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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Jan 13. 2023

내가 SNS를 하는 이유

fea. 우리가 관종이 되어야 하는 이유



© duonguyen, 출처 Unsplash


나는 관종이다. '관종'이란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지나친 사람을 뜻하는 말로 관심 종자의 줄임말이다. 대개 관종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싶은 마음에 사진이나 글을 자주 SNS에 올리거나, 눈에 띄는 언행을 일삼고는 한다. (SNS보다 소셜 미디어가 정확한 용어이지만 이 글에서 대중들이 더 많이 쓰는 단어인 SNS로 통일하도록 하겠다.) 나 역시 SNS를 자주 하는 사람으로서 거의 매일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포스팅을 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관종으로 여기고 있다. 생각해 보면 나는 SNS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도 남들에게 나를 드러내는 것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학 시절부터 학과 행사 때 진행을 맡는 것을 좋아했고, 졸업식 날에도 졸업생들을 대표해 답사를 맡은 자리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라는 노래를 불렀다. 교직생활을 시작하고 10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학교 축제 때마다 교사 무대에 섰으니 이 정도면 관종이라고 부를 만하다.



한편 지난 해 나는 사정이 생겨 학기 중간에 담임교사로 합류하게 되었는데 옆 반 담임교사가 나와 대학 시절을 함께 보낸 후배였다. 한 학기 동안 나와 가까이에서 생활을 한 그녀는 종업식을 앞두고 슬그머니 나에게 고백했다. "저, 사실 이 정도로 선배가 관종일지 몰랐어요..." 사실 '관종'이라는 단어에는 남들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지나치게 오버한다는 부정적인 어감도 있다. 특히 10대들에게 '관종'이라는 단어는 비속어나 다름없다. 하지만 나는 후배의 관종이란 말에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만큼 내가 직장에서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답게 잘 살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럼 내가 SNS를 자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후배 말대로 관종이기 때문일까? 사실 10년 전만 해도 나는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인 퍼거슨 경의 말을 진리로 믿고 있었다. SNS를 통해 나를 드러내지도 않았고, SNS를 통해 알 수 있는 타인의 멋진 삶과 비루한 나를 비교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거의 매일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관종의 삶을 살고 있다. 매일 아이를 재우고 난 후나 새벽에 일찍 일어나 시간을 쪼개 블로그에 나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다른 플랫폼은 몰라도 블로그는 1일 1 포스팅을 실천하고 있다. 1일 1포스팅은 매일 나에게 주어지는 과제와도 같다. 사실 매일 무언가를 SNS에 기록한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매일 새로운 곳에 여행을 가거나 맛집에 방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비범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또는 나의 평범한 생각을 참신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SNS를 하기 위해서는 관종짓을 할 수밖에 없고, SNS는 나를 다시 관종으로 만든다. 또한 관종이 되기 위해서는 나의 경험과 생각을 표현하는 실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무엇이든 매일 나를 기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쓰기와 같은 표현력도 늘게 된다. (물론 나는 2년 전의 나와 비교해 글쓰기 실력이 크게 늘지 않았다고 생각해 요즘 좌절 중에 있다. 올해는 무작정 많이 쓰기보다 각종 글쓰기 관련 책을 보거나 강의를 들으며 이론적으로 토대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도록 글쓰기 공부를 체계적으로 할 계획이다.)



블로그가 나에게 글쓰기 실력을 키워 준다면 인스타그램은 일종의 기록 저장소와 같다. 매일 특별한 순간마다 사진으로 기억을 기록하려고 노력한다. 사진을 찍는 것도 습관이다. 글쓰기 모임에서는 매번 사진을 찍는 게 습관이 되어 자연스럽게 책과 함께 동료들과 단체 사진을 남겼다. 하지만 그냥 사적인 모임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인스타그램 덕분에 예전보다 조금 더 자주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아들도 아빠의 사진을 남기려는 욕구를 이해해 주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너와 함께 하는 소중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간직하고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사진을 찍고 싶다고 진심으로 아들에게 아빠가 자주 카메라를 들이미는 이유를 말한 적이 있다. 내 진심이 정확히 전달되었는지는 몰라도 아들은 예전보다 사진 찍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먼저 사진 찍어 달라고 제안도 해 준다.



