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몽과 흉몽의 사이

# 감정일기 2. 감정은 꿈이 되어 나타난다

by 바람스카프

며칠째 계속되는 현실 같은 꿈은, 아마도 내 감정 탓일 것이다.
어제 저녁, 나는 우리 딸 봄(시츄)을 데리고
저만치 도망가는 봄의 한자락을 잡아보겠다는 마음으로
동네를 돌고 돌았다.
봄이는 신이 난 코를 벌렁거리며 몇 발자국 뛰다,
킁킁대며 영역 표시를 했다.
“그래… 너라도 행복하면 다행이다.”
그렇게 말하자, 혀를 내민 봄이는 얼굴을 갸우뚱했다.


동네 몇 바퀴를 돌고 돌아오니, 소파에 앉자마자 잠이 들었다.
한 시간쯤 졸고 나니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최근에 산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를 몇 장 펼쳤지만,
습기가 가득한 내 감정이 말한다.
‘지금은 책을 읽을 기분이 아니야.’


이래저래 잠잘 시간을 놓친 나는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다 잠깐 잠이 들었고,
망할 꿈 때문에 다시 눈을 떴다.


꿈속에서 나는 큰 트럭을 타고 도로 위를 달린다.
속도가 붙은 채 커브길에 들어서는 순간,
차는 그대로 미끄러져 전복됐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몇 번을 외쳤을까.
잠이 깼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아… 잠이 들었구나. 자도 돼. 그냥 좀 더 자도 된다니까…’
그럼에도, 결국 어스름한 새벽녘에 눈을 뜨고 말았다.


꿈이 꼭 현실이 될 것만 같아
차를 놓고 출근할까 망설이다가 결국 운전대를 잡았다.


감정은 어김없이 꿈으로 나타난다.
‘살려주세요’ 외치는 소리는
꽉 막힌 감정이 폭발하는 소리였고,
미끄러져 나간 차는
내 무의식에 자리한 두려움의 형상이었을 것이다.
무언가 내 통제 밖에서 갑자기 확 무너질까 봐…
그런 두려움.
내가 겨우 잠들었다는 걸 인식하는 그 순간조차도
내 감정은 쉬지 못했다.


오늘 꾼 이 꿈은 흉몽일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문득, 그냥 내 감정에 충실하기로 했다.


내 감정을 인정하고, 스스로 응원하면
흉몽도 길몽으로 바뀌지 않을까?


다행히,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길몽과 흉몽의 사이—
어쩌면, 내 감정이 걸어가는 어느 밤의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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