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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홍 Jul 11. 2021

웨딩드레스를 입은 너를 보며

앞으로 펼쳐질 너의 행복을 확신해

때 되면 다 해, 너도


드레스를 입은 친구가 말했다. 나는 친구가 결혼한다는 사실보다 저 많은 하객과 온갖 의례를 척척 해내는 친구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오랜만에 신는 구두도 이렇게 어색한걸, 너는 이것들을 어떻게 해낸 걸까. 20대의 한 철을 함께 보냈는데 넌 어느덧 그렇게 성숙해졌구나.


 스크린에 비친 신부의 얼굴은 내가 알던 그 친구가 맞는데 난 친구가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졌고 식장안에 들어서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고선 주책맞게 눈물이 나왔다. 그 언젠가 우리는 꼭 글을 쓰며 살아갈 거야, 진짜 문학을 하고 싶다고 자취방에서 다짐 같은 꿈을 꾸던 때가 있었는데, 왜 지금 이 순간에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오늘 친구는 무척이나 멀게 느껴졌다. 친구는 이제 내가 모르는 세계로 영영 가버린 것만 같은 생각을 지울 수 없었고 나는 그게 알 수 없이 섭섭하고 또 자랑스러운,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알 수 없는 감정 속에서 갈피를 못 잡다 정신을 차려보니 친구는 자신의 결혼식에서 신랑을 위한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었다. 참 그 다운 결혼식이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구나 생각했다. 결코 엄청 잘 부르지 않는 친구의 목소릴 들으며 그래도 우리 아주 멀리 가지는 않았어, 그렇지? 하고 웃던 얼마 전 친구와의 통화를 떠올렸다. 맞아, 우리는 지금껏 그래 왔듯이 또 우리대로의 고집과 현실 안에서 갈등하며 살아갈 거야. 힘든 순간도 있겠지만 잘 살 거야, 잘 살아낼 거야. 나는 친구에게 하는 말인지, 나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는 채로 되내었다.


 지선이가 웃었다. 그래, 저 미소를 가진 아이가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오래도록 저 미소를 볼 수 있겠다는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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