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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Feb 04. 2023

왜 하필 나고야인가

2023 일본 나고야 겨울 여행 1탄

자동화 비대면의 인천공항

왜 하필 나고야인가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으로 일본 나고야에 가게 되었다. 원래 우리 가족 나고야 여행은 나를 제외하고 작년 가을에 계획되어 있었다. 휴직 기간 중에 아들과 꼭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G의 일념으로 탄생한 계획이었다. 처음 '나고야'에 가겠다는 G의 말을 듣고 바로 "도쿄, 오사카, 교토, 삿포로, 오키나와도 아닌 웬 나고야?"라고 되물었다. 나고야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나고야의 태양'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독자들의 연식이 나온다. 혹시 들어봤는가? 나고야의 태양! 힌트를 드리자면 우리나라 국보급 투수의 일본 프로 리그 진출과 관련이 있고 1990년대 후반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여행을 앞두고 아이가 열이 나고 코감기에 걸리면서 나고야 가을 여행은 취소되었다.


이후 G는 우리 가족의 나고야 겨울 여행을 제안했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딱 두 번 일본 여행을 갔었다. 두 번 모두 후쿠오카와 후쿠오카 인근을 여행했다. 두 번의 여행 모두 정말 좋았기 때문에 일본 여행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그런데 아직 나는 일본 본토에 해당하는 혼슈에 가 본 적이 없다. 이왕이면 일본 초짜 여행자인 나에게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나고야보다는 도쿄, 오사카가 더 적당한 듯했다. 내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도쿄, 오사카로 여행을 많이 떠났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한국 관광객들이 적은 조용한 도시이면서 도쿄, 오사카 못지 않은 일본 대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나고야를 선택했다고. 또한 어린 아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를 많이 갖춘 곳(과학관, 레고랜드, 지브리 테마파크 등등)이라 나고야에 가야 한다고. 마침 내가 애정 하는 셀럽 두 사람이 커플이 되어 나고야 고급 호텔에 머물렀다는 기사가 보도된 시점이라 '나고야'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도는 제법 커진 상태였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일본 현지에서 그 기사에 대해 '왜 하필 노잼 도시 나고야에?', '나고야에 고급 호텔이 있나요?' 등의 말들이 댓글로 많이 달렸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나고야는 '왜 하필 한국 유명 연예인이 나고야에?'라는 의문이 들게 만드는 곳이었던 셈이다.


사실 여행 가기 전까지 '왜 하필 나고야'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가족의 여행 리더는 G이다. 정신적 지주인 그녀의 말을 따르면 모든 것이 평온해진다. 그녀의 선택을 믿고 나고야 여행을 즐겨보기로 했다. 하지만 여행지 선택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나로서는 여행 직전까지 나고야에 대해 전혀 검색을 하거나 알아보지 않았다. 그저 먼 나라 이웃나라 일본 편을 읽으며 일본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점검하는 것이 여행 전 내가 한 준비의 전부였다. 숙박부터 비행기, 교통, 일정까지 모든 것을 G가 도맡아 계획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계획을 세우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한 명이 나설 때 다른 한 명은 빠져주는 게 가정의 평화에 이롭다.


그렇게 여행 당일이 되었다. 신혼여행 이후 첫 인천공항 방문이다. 오전 10시 30분에 비행기가 출발할 예정이기 때문에 8시 반까지는 인천공항에 도착해야 했다. 하지만 인천공항이 어떤 곳인가! 세계적으로도 넓고 좋은 공항으로 알려진 유명한 곳 아닌가! 예전에 인천공항에서 수많은 인파에 놀랐던 기억이 있기에 조금 더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게다가 인천공항까지 운전을 해서 가는 것은 처음이다. 초행길은 언제나 여유 있게 시간 배분을 하는 것이 좋다. 새벽 6시 10분 출발을 목표로 5시 50분에 기상 알람을 맞춰 놓았다. 그런데 알람 소리를 듣기도 전에 이미 J 씨가 먼저 일어나 나와 G를 깨웠다. "엄마, 아빠, 우리 오늘 여행 가는 날 아니에요? 그럼 저 외출복 입고 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전 날 저녁 식사를 하며 내일 새벽에 눈 뜨자마자 바로 출발하려면 미리 외출복을 입은 상태로 잠을 잘까 하며 아내와 주고받은 농담을 아들이 들었나 보다. 영특한 J는 아마 잠들기 전 외출복을 입고 자야 한다는 우리의 말을 신경 썼고, 눈을 뜨자마자 외출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 것 같다. (귀여운 녀석) 최근 아침 8시까지 숙면을 취해도 짜증을 내면서 일어났던 아들이 여행 당일은 새벽 5시 반에 기상을 했음에도 무척 기분이 좋다. 새벽부터 빨리 나고야로 떠나자며 우리 부부를 채근한다.