이렇게 일상에서 나를 기쁘게 해 주었던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긴 다음 그중 특별한 몇 컷을 인스타에 올린다. 솔직히 남이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일단 나를 위한 기억 저장소의 역할이 내가 인스타그램을 하는 주된 이유이다. 당연히 사진 위주의 인스타그램에도 텍스트는 들어간다. 될 수 있으면 짧게 글을 쓰고자 하는데,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자꾸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어진다. 그래도 무언가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나 영감을 반드시 주어야 하는 부담감이 있는 블로그와 달리 5분에서 20분 정도면 피드가 가능한 인스타그램이 접근하기 훨씬 수월하다. (블로그는 아무리 간단한 포스팅이라도 최소 한 시간은 걸린다. 글쓰기 전문 플랫폼인 브런치는 블로그보다 더 큰 부담을 주는 플랫폼이다. 매주 한 번은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자 하는데 1일 1블로그 포스팅보다 더 어렵다.)



그렇다고 내가 타인의 SNS에 관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년 가까이 블로그와 인스타를 하면서 가까워진 랜선친구들이 있다. 랜선 친구들은 나와 관심사나 취향이 비슷하다. 대부분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고, 운동과 독서를 좋아하고,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데 두려움이 없다. 내가 닮고 싶은 그들로부터 정보도 얻고, 나태해질 때마다 그들의 일상을 엿보며 좋은 자극도 받는다. 어떤 책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내 삶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사람은 깊고 좁은 인간관계가 아니라 SNS 상의 랜선친구처럼 얇고 넓은 인간관계에서 나온다는 말의 뜻을 이제는 충분히 알 듯하다.



물론 언제나 오프라인 상의 관계가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SNS는 오프라인 친구들의 일상을 알 수 있게 해주어 좋다. 특히 지금은 만나기 힘들지만 예전에 친했던 사람들의 삶을 SNS를 통해 엿볼 수 있는 것이 참 만족스럽다. (가령 졸업하고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대학 동기나 고교 동창들이 여기에 속한다.) 아쉽게도 오프라인 지인 중에 블로그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하는 지인들은 많다. 한 번씩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그들의 삶과 생각을 읽는 것이 쏠쏠하게 재미있다. 게다가 나중에 실제로 만나게 되더라도 인스타를 통해 알게 된 기본 정보들이 있기에 쉽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 (사실 자주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하는 랜선친구의 경우 웬만한 직장 동료나 과거의 친구들보다 더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당연히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렌드 코리아 2023에는 '인덱스 관계'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그래서 나는 소위 말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인스타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블로그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팬으로서 정말 좋아하는 사람의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은 당연히 즐겨 접속하지만, 단순히 유명인의 SNS라고 해서 팔로우나 이웃 신청을 하지는 않는다. 몇 번 잘생기고 예쁜 분들의 인스타에 들어가 봤는데 광고가 너무 많았다. 사실 아무런 친분이나 정보도 없는 누군가의 일상은 나에게 아무런 자극도 주지 않았다. 우리는 가까운 누군가에게 질투를 느끼지, 넘사벽인 사람에게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 (가령 당신이 박재범이나 아이유에게 아무런 질투를 느끼지 않듯이)



