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천소년 Dec 15. 2022

부모로서 나의 언어는?

아이의 사회성 부모의 말이 결정한다, 임영주

© wjgomes, 출처 Pixabay


 자기 계발서와 사회과학 서적을 좋아하는 저와 달리 아내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자녀교육' 관련 책입니다. 아이 교육 앞에서 우리 부부는 서로의 독서 취향도 맞출 수 있습니다. 매달 아내는 저에게 자녀교육과 관련된 책을 한 권씩 추천해 주고 있는데요. 지난 11월에 추천해 준 책은 임영주 저자의 '아이의 사회성 부모의 말이 결정한다'입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였습니다. 저의 언어생활에 대한 아내의 지적이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무뚝뚝한 어투 그리고 가끔 사용하는 비속어가 그 대상이었죠. 아이 입장에서 굳이 알 필요가 없는 부정적인 단어도 아이 앞에서는 삼갔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특히 청소하면서 저도 모르게 레드벨벳의 'Psycho'의 후렴 부분을 부르다가 아내와 다투기도 했죠. 아내가 제 언어 생활에 대해 충고할 때마다 저는 스스로를 비호하기에 바빴습니다. 경상도 남자라서 말투는 어쩔 수 없다는 변명, 그리고 이 정도면 남자치고는 비속어를 쓰지 않는다는 자기합리화를 시전했지요. 가령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던 '조지다'라는 단어를 갖고 한참을 싸운 적도 있습니다. 이 정도 단어는 대한민국 남자의 절반 이상은 사용한다는 저의 의견과 자기 주변의 남자들은 아무도 이런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아내의 생각이 팽팽히 대립했지요. 그냥 제가 아내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그녀에게 협조해 주면 되는 것인데 당시에는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마치 저의 정체성을 잃는 기분이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신이 살아온 환경과 다르게 내가 살아온 환경은 험난했기에 나로서는 험한 말을 장착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까지 동원해 저를 변명했습니다. '네가 싫어하면 앞으로 네 앞에서 그런 단어는 쓰지 않을게, 미안해'라는 한 마디면 되었을 텐데요.



 이 책 역시 자녀교육은 '기-승-전-부모 책임'이라고 합니다. 타고난 기질과 능력보다 부모가 만든 양육환경이 아이의 자기 주도성, 자기 이해성 그리고 사회성을 키워준다고 하지요. 무엇보다 부모의 말이 아이의 인성, 성격, 태도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입니다. 책은 쉽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부모가 사용해야 할 말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중에서 저를 뜨끔하게 했던 것은 부모라면 친절하고 따뜻한 언어생활이 필수라는 것입니다. 원래 나는 무뚝뚝하고 웃음이 없는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규정한 뒤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자세는 비겁한 변명이라는 것이죠. (어쩌면 국어선생의 언어생활을 지적한다는 것에 대한 속 좁은 저의 발끈함일 수도 있습니다.)



 부모의 직분에 웃음은 필수입니다. 미소를 짓지 않는 부모는 직무유기를 하는 것입니다. 부부가 말을 나눌 때도 이웃과 대화를 할 때도 전화 통화를 할 때도 물건을 구입할 때도 길 가는 사람이 말을 걸어와도 항상 밝고 친절한 목소리와 표정이 필수입니다. 161쪽



 저자는 아이 앞에서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밝고 친절한 목소리 그리고 표정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부모로서 해야 할 도리라고 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입니다. 아이는 부모가 평소에 하는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합니다. 아이가 하는 말을 자세히 들어보면 주변 어른들(부모, 선생님)로부터 들었던 말들이 많습니다. 제가 하는 모든 행동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부모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아이 앞에서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운전하면서 매너 없는 운전자 때문에 화가 났을 때조차요.



 한때는 말투를 바꾸고 평소 사용하던 단어를 버려야 하는 노력이 저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면 이런 정체성은 얼마든지 버릴 수 있습니다. 아이의 말에 세상에서 가장 헤픈 사람이 되어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리액션을 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아내가 저에게 바랐던 것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니었고요. 우리 가족의 평온과 아이의 바른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 scoutthecity, 출처 Unsplash


 사회성은 어느 시대든 중요한 덕목입니다. 협업 능력이 더욱 중요시되는 미래 사회에는 말할 것도 없지요. 누구나 자신의 아이가 소속된 집단에서 구성원들과 잘 어울리기를 바랄 것입니다. 또한 상대의 마음을 공감하는 능력과 스스로를 절제하는 태도를 동시에 지닌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원합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섰을 때도 여유 있게 웃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책에서는 평소 부모가 세상을 향해 보이는 삶의 태도 그리고 아이에게 반응하는 모습이 아이의 성장에 결정적인 요소라고 말합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아이에게 언제나 온화하고 웃는 표정으로 대하는 것이 부모로서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입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어린 시절부터 참 나대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이거 발표해 볼 사람이라고 할 때 책상 위에까지 올라가 "저요!"라고 외쳤던 학생이 바로 저였습니다. 산만한 성향이라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던 저를 보고 주변 어른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한 명 키우는 게 보통 남자아이 다섯 명 키우는 것보다 더 힘들겠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어머니께서는 한 번도 저를 키우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고 웃으시며 말씀하십니다. 저의 산만하고 설치는 성향에 대해 한 번도 질책하신 적이 없었고요. 오히려 원래 남자아이들은 어릴 때 다 저렇게 논다고 저의 편을 들어 주었습니다. (지금도 고모 결혼식 때 대구에서 제가 실종된 이야기는 우리 집 명절 단골 레퍼토리입니다.) 부모님께서는 저의 단점을 지적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대신 매사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이고 밝다고 저를 칭찬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제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살았고 타인과 세상이 주는 상처로부터 저를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아이에게 돌려줄 차례입니다. 내 말을 하기보다 아이의 말을 들어주어야 합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라는 마음으로 잘못된 점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의 언어로 설명하고 또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어른인 우리도 한 번 이야기했다고 해서 바로 바뀌지가 않습니다. 아이들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인내심을 갖고 말하고 또 말해야겠습니다.



 책을 읽으며 아들에게 참 감사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아이는 저에게 부모로서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사실 친절한 말투와 밝은 표정 그리고 바른 언어생활은 부모를 넘어 어른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입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보기만 해도 저에게 기쁨을 주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밝은 표정으로 명랑하게 인사하는 학생들 덕분에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학생들의 부모님은 백 프로의 확률로 밝고 긍정적인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제 제가 그런 부모가 될 차례입니다. 우선 아이 앞에서만큼은 밝고 명랑한 언어생활을 할 것임을 다짐해 봅니다. 아이의 그 어떤 말에도 박장대소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 곧 자기계발입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로서 나의 언어생활과 태도를 점검해 보고 싶은 분들께 '아이의 사회성 부모의 말이 결정한다'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내뱉은 나의 말이 나와 아이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말은 그 사람의 품격입니다. '아이의 사회성 부모의 말이 결정한다'는 나의 인격을 대변하는 나의 말을 한 번 더 점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책이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