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 김성광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김성광-
푸른숲
책을 만지는 일을 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면 아이들을 돌보고 살림을 합니다.
저는 엄마, 아내, 책방지기, 시민
그리고 개인이라는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는 중입니다.
육아도 일도 잘하고 싶고, 시간은 늘 빈곤하여
두 마음 사이에서 24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살고 있어요.
이 책의 저자 김성광씨는 아빠, 남편, 친구, 자식, 서점원, 시민, 그리고 개인이라는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고민들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채널예스에 '아이가 잠든 새벽에'와 '솔직히 말해서'에
새벽잠을 줄여 연재한 글들입니다.
어깨에 떨어진 역할을 해내느라 때론 허덕이면서
좋아하는 일을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
솔직하게 녹아있어요.
무한공감으로 오버랩되는 시간을
남자버전의 삶으로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 부분이 솔직히 놀라워서 언젠가 만나서
꼭 수다라도 떨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밥 먹는 시간을 최소화 하고, 아이가 잠든 새벽에 집을 나가 시간을 만들기도 했다. 한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우던 내가 10분, 20분 단위로 시간을 확인하며 일정표에 할 일을 채워 넣었다. 그래도 나 자신에게 던진 물음에 하나하나 답하기엔 시간이 태부족했다. 카페에 홀로 앉아 특별할 것 없는 생각들을 노트에 써보는 정도였다.
그런데 고작 이것만으로도 기뻤다. 내 역할을 돌아보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오랜만에 스스로 성장하는 느낌이었을까. 시간에 쫓기는데도, 현실의 나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뿐인데도, 내 마음은 어딘가 들떴다. 몸은 피곤했지만 생각은 오랜 잠에서 깨어난 듯 가뿐하고 명료했다.
기분이 좋은 것에서 멈출 수는 없었다. 육아와 일을 비롯해 내 삶의 영역에서 내가 지녀야할 원칙과 태도를 본격적으로 세워야 했다. 기분이 나아져야 하는 게 아니라 삶이 나아가야 했다. 역시나 관건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현실이었다. 책을 읽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의 곁을 오래 지키며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 '벽돌책' 한 권 진득하게 껴안은 채 탐닉하고 해부하고픈 마음, 이 두 가지를 결코 동시에 이룰 수 없는 현실이 슬펐다. 매일 시간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p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