 위해서는 시도와 경험에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지난주 목요일은 퇴근 후에 대실(대구 동성로를 중심으로 봤을 때 변두리 지역)이란 지역에 출장이 있었습니다. 퇴근 이후에 출장지로 가게 되어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데 무려 1시간 가까이 걸렸죠. 물론 가는 길은 '월급쟁이 부자들' 팟캐스트를 들으며 즐겁게 운전을 했습니다. 다음 독서 모임 책인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 대해 패널들이 대화하는 편이 있었거든요. 길게 운전을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반드시 팟캐스트를 미리 다운로드해 둡니다. 운전을 위해 전방은 주시하면서도 귀로는 지식과 지혜를 얻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습니다. 운전도 지루하지 않았고 출장 업무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퇴근 시간대라 도로에 차가 많이 정체되어 있더라고요. 바로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주변에 무엇이 있나 싶어 네이버 지도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강정고령보의 명물 '디아크'


 가까이에 예전부터 꼭 가 보고 싶던 강정고령보가 있더라고요. 대구 시민인 저는 이곳을 '배틀트립'이라는 예능 프로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워낙 집에서 먼 곳에 위치해 있어서 강정고령보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근처 사는 지인들은 자주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온다고 하더라고요. 오늘은 이곳에서 운동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예전부터 강정보의 자연을 느끼며 제대로 운동을 하고 싶었거든요. 가방 안에는 언제나 운동복이 들어 있고, 평소 직장에 갈 때도 운동화를 신고 가기에 달리기를 할 모든 준비는 이미 갖춰진 상태였습니다.


 한편 강정고령보에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디아크'라는 건축물이 있습니다. 디아크 주변은 시민들이 쉴 수 있도록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고요.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는 분들, 자전거나 카트를 빌려 스피드를 즐기는 분들, 저처럼 산책이나 달리기를 하는 분들까지 평일이지만 꽤 많은 시민들이 강정고령보의 밤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운동을 하니 기분이 새롭더라고요. 게다가 멋진 야경을 눈에 담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대구 살면서 드디어 강정고령보 디아크에 와 봤다는 생각에 뭔가 뿌듯했습니다. 대구 지역의 달리기할 만한 장소를 찾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게다가 이렇게 포스팅을 통해 대구 지역의 아름다운 산책길 또는 달리기 코스를 소개할 수 있어 기쁩니다.



디아크 내부


 저녁 늦게 방문했지만 디아크 건축물 안에도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강과 관련된 전시관은 운영하지 않았지만 3층 전망대는 개방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전망대에 올라가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대구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디아크에서 나와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고령보 다리까지 달렸습니다. 가을 바람을 온 몸으로 맞을 수 있는 것만으로 새삼 살아 있다는 기쁜 감정이 저를 채웁니다. 중간중간 아름다운 경치를 눈에 담고 사진으로도 담느라 달리기 기록은 다소 낮게 나왔네요.^^;;




 디아크 주변은 자전거 라이딩 명소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밤까지 전동스쿠터, 전동 자전거, 전동카트 등을 탈 수도 있습니다. 다리를 향해 가고 있는데 아이와 함께 전동 카트를 운전 중인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괜히 천안에 있는 아이가 생각나더라고요. 다음에는 가족과 함께 이곳에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 워낙 공간이 넓어 아이 킥보드 타기에도 좋고요, 소풍 온 것처럼 야외에 돗자리를 펴고 놀기에도 괜찮습니다. 가능하다면 아이와 함께 카트 운전도 하며 다리 건너까지 가 보고 싶고요. 해 질 무렵 디아크를 배경으로 가족사진까지 남기면 금상첨화네요.


 강정고령보에서 블로그 글도 발행하고, 아내랑 통화도 하고, 달리기도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일상에서 늘 하던 일들을 새로운 장소에서 하니 더 신이 났습니다. (아내는 제가 새로운 동네에 출장을 왔다고 해 당연히 술 마시는 줄 알았답니다. 맛집 검색을 한 다음 혼술을 할 거라 예상했다고 하네요. 아내에게 제 이미지는 아직 러너가 아닌 술꾼이네요.ㅠㅠ)




 덕분에 그날 하루도 무사히 일상이라는 여행을 마치고 집에 잘 돌아왔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인생을 괜찮게 보내는 방법은 지금 재미있는 것을 당장 실천하며 사는 것이라 믿습니다. 당연히 세상일은 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출장 하루 전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 교육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교감, 교장쌤들 모두에게 독대를 신청했네요. 저의 건의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면 화병에 걸릴 수도 있겠다 싶어 어려운 장소까지 찾아갔습니다. 세상사뿐만 아니라 직장 일 역시 나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나의 일상만큼은 내 뜻대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곳에 가서 운동을 할까, 어떤 새로운 책을 읽을까, 블로그에 어떤 내용의 포스팅을 할까 등을 고민하며 나의 하루를 주도적으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업무로 인해 출장을 가서도 그곳에서 나를 즐겁게 만드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입니다. 물론 강도 높은 행복도 중요합니다. 인생에 있어 큰 목표도 있어야 하고요. 저는 좋아하는 사람과 같은 책을 읽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하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독서 모임도 세 개씩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사람을 만나거나 독서 모임을 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저 혼자서 보내야 합니다. 결국 혼자서도 즐겁게 일상을 보낼 수 있어야 인생 전체가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혼자서도 행복한 사람이 누군가를 만났을 때 행복의 에너지 또한 전해줄 수 있고요.


 새롭게 나에게 주어지는 오늘 하루라는 시간도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해야겠습니다. 감사하게도 오늘은 공휴일이라 쉬는 날입니다. 월요일이지만 저는 대구가 아닌 천안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 하루 가족과 함께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자주 누리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서 일상 속에서 즐거운 사건들을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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