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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열음 Oct 30. 2024

쓰고 싶어서 쓰지 못했다.

만질 수 있는 글쓰기를 위해서

쓰지 않으면 휘발되는 시간들. 하루하루를 꼭 남겨야 할 필요는 없어도 쓰지 않으면 정말 없었던 시간처럼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

그동안 나는 나에 관하여, 평범하지만 중요한 나를 지탱하는 것들에 대해서 왜 쓰지 못했을까.


그럴 듯한 완결성 있는 글을 남겨야 한다는 압박감에 실은 아예 쓰는 것을 시작 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학살 이야기를 읽으며 느꼈던 그 감정을, 쓰지 못했고

아이가 스치듯 말했으나 마음을 간지럽게 했던 말들을, 기억하지 못했고

밥벌이의 고단함과 치열함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다.


무언가를 써야 한다 써내야 한다 잘 써야 한다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라는 생각들은 실로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발을 붙이고 써야 하는데 자꾸만 위를 쳐다본 채 무언가를 쓰고 싶어만 하는 사람이 되는 일은 얼마나 공허한가.


좋은 글을 쓰고 싶어서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일상을 삼켰을 때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만질 수 있고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내 앞에 주어진 이 시간에 대해 쓰지 못한다면 결국 나는 아무 것도 쓰지 못할 것이다.


단단한 쓰기를 하고 싶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것들로 부터 시작하는, 만질 수 있는 글쓰기.


비로소 그때 나만의 시선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나만이 재창조 할 수 있는 현실들을 만지작 거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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