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엄마로 살아남기
시원하다 못해 쌀쌀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 가을비. 불러도 답이 없는 타다와 택시 호출을 접고, 아이와 우산을 쓴 채 집을 나선다. 행여 늦을까봐 방금 젖을 먹어 숨을 몰아쉬는 둘째를 이모님께 안겨드리고 인사할 새도 없이 엘레베이터에 탔다.
8시 40분까지 어린이집으로 가야 소풍을 갈 수 있다는데, 둘째 봐주시는 이모님 출근 시간보다 일러 서 해당 장소로 바로 간다는 양해를 구했다. 도심 속 위치한 직장어린이집이다 보니 이런 일이 종종 있다.
빗줄기가 세차서 우산을 써도 빗물에 옷이 금세 젖는다. 버스에 지하철에 도보까지 있는 경로라 다섯 살 아이에겐 조금 벅찬 등원길. 비 오는 날 아침, 엄마랑, 그것도 지하철, 웬일이냐 싶어 아이는 신이 난다. 중간중간 우산을 내리고 “엄마 나 비로 머리 감는다.” “엄마 비 맛이 이상해.” “엄마 비 좀 먹어봐.”
면허가 있었다면 이모님 출근 전 두 아일 모두 카시트에 태우고 첫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줬을텐데. 면허가 있었다면 나나 아이나 편하게 지냈을텐데 싶어 아직 무면허인 내가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필기, 기능 합격하고 연습 면허 소지자. 초라해 보이긴 했으나 정신 승리인지 뭔지, 직장 어린이집에 가기 위해 부천에서 서울역까지 네 살 아이와 지하철 등하원하며 쌓인 짬 덕분인지, 아이랑 내내 웃으며 왔다. 성격이 차분하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해서 잘 견뎌주는 아이 덕분도 있다.
‘오 뚜벅이도 꽤 괜춘?’ 하며 두렵고 떨리는 도로주행을 미루고 싶지만... 마음 굳게 먹고 도전하기로 한다. 11월이면 뚜벅이 탈출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