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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희 Apr 16. 2020

여자, 엄마라면 은유의 말과 글에 공명하기를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서해문집


작가 은유의 글은 한국사회에서 여자, 엄마들이 한번 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 안에는 수많은 '나'가 있음에도 엄마, 아내라는 역할을 부여받는 순간

마음에서 오는 억압, 말하지 못하는 언어의 부제를 실감합니다.

나의 문제를 너머 구조의 문제를 함께 직시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내 옆의 남편이 나의 노동을 헤아리지 못할 때 온전히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닌

가부장제에 내면화된 남자사람을 발견해 보는 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드러낼 때마다

'이기적인 엄마'라는 죄책감과 주변의 압력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발견해 보는 일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에서 저자의 말에 거의 밑줄을 그었습니다.

그녀의 말과 글은 여자, 엄마인 우리에게 공명을 이어줍니다.


집안일부터 세상일까지 나의 울컥은 생의 질문이 되었다. 끝도 없고 두서없는 물음의 연쇄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되었다. 내가 구상하는 좋은 세상은 고통이 없는 세상이 아니라 고통이 고통을 알아보는 세상이다.
이는 아주 일상적으로는 끼니마다 밥 차리는 엄마의 고단함을 남편과 아들이 알아보는 것이고, 음식점이나 경비실에서 일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하는 것이다. 혹서기도 혹한기도 예외 없이 캐리어 위에 방석 하나 깔고 앉아 깐 마늘을 파는 할머니의 다 닳아빠진 엄지손톱을 보면서 그의 삶을 가만히 헤아리는 일이다.  세월호에서 아직 나오지 못한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문득 걸음을 멈추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2014년 4월 16일보다 세상이 느리게 돌아가는 것이다. 고통이 고통을 알아보고 존재가 존재를 닦달하지 않는 세상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 물음을 내려놓지 않는 한, 나는 계속 무언가와 싸우며 글을 쓰고 있을 것 같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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