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남자 4명의 남미 배낭여행기
다시, 신의 거울과 마주하다.
어제 봤던 신의 거울이 다시 떠올랐다. 어제의 감동도 다시 떠올랐다. 하늘은 푸르게 변하기 시작했고, 지평선은 옅은 노란빛으로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지상 모든 것이 소금 사막에 다시 담기기 시작했다. 다른 관광객도, 주변의 언덕과 자동차 그리고 우리들까지 다시 소금사막에 비쳤다. 또다시 어제 했던 포즈를 취하며 찍었던 사진을 재연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가이드 조 메르는 핸드폰을 들고 우리 주변을 돌았고, 우리는 다시 또 팔을 부들부들 떨며 포즈를 취했다. 한번 했던 터라 이번에는 능숙하게 해냈다. 이번에는 6명이라서 완벽한 대칭구조를 이루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상하뿐만 아니라 좌우까지 대칭이 되는 완벽한 사진이었다.
해는 점점 더 밝아오기 시작했다. 눈이 부실수록, 신의 거울도 차차 사라져 갔다. 그리고 우리는 슬슬 투어가 끝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소금사막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추위도 잊은 채, 다시 못 올지도 모를 이곳의 모습을 한없이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으슬한 기운이 이제는 버틸 수 없을 즈음, 다시 차에 올랐다. 투어를 무사히 마치고,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오는 차 안에서도 기절하다시피 곯아떨어졌다. 눈을 떠보니, 여행사 앞이었다. 조메르에게 인사를 하고, 같이 동행한 부부와도 인사를 한 뒤 숙소로 돌아왔다. 짧은 인연이지만, 오랜 기억 속에 자리 잡을 인연이었다.
소금사막을 뒤로, 우유니 시내탐방
숙소로 돌아오니 아침 시간이었다. 해는 이미 사막의 햇살을 뽐내고 있었다. 아침을 거르려다 조식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먹었다. 공짜인데, 어찌 지나칠 수 있으랴. 과일과 시리얼로 아침식사를 했다. 그간 밀린 빨래를 호텔에 맡기고 드디어 아늑한 침대와 마주하였다. 뜨뜻한 물로 샤워를 하며 소금사막의 소금기와 새벽 한기를 흘려보냈다. 그리고 다시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단잠에 들었다.
눈을 떠보니 오후였다. 일어나 보니 컨디션이 저하된 게 느껴졌다. 몸살이 올랑 말랑 할 때의 바로 그 몸상태였다. 아무래도 일정이 좀 무리가 있었나 보다. 점심식사도 할 겸 추가 환전을 위해 밖을 나섰다. 우리가 간 곳은 시장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시장은 건물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활기가 넘치는 곳은 아니었다. 열지 않은 점포들도 있었다. 시장 안에서는 간단한 식사를 파는 곳도 있었다. 그렇지만 위생도 살짝 우려되고,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에서는 특히 안 좋을 것 같아서 그냥 지나쳤다. 영어가 안 통하는 곳이라 메뉴도 알 수 없었다.
도시 중앙에는 관광지처럼 활성화된 작은 마트와 식당들이 있었다. 마치 이곳이 우유니의 아르마스 광장인 것 같았다. 식당의 음식들은 으레 관광지들이 그렇듯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다. 그곳에서는 몇몇 외국인 관광객들이 맥주를 마시며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나는 좀 더 쉬기 위해 숙소로 돌아왔다. 식사보다는 침대가 더 그리웠다. 오는 길에 에너지 충전을 위해 저렴한 과일주스를 하나 사 마시고, 다시 잠에 빠졌다.
저녁이 되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역시 잠은 보약이다. 내일은 '오루로'로 가야 했기 때문에 버스 티켓을 사러 나갔다. 오루로는 우리가 라파즈까지 돌아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서울역버스환승센터 같은 곳이었다. 그런 고로 우유니의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런데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여기가 정말 버스 터미널이 맞는가? 터미널이라는 이름에 익숙해서 번듯한 건물을 찾았다. 번듯한 걸 떠나서 어떤 건축물의 형태일 줄 알았다. 그런데 우유니의 버스 터미널은 여러 버스 티켓 판매업자들이 작은 사무실을 차린 것들이 모여있는 형태였다. 버스 티켓을 판매하는 소리, 버스가 오가며 내는 소음과 뿌연 먼지들이 가득했다. 그래도 그나마 이곳이 우유니에서 가장 활발한 곳 같았다.
관광객들이나 현지인들이 버스에서 내리고, 또 버스에 올라타는 풍경을 보니 터미널은 맞았다. 통합 창구가 있을 줄 알았던 우리는 뜻밖에 발품을 팔아 저렴한 티켓을 찾게 생겼다. 이곳은 버스가 내뿜는 매연이 공중에 가득해 공기가 그리 좋진 않았다. 먼지와 매연에 섞인 공기 때문에 오래 있을 곳이 못 되었다. 그래서 빨리 둘러보고 티켓을 사기로 했다. 라파즈, 오루로부터 시작해서 볼리비아 곳곳으로 가는 버스 티켓을 판매하고 있었다. 작은 매점들도 군데군데 보였다. 있을 것은 다 있어 보였다. 우리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판매소들을 기웃거렸다. 오루로와 가격. 오로지 두 개만을 보며 돌아다녔고, 고심 끝에 최적의 티켓을 구매했다. 의자가 편하고, 적당한 가격이었다.
영혼을 울리는 미소된장국
이제 저녁시간이 돌아왔다. 이곳저곳 식당이 많았지만, 나는 다른 친구와 일본식 식당에 갔다. 오전에 컨디션이 안 좋았던 탓인지 따뜻한 밥과 국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남미 현지인이 운영하는 아시아의 식당은 어떨지 호기심이 동했다. 우리가 들어서자 주인의 얼굴에는 살짝 긴장한 듯 신기한듯한 표정의 기운이 느껴졌다. 쇼가야끼라는 생강소스 돼지구이와 가라아게라는 닭튀김을 시켰다. 그런데 나오고 보니 정말 현지화된 음식이라는 것을 느꼈다. 쇼가야끼는 생강을 살짝 넣은 남미식 소고기 볶음, 로모 살타도와 비슷했다. 가라아게는 남미식 닭튀김 치차론 데 포요와 비슷했다. 우리 머릿속의 쇼가야끼와 가라아게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 그렇지만 밥과 미소국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뜨끈한 미소된장을 마시니 기운이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그야말로 감동의 향연. 역시 한국인은 뜨끈한 국과 밥을 먹어야 하나보다. 다른 친구들은 고기를 종류별로 잔뜩 주는 식당에 갔다 왔다고 한다. 고기가 많아 만족스럽긴 한데 좀 질기고 단단한 식감인 탓에 아주 맛있지는 않았다고 했다.
마무리는 맥주 한잔이다. 동네 마트에서 산 맥주를 마시며 우유니에서의 일정을 회상했다. 각자 먹었던 저녁밥에 대한 얘기를 시작으로, 스타라이트와 선셋 투어 얘기를 했다. 참으로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분명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피곤하기도 했고, 내일 일정도 있어서 간단히 마시고 정리했다. 우유니에서의 마지막 밤과 함께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