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책이 나옵니다

by 한시영

주말 내내 304페이지가 되는 원고의 교정을 보았다. 저자교정이 이뤄질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 출판사에서 택배로 보내준, 조판이 된 형태의 원고를 주말 내내 검토했다. 좋아하는 일에 마음을 다하면서 건강을 잃지 않기란 어려운 일임을 실감한다. 허리는 뻐근하고 목은 뒤로 넘길 때마다 윽 소리가 절로 나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일과 육아, 사람들과의 관계, 건강을 잘 챙기고 싶었던 마음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 주말 내내 뼈가 시리도록 깨닳았다.


삶을 내가 원하는 모양과 형태로 조각하며 만들어가는 어떤 인위적인 움직임과 마음의 헛됨. 인생에 어떠한 지향점을 갖는 것과는 별개로 ‘내 삶’에 대한 어떤 청사진은 동시에 나를 향한 족쇄와 나 자신을 미워하는 빌미가 될 수 있음을. 나를 더 사랑하고자 시작한 일들로 인해 나는 나를 미워하게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도 그 와중에 손을 내미는 이들의 그 손을 잡고서 주말의 끝에 서있다. 요즘 모니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건성건성 대답하는 엄마를 둔 아이들은 좋아하는 이를 만나 시간을 보냈다. 원고만 보다가 이렇게 주말이 흘러가나 싶을 때, 우리 집에 찾아와 준 이들과 함께 따뜻한 밥을 먹기도 했다. 그들 중 하나는 여성의 날이라며 그의 연인과 연인의 친구인 나, 나의 아이들에게까지 정성스럽게 포장된 꽃다발을 건넸다. 나의 아이들에게까지 높임말을 쓰는 그의 언어, 그 언어에 담긴 그의 마음은 내게 덤으로 주어지는 선물이었다.


개인적인 일들이 산적해있지만 사회적으로도 처리되어야 할(처단이라고 쓰려다 순화…..), 봉합되어야 할 일이 산더미다. 그것들 앞에서 나는 무력감을 때로는 피로감을 느낀다. 하지만 언제나 참이 이긴다는,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구년 전 친구와 함께 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불렀던 그 노래를 읊조리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


*

네, 곧 책이나옵니다.

오래도록 품고 있던 이야기입니다.

나를 만들고 먹이고 돌보았던 여자들,

때때로 나를 죽고 싶게 만든 여자,

그 이야기들 사이에서 무사히 어른이 되어버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곧 책으로 만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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