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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쿠다스 Jul 26. 2024

내가 이직할 때 알았으면 좋았을 세 가지

두 번째 이직에 실패했다.


 실패 말고 조금 더 순화된 단어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바로 떠오르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표현하기로 했다.

실패는 쓰렸지만 어쨌거나 경험을 했기에 실패라는 결과가 있었고 그래도 다행인것은 경험에는 늘 배움이 있다. 나는 오늘 그 배움을 개인적인 아쉬움을 담아 그때 내가 알았더라면 이런 결정은 안 하지 않았을까.로 풀어보고자 한다.


직장 생활을 8년 정도 했고 그 과정에서 단 두 번의 이직이 있었다.
첫 번째 이직과정에서 나는 이직하고 나서 만족감이 매우 높았다. 많은 고민을 했었고 그 고민 끝 결과가 나에게 큰 성취감과 성장을 가져다주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좋은 이직 타이밍과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 찾아온 두 번째 이직기회가 찾아왔고 그 과정에서 더 깊게 고민하지 못하고 오판했던 것들을 솔직하게 적어본다.



첫 번째. 회사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동일시했던 것


당시 재직 중인 회사는 여러 대내외 요인으로 인해 비상경영 선포까지 할정도로 분위기가 급격히 좋지 않아졌었고 이직처는 그에 반해 그 업계에서 안정적이고 경쟁자 없는 독보적 1위 업체로 비춰졌었다.


갑자기 찾아온 회사의 위기가 곧 나의 위기가 될까 두려웠고 더 나아가 아직 있지도 않을 미래 (구조조정, 조직개편 등..)까지 고민하며 이직이 나의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구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회사의 성장, 위치, 안정성이 곧 나와 직접적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오판이었다. 그렇다면 왜 나는 그러한 착각을 했을까?


 다녔던 2개의 회사 모두 100여 명의 스타트업일때 입사를 했었고 그 회사들은 모두 누구나 알만한 유니콘기업, 대기업 계열사로 편입이 되었다. 그 과정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갑자기 이 성장이 멈춘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나 또한 멈출 수 있다는 걸로 동일시하게 된 것이다.


잘못된 알고리즘(1)

회사의 성장 = 나의 성장
회사의 위기/성장의 멈춤 = 나의 위기/성장의 멈춤?!


돌이켜보니 회사의 성장은 간접적으로 나에게 더 많은 기회만을 줬을 뿐이고, 사실 직접적으로 나를 성장하게 했던 건 같이 일했던 동료, 리더들과 함께 했던 프로젝트들에서의 치열한 고민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불안한 마음에 그 시점 업계 1위의 안정적 회사를 바라보며 회사의 위치와 나의 위치를 동일시하는 마음으로 선택을 한 것이다.




두 번째. 직무명만 보고 같은 업무를 할 거라 생각했던 것   


서비스 기획, PO, PM 등 다양한 직무명으로 일컫는 나의 직무는 이 업계를 모르는 친구들에게 설명할 땐 나도 모르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를 늘 고민하게 만든다.


이직을 제안받았을 때 이직처의 산업, 기업의 규모, 조직구조 등 더 많은 것을 깊게 고려했어야 하나 이를 무시하고 같은 직무명이니 같은 직무일 거라 안일하게 생각했다.

 실제로 이직을 했을 때 경험했던 건 내가 그동안 해왔던 업무의 약 30% 정도의 싱크로율을 보였다. 그저 좀 잘 나가고 보기 좋아 보이는 동네로 이사를 하고싶었것뿐인데 졸지에 이민을 한 느낌이랄까

그 외에도 찬찬히 살펴보니 비즈니스 구조, 보상 체계, 직급의 유무, 조직 구조 등 다른 점이 너무 많은 회사였는데.. 나는 그저 '내가 관심 있는 분야고, 커머스를 하기도 하니 크게는 다르지 않을 거야. 회사도 잘되고 있고 분위기도 좋겠지'라는 일차원적인 생각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명심할 것은 고객 입장, 겉으로 봤을 때의 좋은 회사를 고르는 것이 아닌 일하기에 좋은 회사인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하기에 좋은 회사란 나랑 잘 맞는 회사다. 우리는 구직자이기 때문에 일하는 입장에서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회사는 하루에 8시간, 주 5일 40시간 내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에 절대적으로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준다. 회사는 모두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헤리티지와 고유문화들이 있고 연혁이 오래될수록 그 특징이 뚜렷하다. 뭐 결국엔 회사고 결국 같은 직무인데 상관없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절대 이를 무시해선 안된다. 회사의 산업, 규모, 조직구조와 같은 것들은 촘촘하게 연결되어 업계에서 통용되는 직무명이 같더라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세 번째. 커리어 고민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오만함, 그리고 도망침


