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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희 Jul 01. 2020

Prologue

Vol.1 밥

들어가는 말_ 지금 여기에서 ‘저 너머’로

정해진 역할과 과업이 주어진 시기별 생애주기를 따르는 것이 ‘좋은 삶’인지 우리 질문하기로 해요. 

개인의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 규범과 제도의 틀이 강할수록 정상과 비정상,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는 근대적 사고를 벗어날 수 없다고 봅니다. 지금의 3B(비연애, 비혼, 비출산)가 개인의 선택이자 삶의 방식으로 여겨지는 것 처럼요.      


여성이기 이전에 보편적 인간으로 존엄한 삶을 누리고, 사회 구성원 안에 온전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모색이 우리에게 필요했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조건 중 우리는 무엇을 꿈꾸고 실천해야 할까요? 아름다워야 할 일상에 때로는 억압과 소외를 느껴본 적이 있으셨나요? W.살롱 커뮤니티는 그 질문을 시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함께 읽고 생각한다는 것은 ‘지금 여기’를 발견하고 ‘저 너머’로 건너가는 행위라 생각합니다. 첫 번 째로 지금 여기 ‘밥’이 있습니다. 매일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이 밥에 대한 담론을 풀어 봅니다.    

       

Vol. 밥

‘언제 밥 한번 먹자’, ‘밥벌이는 하고 살아야지’, ‘밥은 먹고 다니냐’, ‘~가 밥 먹여 주냐’, ‘너 그러다 콩밥 먹는다’, ‘사람은 밥심으로 살지’, ‘찬밥신세 되고싶어?’, ‘밥맛 떨어진다’, ‘밥줄 끊길라’, ‘집밥이 그립네’      


한국 사람들에게 밥이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먹는 밥은 보통명사를 넘어 관계나 비유를 나타내는 정서로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기승전 밥으로 연결 짓는 민족이에요. 입 안에서 오르내리는 밥, 목구멍 안으로 들어가는 밥 말고 ‘차리는 주체‘로 시선을 옮겨보기로 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의 입에 넣을 음식을 만드느라 손과 발이 주방에 묶인 사람이 있습니다. 옛 부엌에서부터 그 주체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가도 놀랍습니다. 정작 ‘먹는 주체들’에게는 음식이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부단했던 움직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밥을 짓는 일’은 역할의 연속이 아니라 ‘삶을 스스로 짓는 일’의 연속입니다. 쌀을 씻고 물을 적당량 맞추는 일, 된장국을 끓이기 위해 다싯물을 내어보는 일, 양파와 마늘을 직접 까며 매운 눈을 훔치는 일들을 과정 속에서 선명하게 겪는 일입니다. 나 또는 누군가의 끼니를 위해 육체를 움직여 보지 않은 사람은 일상을 대하는 태도 또한 관념적이지 않을까요.      


작가 은유는 「싸울수록 투명해 진다」에서 ‘한쪽의 수고로 한쪽이 안락을 누리지 않아야 좋은 관계다’ 라는 말을 했어요.  모성과 희생이라는 고착된 관념, 나쁜 엄마와 좋은 엄마로 존재를 구분 짓게 된 배경을 거슬러봅니다. 개인의 존엄이 자리한 곳이라야 비로소 밥의 숭고함과 노동의 신성함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디터 김정희- 




<W.살롱>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여성 소셜 커뮤니티입니다.  시즌.1 주제는 밥입니다.  

7월 1일 첫 커뮤니티를 열었으며, 시즌별로 <W.살롱 에디션>형식으로 출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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