일단 나는 내 위주로 SNS 생활을 한다. (솔직히 다른 사람의 삶에 깊은 관심은 없다. 나는 타인의 카카오톡 프로필도 일부러 확인하지는 않는 편이다.) 앱에 접속해서도 나의 지난 블로그 글이나 인스타그램 피드들을 다시 보는 편이다. 퇴고 없이 즉흥적으로 글을 적고 발행하는 편이라 읽을 때마다 다시 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수정할 것이 쏟아진다. 가끔은 이런 쓰레기(?) 같은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할 때도 있다. 그래도 어설픈 완벽주의로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것보다 일단 어느 정도 갈무리가 되었다 싶으면 냅다 발행 버튼을 눌러 버리는 것이 내 성향에 맞다. 어느 정도 나의 글에 시간을 쏟은 다음에야 이웃들의 최신 글들을 본다. 나의 경우 콘텐츠의 질과 상관없이 웬만하면 '좋아요'를 누르는 편이다.



솔직히 나에게 이웃들은 동지들이다. 함께 '관종'의 삶을 살아가는 동지들이다. 그래서 나에게 '좋아요'는 '내가 너의 삶에 관심이 있고 늘 응원한다'라는 일종의 메시지다. 물론 크게 일상이 궁금하지 않은데 자꾸 최신 피드에 자주 올라오거나, 상대가 나의 삶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느껴지면 서로이웃 관계를 취소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처음 뵙는 분들께 다짜고짜 디엠 한 번 부탁한다는 댓글이 인스타에 자꾸 달려서 "언지요"(경상도 사투리로 아니요)라고 답글을 달기도 했다.



사실 앞서 언급한 퍼거슨 경의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자신의 것은 생산할 생각을 하지 않고, 타인의 삶과 생각에만 감탄을 하고 있다면 SNS는 인생의 낭비가 맞다. SNS를 통해 나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타인의 삶에만 관심을 준다면 당신에게 SNS는 인생의 낭비가 맞다. 게다가 일상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담아내는 SNS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타인의 삶과 자신을 비교해 질투하거나 스스로 자존감을 떨어뜨리며 괴롭힌다면 SNS 앱을 당장 당신의 폰에서 삭제해야 한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나는 우리의 삶에 SNS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인생에서 낭비하는 시간도 있어야 한다. 어떻게 24시간을 모두 생산적으로 쓸 수 있을까? 무엇보다 나는 인스타에 나의 삶을 기록하고, 지인들의 삶을 엿보는 것이 그리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도 포인트는 나의 삶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SNS 앱에 접속하는 이유는 나의 것을 세상에 기록하기 위해서여야 한다. 그냥 시간 때우려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SNS를 살펴볼 필요는 없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도 블로그 또는 인스타그램을 하기를 권하는 편이다. 매일 비슷한 학교 일상에서 특별함을 찾아 사진으로 남겨라고 말한다. 단, 사진만 올리지 말고 단 한 문장이라도 지금의 내 기분이나 생각을 작성하라고 한다. 그렇게 하루의 기록들이 SNS에 쌓이면 그 기록은 남부럽지 않을 너만의 역사가 될 거라 조언한다. (올해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글쓰기'를 수행평가 과제로 내려고 계획 중이다.)



각자 사람들의 성향이 다름을 인정하지만 그래도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관종짓을 많이 해주기를 바란다. (물론 주변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기 싫어하는 성향도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사실 인간은 누구나 타인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물론 주변 분위기를 맞추지 못하거나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면 관종을 넘어 민폐 캐릭터가 된다. 하지만 관종 짓도 자꾸 해봐야 타이밍을 적절히 활용해 주변 사람들에게 즐거움이나 기쁨을 줄 수 있다.



요즘 SNS에 '스토리' 기능이 있어서 그런지 자신의 삶을 기록하지 않고 그냥 계정만 두는 이웃들이 많아서 아쉽다. 내 글에 '좋아요' 버튼을 눌러줘서 감사하지만, 나는 당신의 삶과 생각도 엿보고 싶다. 나는 당신이 발행하는 어떤 글이든 언제든지 '좋아요' 버튼을 누를 준비가 되어 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준 그리고 '좋아요' 버튼으로 나의 관종 생활을 격려해 줄 당신에게 미리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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