커리어에 대한 욕심과 고민이 늘 많았던 나는 결혼 이후 줄곧 덮어놓고 미뤄놨던 숙제.. 출산, 육아에 대한 압박과 부담이 누구보다 컸다. 커리어 사형선고라고 불리는 출산, 육아를 직접 부딪혀보기도 전에 '두 가지를 다 잘 해낼 수 있다는 건 욕심일 거야'라고 섣부른 결론을 내렸고 어쩌면 이 기회가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고 나의 삶과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좋은 탈출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지금 돌아봤을 때 기본적으로 내가 회피형 인간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슬프게도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입사하고 2개월이 지났을 무렵부터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거지?‘라는 생각이 1일, 반나절, 1시간 단위 점점 짧은 주기로 찾아왔다. 주변에 이 힘듦을 얘기하면 나를 아는 잘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일에 대해 느끼는 애정과 몰입을 알기에 이러한 선택을 걱정했었다고 솔직하게 말해줬다. 커리어에서 큰 변화가 있었으나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여러 이유중 가장 큰 원인은 남들도 다 아는 내 기본적인 업무에 대한 태도, 업무 성향을 외면했던 것에 있었다.


물론 다양한 이유로 커리어와 삶에 변화를 줄 수는 있으나 중요한 건 그 변화가 회피성이 아니어야 한다.


 나는 일하면서 얻었던 만족과 보람도 컸지만 그와 더불어 찾아오는 더욱더 잘하고 싶다는 열망, 고민, 압박으로부터 멈추고 싶었고 내가 피할 수 없는 출산과 육아로 무너질 것을 염려하여 미리 겁을 먹고 도망쳤고 보기좋게 실패했다.


잘못된 알고리즘(2)

커리어에서 인정받고 잘하고 싶어 -> 육아, 출산이 있으면 그게 무너질 것 같아 -> 커리어 고민 없는 환경으로 가면 되겠네?  




그래서, 내가 이직할 때 알았으면 좋았을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회사의 성장은 나의 성장이 아니다.

회사의 성장과정에서 구성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상황이 주어지므로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직접적인 성장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더 직접적인 영향은 내가 맡은 직무의 영향범위와 어떤 권한과 책임으로 일을 하는가, 어떤 경험을 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더라.


2. 직무명이 같더라도 회사,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에 따라 맡은 직무가 다를 수 있다.

직무명뿐만 아니라 산업, 비즈니스 메트릭, 조직 구조, 팀 분위기 등 비교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비교하고 다른 것은 무엇인지 같은 건 무엇인지 유추해봐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해당 회사를 다니는 지인에게 물어보는 것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블라인드나 채용사이트 리뷰 등을 살펴보면 대략적으로라도 필요한 정보들은 얻을 수 있다.


3. 나의 기본 업무 성향을 무시한 채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대로 커리어 트랙을 결정하면 안 된다. 특히 회피성은 최악이다.

단순한 환경의 급격한 변화만으로는 나의 업무 성향이나 또는 삶에서의 우선순위 같은 것들을 변경하는 건 쉽지 않다.

내가 극복하고 싶거나 변화하고 싶은 나의 모습이나 성향들이 있다면, 이를 인지했으니 우선은 현재의 나에게 맞는 방식대로 부딪혀보고 살아보자. 천천히 변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계속 그려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변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을 마치며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경험은 없다고 한다. 다만, 시간은 유한하고 우리의 기회는 제한적이기에 가능한 실패를 줄여야 한다는 최근 들은 조언의 말이 참 마음에 와닿았었다.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동안 또다시 이직에 대한 고민은 찾아올 거고 그때 나는 어떤 결정을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겪은 이유들로는 또 다시 후회하고 힘들어하지 않길 바라며. 글을 적고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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