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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열음 Jun 29. 2020

우리 아이가 책을 읽는 이유

몰입에 대하여

ㅡ 엄마, 나는 책 읽기랑 만드는 거 좋아해.

이유가 뭐야?
ㅡ 책 읽으면 재밌는 생각으로 빠져. 무서운 생각이랑 슬픈 생각이 안 나서 좋아.

무서운 생각은 뭔데?
ㅡ 도둑이 와서 내 가장 소중한 걸 가져가는 생각.

슬픈 생각은 뭔지 말해줄 수 있어?
ㅡ 저번에 풍선이 날아갔던 일.

어, 엄마도 그때 슬펐는데 너는 아직 슬퍼?
ㅡ 응 근데 책을 읽으면 그런 거 하나도 생각이 안 나. 재밌는 나라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너무 좋아. 무서움도 슬픔도 다 소용없어. 재밌어서 다 잊어버려.

ㅡ 난 엄마가 현이랑 블록놀이를 하거나 현이 안고 춤추고 노래할 때 엄마가 현이를 예뻐하고 있거나 재울 때 책 읽는데 왜 그러는 줄 알아?
내가 소중한 책을 현이가 와서 찢으면 안되니까. 현이가 엄마랑 노는 걸 보면 얼른 책을 읽어버리는 거야. 현이 몰래. 현이가 엄마랑 좀 오래 놀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라 또 나한테 와서 내가 읽는 책을 찢는 게 싫어. 그래서 얼른 후다닥 읽어버려야 해.

그런데 솔아. 그럴 때 엄마랑 현이만 둘이 놀면 좀 속상하지 않아?
ㅡ 그럴 때도 있는데 책이 진짜 재밌는 이야기면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 그런 생각이 안 나. 나는 재밌는 나라에 이미 빠져들었거든.

——

아이와 이야길 나누며 몰두와 몰입에 대해 생각해본다. 무언가에 빠져 다른 것들은 생각이 나지 않는 그런 상태. 몰입에 빠진 그 순간, 아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여섯살이 되자 꽤 많은 글밥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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