다행히 당진에서 인천공항까지는 서해안고속도로 덕분에 무척 가까웠다. 전 날 G가 미리 준비해 둔 두유를 마시며 느긋하게 천천히 운전을 했음에도 인천공항까지 1시간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경북과 달리 충남은 생각보다 수도권과 훨씬 더 가까웠던 셈이다. 예상보다 빠른 시간인 7시 30분 즈음에 공항에 도착했다. 게다가 내 옆에는 함께 여행할 때 세상에서 제일 든든한 사람인 G가 있다. 나는 그녀를 중국 심양에 거주할 때 만났는데 함께 중국 여행을 하면서 친해졌다. 당시에도 동료들 사이에서 그녀는 여행 리더였다. 동료 중 한 명이 G를 '정신적 지주'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한창 여행할 때 그녀의 별명은 '지주님'이었다. 지주님 덕분에 주차대행부터 출국 절차까지 시행착오 없이 모든 게 너무도 빨리 마무리되었다.


한편 오랜만에 방문한 인천공항은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체크인부터 수하물을 부치고, 면세 품목 찾는 곳까지 모든 것이 자동화로 바뀌어 있었다. 코로나는 비대면, 자동화라는 큰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비대면'이라는 큰 흐름과 인건비 상승은 무인 시스템의 대중화를 불러왔다. 당연히 여권을 항공사 직원에게 건네면 알아서 체크인부터 수하물 부치는 것까지 도와줄 거라고 믿고 있던 나는 새로운 시스템에 당황했다. 물론 항공사 직원이 나처럼 새로운 시스템에 당황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늘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은 놀라울 만큼 인천공항에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쉽게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로부터 벗어나 여행이 본격화되고 해외여행 수요자가 급증하는 시기가 오면 자동화 시스템에 미숙한 사람들은 애를 먹을 것이다. 당장 비대면 서비스나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이와 함께 인천공항에 간다면

인천공항 뽀로로 놀이터


또 하나의 문제는 예상보다 너무 일찍 모든 절차가 끝이 났다는 것이다. 모든 출국 절차를 마무리했음에도 비행기 출발까지 2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여행을 통해 아이에게 '기다림'에 대해 가르치고 싶었다. 하지만 2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것은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무작정 스마트폰을 건넬 수는 없다. 나는 기다림의 시간을 대비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라는 책을 가져왔다. 물론 아들 책도 일본 저자의 것으로 두 권 빌려왔다. 하지만 아이 그림책의 특성상 10분 정도면 두 권의 책 독서가 끝이 난다. 책을 읽거나 소셜 미디어를 하면서 2시간 정도야 수월하게 버티는 어른과 달리 7살 J 씨는 몹시 심심하다.


그래도 세계적인 인천공항인데 설마 어린이를 위한 실내 놀이터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어 검색 찬스를 활용했다. 역시나 블로그에는 모든 것이 다 있다. 나처럼 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블로거들이 인천 공항 내의 실내 놀이터에 대한 정보를 포스팅해 두었다. 블로그를 참고해 아이가 놀 수 있는 실내 놀이터를 찾아 수렵 채집 시절의 유목민처럼 이동하고 또 이동했다.


특정 게이트마다 뽀로로 테마파크처럼 군데군데 실내 놀이터로 꾸며진 곳이 여러 있었다. 마침내 뽀로로 영상을 쉴 새 없이 틀어주고 뽀로로 캐릭터를 주제로 한 체험 기기가 있는 실내 놀이터를 찾아 잠시 평화를 찾았다. 아내가 아들을 돌보던 시간 동안 '나고야'와 우리가 가는 일정들에 대해 드디어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인천공항에 왔고 해외여행 간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인스타그램에 짧게 기록을 남겼다. 아직 본격적으로 여행 시작도 못했지만 인천공항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흥분되고 설렜다.



