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읽고 있는 자기계발서가 있습니다. 바로 김민식 작가의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입니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와닿는 문장이 조금씩 달라 신기합니다. 만으로도 40대가 된 올해도 이 책을 읽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삶이 바뀌는 인생의 전환점이 있다고 합니다. 저에게는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97년과 코로나가 터졌던 2020년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두 시기의 공통점은 저의 삶을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중학교 시절 성실하게 학교 공부에 임하지 않았던 저는 고교 시절만큼은 잘 보내고 싶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SKY 대학에 입학하면 과거 급제처럼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믿던 시기였습니다. 제 삶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수능 공부에 매진했지요. 아침부터 잠드는 그 순간까지 오직 목표 하나만을 생각했습니다. 첫 모의고사 때 전교 200등이었던 석차를 6개월만에 전교 20등까지 끌어올렸지요. 1학년 마지막 모의고사에서는 전교 10등 안까지 들어갔습니다. 예상보다 너무 쉽게 목표를 성취했고 그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했던 저는 그 자리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제 스스로를 경쟁자로 삼고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계속 정진할 수 있었겠죠. 안타깝게도 16살의 저는 상대평가에 익숙했고, 학교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때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지금 이렇게 교사로 살 수 있었던 것도 고등학교 1학년 때 노력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 문제를 암기해 머릿속으로 풀면서 급식을 먹고, 소등 후 기숙사 창밖의 가로등 불빛으로 영어 단어를 외웠던 간절함이 저의 자존감을 세워 주었고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었습니다. 16살의 노력으로 30대까지 버텼다고 보면 됩니다. 40대가 된 지금 언제까지 16살 때의 자산만을 믿을 수는 없죠. 이제는 또 다시 미래의 '나'를 위해 간절한 마음을 먹고 꾸준히 실천하고 노력해야할 시기가 왔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저는 늘 교실에서 제일 늦게까지 남아 직접 소등을 하고 나가던 학생이었습니다. 밤 10시에 야자가 끝이 났지만 1시간을 더 공부한 다음 기숙사로 들어갔죠. 중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는 개학 후 첫 1주일 동안 저를 기다려주었지만, 저는 1주일 내내 그의 기다림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그 친구가 저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어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친구 관계보다 공부로 내 삶을 바꾸어 보겠다는 목표가 휠씬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인생의 많은 부분이 정해져 있던 상황에서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저의 하루에 변화를 주어야 했습니다. 일상 중 직장 생활과 육아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죠. 언젠가부터 제 삶에서 멀어졌던 책을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저도 그들처럼 쓰고 싶더라고요. 블로그를 개설해 매일 저의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운동을 해 코로나 이전보다 살을 8kg 이상 뺐고, 아들과의 세계여행을 꿈꾸며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영어회화 책을 외웠습니다.
2년이 넘도록 매일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대단하다고 한 번씩 칭찬을 해 줍니다. 그렇다고 제 삶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수익이 늘어나지도 않았고, 쉽게 직업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가까운 제 주변 사람들도 그대로고요. 사실 새해가 되었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습니다. 새해라고 새로운 결심을 세운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게 올해도 꾸준히 읽고 쓰고 운동하는 삶을 사는 게 목표거든요. 2022년 12월 31일의 일상을 2023년 1월 1일에도 그대로 사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새벽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 후에 출근을 하고, 퇴근 후에는 선천 강변이나 두류공원에서 달리기를 하며 몸과 마음을 단단히 단련하고요. 새해에도 매일 책을 한 시간 이상 읽고 1일 1블로그 포스팅을 하며 퇴근 후 일상을 보낼 예정입니다. (요즘은 블로그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에도 매일 하나씩 피드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브런치에도 매주 글을 한 편씩 올리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ㅠㅠ) 2022년의 루틴을 2023년에도 이어나가자는 것이 재미없는 저의 2023년 새해 목표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지금 하는 것들이 무슨 의미인가 하는 허무함이 들 때도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이웃들이 책을 내 작가로서 새 삶을 도모하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질투가 나 자괴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제가 꿈꾸던 것을 이미 이룬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과 괴로운 마음이 동시에 들지요. 괴로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겠다고 그들의 재능은 타고 났고 나는 그만큼의 역량이 안 된다고 자조해 버리고는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꾸준한 노력을 타고난 재능이라며 왜곡해서 해석하는 순간 제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특정 결과가 도출되지 않더라도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야 무엇이든 꾸준히 꾸역꾸역 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해마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라는 책을 필수로 읽습니다. 김민식 작가의 하루하루를 선물처럼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다시 한 번 되새기기에는 이 책이 참 좋거든요.
사실 이 책은 영어공부 노하우를 가장한 자기계발이자 동기부여 책입니다.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며 내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하루하루를 선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책 서문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올해도 여전히 세상일은 저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상황은 작년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고요. 세상일은 저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저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만큼은 적어도 하루 중 일부만큼은 제 뜻대로 만들어 갈 것입니다. 마흔 두 살의 삶을 살 수 있게 됨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일상을 더 재미있게 보낼 것입니다. (인류 역사상 여러 이유로 40대까지 가 보지 못하고 인생을 마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40대를 기점으로 나이가 든다고 한숨만 쉴 것이 아니라 나에게 그 나이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감사하게 받아들이자고 마음을 바꾸니 새해를 더욱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겠더라고요.)
삶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 자신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도 저 자신에게 '기회' 또는 '시도'라는 선물을 주는 한 해를 만들고 싶습니다. 가장 쉽게 새로운 경험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읽기와 쓰기를 통해 몰랐던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것입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지적 영역을 넓히는 것이 바로 '공부'이지요. 제가 공부하고 싶은 곳에서 공부하고 싶은 순간에, 공부하고 싶은 만큼 알고 싶은 분야들을 공부하며 일상을 채워 나갈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욱 짧게 느껴집니다. 1년이 금방 지나갑니다. 20대가 40대보다 더 길게 시간이 느껴지는 이유는 추억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전에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경험만이 추억이 되어 우리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힘을 실어 주고 일상을 재미있게 만듭니다.
김민식 저자는 PD로서의 업은 끝이 났지만 노후에 전업 작가로서 살겠다는 목표는 이루어낸 분입니다. 그것도 베스트셀러 작가에 유명 인플루언서의 삶으로요. 하지만 여전히 하루하루의 노력이 수십 년의 세월로 쌓여 나의 삶을 더욱 즐겁게 만들겠다는 그의 꿈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이 책을 통해 노력하면 언젠가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다시 마음속에 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당분간은 꾸준히 해야할 일들을 실천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네요. 저부터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제가 만나는 학생들에게도 노력하면 원하던 바를 꼭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습니다. 끝까지 해낼 수 있는 그릿(끈기)은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니깐요.
설령 꿈을 못 이루더라도 괜찮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일들로 일상을 채웠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미래의 꿈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를 즐길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지금은 일본 나고야 여행 중입니다. 어린 아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일본 여행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1일 1 글쓰기의 다짐을 이어가고 싶어서 아내와 아들이 잠든 사이에 지난 주에 인스타그램에 썼던 글을 스마트폰으로 다시 작성해서 올려봅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루하루는 선물입니다. 잘 썼던 못 썼던 저의 이야기로 이렇게 세상에 흔적을 남길 수 있어 좋습니다. 제 글이 단 한 명의 독자에게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서 남은 하루도 선물처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