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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Jan 01. 2023

혼술로 1년을 마무리하며

2022 버킷리스트, 블로그, 브런치 되돌아보기


원룸에서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기고 가장 좋은 점은 거실에 큰 유리창을 있어 밖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낮에는 거울을 통해 바깥세상의 약동과 사계절의 변화를 쉽게 느낄 수 있다. 거실에 앉아 있으면 낮과 밤의 경계도 확실히 알 수 있다. 나름 전망이 좋아 일출을 보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일몰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세상을 비추는 조명이 점점 어두워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유리창의 반전 매력은 밤에 있다. 밤이 되면 유리창은 바깥세상 대신 나의 모습을 비춰준다. 마침 나는 퇴근 후 주로 거실에서 생활을 하는지라 고개만 들어도 유리창에 비친 나 자신을 대면할 수 있다. 거울 속의 나는 거실 식탁에 앉아 책을 읽고 밥을 먹고 음악을 듣는다. 가끔 이곳에 앉아 혼술도 하고, 지인들을 불러 함께 식사도 한다.



오늘은 올해 대구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다. 나름 다사다난했던 2022년을 보내면서 평소와 다르게 소주가 아닌 조금 비싼 문배술로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 거울 속 남자를 향해 한 해 동안 고생했다고 잘 살았다고 덕담도 하고, 건배 제의도 해 본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영상이 아닌 거울 속의 나와 대화를 하며 술을 한 잔씩 비운다.


2022 버킷리스트


1년 전 작성했던 100개의 버킷리스트 중 몇 개나 실천했는지 체크를 해 보았다. 위의 버킷리스트는 직장 동료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하며 함께 작성했던 것들이다. 워크숍 자료는 최호진 작가님으로부터 받아 나의 스타일로 재구성했다. 100개의 버킷리스트 중에 57개나 달성해서 꽤 놀랐다. (물론 실행 여부를 최대한 너그럽게 심사하기는 했다.) 1년 내내 버킷리스트를 잊고 지냈으면서도 꽤 많은 것을 실천한 나를 칭찬해 주었다. 특히 버킷리스트에 있는 줄 모르고 우연히 실천한 것(마라톤 대회 10킬로미터 코스 참가, 독립서점 방문하기, 지인 다섯에게 책 선물하기)을 확인할 때마다 짜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이제 실천한 항목은 차치하고 실천하지 못한 것들을 살펴본다. '결국엔 자기 발견'이란 책에서 최호진 작가는 자신의 마음이 바뀌었다고 해서 스스로를 탓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것만큼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내 삶에서 지워가는 것 또한 버킷리스트 작성의 묘미이다.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떠들어도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 쿨하게 그것과 작별을 고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실패한 항목들을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 실현해야 하는 것과 알고 보니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것, 나의 능력과 노력으로 실천하기 힘든 것 등으로 구분해 본다. (이것 역시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색으로 구분해 보았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앞두고 버킷리스트 실천 여부를 정리함으로써 조금이나마 나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삶이란 나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기회를 실천해 보고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매년 초마다 100개의 버킷리스트를 적어보는 것은 가치 있는 경험이고 2023년도 버킷리스트 작성으로 한 해를 시작하고 싶다.



다음 안줏거리는 올해 나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 있는 블로그이다. 올해 총 332개의 글을 발행했다. 책을 읽고 총 70개의 서평을 썼으며 매주 감사일기도 꾸준히 작성했다. 운동을 주제로 한 글을 29개 작성했으며, 중국 여행기도 18편 작성했다. 올해 첫 글은 2021년을 결산하며 한 해 동안 썼던 감사일기를 모은 포스팅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내년 1월 1일에도 써먹어야지!) 나를 그대로 비춰 주는 블로그를 찬찬히 둘러보며 나름대로 한 해를 정리하는 의식을 갖는다. 브런치에는 총 35개의 글을 발행했다. 2023년에는 1주일에 한 번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야겠다.



마지막 혼술 의식으로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본다.


아내와 아들에게 최선을 다한 남편이자 아빠였나?

우리 반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며 사랑하고자 했는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려는 시도를 꾸준히 했는가?

다양한 도전과 시도를 해 보았는가?

루틴에 충실하고 밀도 있는 하루를 얼마나 많이 보냈는가?

나의 모든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던 한 해였던가?



내 자랑을 살짝 하자면 어릴 때부터 머리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연히 담임쌤의 교무수첩을 통해 우리 반에서 내가 아이큐가 제일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나?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서워졌다. 최선을 다한 결과가 실패로 돌아왔을 때 내가 별거 없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될까 봐 두려웠다. 그러다 보니 늘 60~70프로만 노력해왔고 그것이 나의 정체성이 되어 버렸다. 얼마 남지 않은 2022년 동안이라도 모든 면에서 백 프로의 노력을 해보고 싶다.



그래도 40대가 되니깐 예전보다는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부족한 면을 직면하는 것에도 조금은 무덤덤해졌다. 최선의 과정이 최고의 결과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때로는 최선의 과정 그 자체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제 나름 고급술이라고 생각하며 이마트까지 가서 구입해 온 문배술의 바닥이 보인다. 어쩌면 술을 마시며 버킷리스트를 확인하고 지금의 이 과정을 글로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나는 30대의 나와 또 다른 존재이다.



이제 잠시 후면 42살이 된다. 서른 살 이후부터는 마냥 나이 먹는 것이 싫었다. 현재 내 나이를 늘 부정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를 먹게 되는 것도 감사하다. 무탈하게 마흔한 번째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마치고 마흔두 번째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내 삶의 여정에 마흔두 살이라는 시간이 주어질 예정이라 감사하다. 무엇보다 당장 내일 소중하고도 새로운 또 다른 24시간이 나에게 주어지기에 문배술이 동이 난 지금 연말 파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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