3년 만에 경험하는 비행기 안 세상

3년 만에 떠나는 해외 여행


촌사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비행기는 언제나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일상에서도 가끔 하늘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비행기 속에서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이제 나도 비행기를 타고 일상인듯 일상 아닌 일상 같은 곳으로 떠나게 되었다. 2019년 대만 여행 이후로 처음 가족과 떠나는 해외여행이다. 우리를 안전하게 나고야로 데려다줄 비행기 앞에서 아이와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나고야로 가는 항공기 안에서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서 그런지 몰라도 기내 안전 안내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상에는 SM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했다. 보아가 내레이션으로 안전 수칙에 대해 안내해 주었고, 엑소로 추정(?) 되는 남자 아이돌스타들이 춤을 추며 랩과 함께 기내에서 지켜야 할 행동들을 알려주었다.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은 기내 안전 방송 영상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뿐만 아니라 모든 승객들이 집중해서 영상을 보고 있었다. 나고야행 비행기의 경우 기내에도 한국 관광객들이 정말 드물었다. 승객 대부분이 한국에 방문한 일본 사람들이었다. 외국인들이 집중해서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들이 출연한 대한항공 기내 안내 방송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내가 뿌듯했다.


인천에서 나고야까지는 1시간 50분 정도 걸렸다. 대한항공의 경우 기내에서 다양한 최신 콘텐츠들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나고야까지의 비행시간 동안 나는 늘 그렇듯이 NBA 콘텐츠를 찾아본다. 스포츠 항목에 NBA 관련 영상이 하나 정도는 있다. 마침 작년에 NBA 리그 75주년을 기념해 선정한 '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75인'에 대한 영상이 있었다. 75명을 모두 소개해 주면 좋겠지만 75명 중 '마이클 조던, 케빈 듀란트, 제리 웨스트'를 소개한 영상이 있어 재미있게 시청했다. 아들도 본인이 직접 고른 어린이용 콘텐츠를 보며 나고야까지의 비행을 즐길 수 있었다.


영상을 보며 NBA 위대한 선수 75인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즈음 기내식이 등장했다. 정말 오랜만에 기내식을 먹으니, 진짜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맞구나 하는 감격이 또 느껴졌다. G와 J는 사전에 따로 신청한 특식을 먼저 받았고, 나는 일반 기내식을 받았다. G가 받은 특식에는 샐러드, 스테이크와 같은 특식이 있어 왜 나와 너의 밥이 다르냐고 G에게 따졌다가 오히려 혼이 났다. 예전에 나에게 사전 특식을 신청할 거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도 아니고 왜 기억이 안 나지.


식사 후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기를 읽으며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라는 책에는 여러 편의 여행기가 수록되어 있다. 하루키 입장에서 해외에 해당하는 미국, 멕시코, 중국 등의 여행기보다 국내 여행에 해당하는 일본 여행기부터 읽기 시작했다. 가가와현의 우동 맛집을 찾아 떠난 여행기를 읽으며 새로운 곳을 바라보는 그의 신선하고 재치 있는 시선에 몇 번이나 키득거렸는지 모른다. 그렇게 하루키를 따라 일본 우동 맛기행을 다니다 보니 어느새 나고야 공항에 착륙한다는 메시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드디어 일본 나고야 도착

기차 타고 나고야 도심으로


드디어 일본 나고야에 도착했다. 한글 대신 '가나'가 쓰인 안내문에서부터 새로운 환경, 새로운 공기, 새로운 문화가 느껴진다. 사전에 '비지트재팬웹'에 미리 백신 접종 여부와 여러 신고를 미리 한 덕분에 입국 심사 역시 정말 빠르게 진행되었다. 비행기 착륙부터 짐 찾아 나오는 데까지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외국인' 전용 줄에 가서 섰는데, 외국인이라고는 우리 가족뿐이었다. 한국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에서 입국 심사를 위해 오래 기다려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고야' 여행에 대한 만족도가 커졌다.


공항에서 내려 메이테츠선 기차를 타고 '나고야역'으로 향했다. 아직 나고야에 적응이 안 되었기 때문에 이 기차가 우리를 나고야역에 데려다 주는 것이 맞는지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중국에서 G와 함께 여행을 다녔을 때부터 들이대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내향적인 G는 꼼꼼하게 계획을 짜고, 그 계획을 직접 부딪치며 실천하는 것은 외향적인 나의 성향에 더 맞았다. 플랫폼에 서 있는 역무원에게 일본어 대신 영어로 이 기차가 나고야역 행이 맞냐고 물어보자 표를 보여달라고 하더라. 내가 갖고 있는 표를 보더니 1,2번 호는 지정석이고 3번 열차가 자유석이니 3번으로 가라는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 공항이 첫 역이라 우리 가족 모두 앉아서 갈 수 있었다. 기차를 타고 공항에서 나고야 시내로 들어가며 일본 대도시의 소소한 풍경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여행의 시작이었다.


