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례식...

# 감정일기 3. "잘 지내고 있지?"

by 바람스카프

“윤희야 잘 지내고 있지?

오늘 새벽에 아버지가 소천하셨어.

연락을 한다는게 경황이 없어 좀 늦었네.”

나이 오십을 앞두고 수많은 장례 부고 소식을 받아왔지만, 이상하게도 그때그때 느껴지는 감정은 늘 달랐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한 번은 찾아오지만 남겨진 이에게는 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나는 엄마를 서른넷에 보내드렸다.

정확히 말하면, 엄마는 내가 서른넷이던 해에 세상을 떠나셨다.

엄마는 내가 대학생일 때부터 아프기 시작했고,

꽤 오랜 시간 동안 나에겐 늘 돌봄의 대상이었다.


종종 나는, 엄마가 생각보다 일찍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예감하곤 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마음속으로 자주 다짐했다.

“잘 보내드려야 해”

사실은 붙잡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이별을 ‘보내드리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느 화창한 여름날,

엄마는 눈이 부시도록 평화롭게 그분의 곁으로 떠나셨다.


죽음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채

나는 천안에서 인천까지, 나는 단 한번도 쉬지 않고 달려갔다.

2층에 마련된 빈소에 도착하자 오랜만에 마주한 어릴 적 지인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인을 향한 슬픔은 잠시,

나는 반가움에 그만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슬픔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묘한 미소였지만 나의 지인은 따뜻하게 나를 맞아주었다.

그리고 여든이 넘은 아버지의 장례식은 천국을 향하는 평화로운 출발처럼 느껴졌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이 조용히 이야기 꽃을 피우다 누군가 말했다.

“결국 이런 날이 되어서야 얼굴을 보네...”

씁쓸하지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이라는 무게 아래, 살아있는 자들의 소소한 웃음이 번졌다.

그 웃음엔 그리움도, 위로도, 오래된 기억도 같이 피어났다.


누군가의 장례가 꼭 ‘슬픔’으로만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립고 반가운 얼굴들이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어색한 웃음,

그리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안도감까지...

삶의 한 장면은 언제나 여러 감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버지의 장례식은

‘만남’과 ‘이별’, ‘그리움’과 ‘삶’을 조용히 한 장의 그림처럼 담아냈다.

남은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를 다독이며, 다시 또 만날 날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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