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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교선 Apr 13. 2021

남미 여행 일지 8. 고산도시아레키파-2-

20대 중반 남자 4명의 남미 배낭 여행기

고산도시의 한낮 그리고 아레키파 대성당

 한가로운 아레키파 낮은 겉보기와는 달리 뜨거웠다. 말 그대로 날씨가 뜨거웠다. 이글거리는 햇살이 그대로 광장을 덥히고 있었다. 그즈음 우리는 대성당으로 향했다. 날도 뜨겁겠다, 실내 구경할 때가 온 것이라 생각했다.


 대성당은 광장과 늘 함께 있다. 거대한 건축물이 성당의 지위를 알 수 있게 한다. 도시 그 어디에도 대성당보다 높은 건물은 없었다. 하얀 외벽이 인상적이다. 한쪽이 좀 더 긴, 비대칭의 형태라 다소 불편하긴 했다. 이 비대칭은 여태 본 성당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특이한 특성이었다.

 성당 내부는 가이드를 통해서 구경했다. 내부에 들어가니 신기하게도 예수상보다 성모상이 더 위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성모에 대한 신앙이 더 강한 것이 남미 가톨릭의 특징인가 보다. 이전 리마 성당에서도 본 특징이다. 한국의 성당에 가면 제단 뒤에는 늘 예수 십자가 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 위에 성모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모계 토속신앙의 영향 때문일까?

 

십자가의 예수 위에 자리 잡은 성모상


 외관으로 보이는 크기만큼이나 실내는 화려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위축되게 하는 크기와 웅장 함이었다. 밝고 깨끗했고 화려했다. 이 곳 성당에는 다른 성당들과는 달리 대형 파이프 오르간이 있었다. 그 거대한 크기만큼 오래된 세월을 나타냈다. 멋진 자태로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고, 특별한 날에는 연주를 한다고 한다.


 보석으로 장식된 성물들도 전시 중이었다. 성물들이 정말 화려했는데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보석을 본 적은 보석상 이후로 처음이다. 그것도 알록달록한 색깔의 보석들로 말이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성체 보관함이나 로브 곳곳에 사파이어, 루비로 추정되는 보석들이 알알히 박혀있었다. 조각물, 관 등 화려하게 빛나는 성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당시 종교가 가진 막대한 영향력을 짐작케 했다. 그런데 지금의 시각으로 볼 때 종교용품에 이런 사치스러운 보석들이 사용되는 게 옳은 것인가 하는 희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화려해서 종교물품보다는 왕실 보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리마의 부호들과는 달리 여기 부호들의 구원은 보석으로 이루어졌나 보다.


 조각물 중에는 기이하게 생긴 펠리컨 모양의 조각도 있었다. 펠리컨이 종교랑 무슨 상관이길래 이렇게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까. 설명을 들어보니, 펠리컨이 여기서 희생의 상징으로 통하는 모양이다. 예수가 자신을 희생하여 뭇 백성을 구한 것에 대한 상징으로 이런 장식품이 존재한다고 했다. 펠리컨은 먹이가 부족하면 자기 살을 뜯어내 자식을 먹인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장식품들이 모두 원주민들이 채굴하고 제련한 것으로 만든 것이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


 실내 구경을 마치고, 세월의 때가 탄 하얀 벽과 바닥으로 이루어진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 올라오니 아레키파 아르마스 광장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또한, 저 멀리 피추피추라는 이름의 산과 도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산은 화산인데 다행히도 휴화산이라고 한다. 산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수묵담채화처럼 먼 산은 옅게, 가까운 산은 짙은색으로 병풍처럼 도시 뒤편을 장식했다. 종탑도 구경했는데 철로 만들어진 육중한 종이 고요히 매달려 있었다. 엄청난 두께와 크기를 자랑하는 철종은 단단했고, 그 무게만큼이나 버텨낸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종의 피부를 두들겨 낸 소리가 아르마스 광장 전역에 울려 퍼졌을 것을 생각해봤다. 

종과 함께 내려다보이는 아르마스 광장




 투어를 마치고


 가이드 투어를 마치고 나서 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너무나도 거대해서 아무리 뒤에서 찍어도 성당의 전경이 다 담기지 않았다. 겉에서 슬쩍 사진을 찍고 나서 투어를 마무리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여러 골목을 구경하며 돌아갔다. 골목 풍경이 예쁘고 조용하여 종일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얗고 회색 빛깔의 벽들과 중앙에 자리 잡은 녹색 나무들이 대비를 이루어 산뜻하고 깔끔한 골목 풍경을 만들어냈다. 몇몇 카페가 자리 잡아 서구적인 인상을 주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첨탑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대성당의 외관
서구적인 인상의 골목길 풍경

 숙소에서 잠시 휴식 후에 다음 투어 일정을 정했다. 수도원과 재래시장. 일정이 빡빡해서 둘 다 돌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나라도 제대로 보는 게 수박 겉핥듯이 보는 것보단 낫지 않겠는가. 결국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누어 돌고 온 뒤 저녁때 맥주와 함께 서로의 이야기를 안주 삼기로 하였다. 나와 다른 친구는 수도원으로 향했고, 현지 시장의 맛을 체험해보고 싶었던 다른 두 친구는 재래시장으로 갔다. 와이파이가 없으면 고성능 벽돌이 되어버리는 휴대폰 때문에 서로 연락할 수단이 없었다. 우리는 낭만적 이게도 저녁 7시에 마트 앞에서 보기로 하였다. 더 낭만적이게 해가 피추 피추 산 꼭대기에 걸리면 보자 하려다가, 낭만 대신 현실감을 얹어 7시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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