나고야역에서 우리의 첫 번째 숙소인 힐튼 호텔까지는 지하철로 한 정거장 정도의 짧은 거리이다. 하지만 새벽부터 일어나 나고야까지 오는 여정으로 인해 고단함을 느낀 우리 가족은 과감히 택시를 타기로 했다. 일본 물가 중에 가장 비싼 것으로 손꼽히는 것이 택시비다. 역에서 호텔까지는 5분 정도 걸렸고, 택시비는 만 원 나왔다. 택시 기본요금이 만 원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그래도 언제나 그랬듯이 일본의 택시 기사님은 친절하게 우리의 짐을 실어주고 응대해 주셨다.



힐튼 호텔 앞에 욱일승천기가?

욱일기인 줄 알고 깜짝 놀란...
나고야 도심을 바라보고 있는 J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숙소인 힐튼 나고야 침대 위에 눕기까지 딱 3시간 30분이 걸렸다. 대구에서 당진 가는 거랑 시간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아이도 너무 빨리 도착해서 그런지 여기 외국 맞냐고 되물었을 정도였다. '비지트재팬웹'을 통해 정말 빠르게 입국 수속을 밟을 수 있었고 아내이기 이전에 나의 여행 스승이었던 G의 기민함 덕분에 나고야 공항에서 숙소까지 오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사실 여행의 묘미는 불확실성에 있다. 우연히 발생하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어야 기억에 남을 에피소드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아직 어린 J 씨와 함께하는 가족 여행에서는 추억을 만들고자 그렇게 고생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더욱 꼼꼼하게 미리 여행 준비를 했는지도 모른다.


한편 숙소인 힐튼에서 본 나고야는 대도시 그 자체였다. 일본에서 도쿄와 오사카 다음으로 큰 도시답다. 지정학적으로 도쿄와 오사카 중간에 있는 나고야는 한국의 대전과 여러모로 유사하다. (도쿄를 서울, 오사카를 부산으로 본다면) 물론 항구도시이고 도요타를 비롯해 일본 자동차 회사의 메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울산과도 닮았다. 숙소에서 바라본 나고야는 남쪽으로는 바다와 항구가 보였고, 북쪽 멀리로는 눈으로 뒤덮인 산이 둘러싸고 있는 지형이었다. 앞이 바다, 뒤가 산이라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곳에 위치한 도시였다.


한창 숙소에서 나고야의 도심 풍경을 즐기고 있는데 욱일기 비스무리한 깃발이 눈에 띄었다. 힐튼 호텔에 도착하기까지 기본적으로 배려하는 태도가 몸에 밴 일본인들의 친절함에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물론 자본주의 미소를 넘어서 부담스러울 정도의 친절함에 거듭 민망해진 나는 "스미마셍'을 계속해서 그들에게 말해야 했지만 말이다. 여하튼 나고야 도심 한복판에 욱일기라니 아무리 세상의 다양한 생각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전범 국가로서 반성은커녕 너무 뻔뻔한 행위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 날 읽은 하루키의 글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전쟁을 증오하고 평화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문장에서 살짝 의문이 든 상황이었다. (일본이 아니라 일본인이겠지.) 일본인이 제국주의를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한다면 도심 한복판에 욱일기를 걸면 안 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호텔 앞 욱일기 비슷한 깃발이 걸린 건물은 '조일신문'(아사히신문)이라는 신문사였고 그 깃발은 신문사를 상징하는 마크였다. 네이버 검색에 따르면 '조일신문'은 일본에서 진보적인 언론사로 극우파의 습격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역시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뭐든지 알아보고 비판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힐튼 호텔에 있는 내내 속소 앞 깃발이 욱일승천기라고 불편한 심정을 가졌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우리 가족의 3박 4일 동안의 나고야 여행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일본 나고야 여행기를 하나씩 올릴 계획이다. 나의 여행기를 읽는 사람들이 일본 여행에 대한 설렘과 갈망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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