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피렌체...
2006년 11월의 마지막 날 나는 피렌체의 두오모 큐폴라 돔에 오른다. 463개의 계단을 오르고 나면 준세이가 서른의 아오이를 만났던 그 시간에 멈춘다. 스므살 아오이는 준세이에게 10년 뒤 자신의 생일에 두오모에서 만나자 약속한다. 사랑을 할 때 연인들은 내 사랑 만큼은 그 자리에 영원히 박제 될 거라 믿는다. 아무 것도 말해 줄 수 없는 여자,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은 남자...
갈등은 내 진짜 속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하는 상대에게 있다고 믿으며 점점 자라난다. 그리고 그 믿음은 뜨거운 가슴의 열정을 냉정이라 포장된 이성속에 가두고 시간과 함께 흘려 보낸다.
대학시절 삐걱대는 첼로 소리를 들으며 첫 키스의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준세이와 아오이...
아오이는 옛 사랑의 추억을 준세이에게 기적 같이 선물해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세상의 모든 기적과 우연은 누군가의 노력으로 부터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닐까? 깊고 묵지한 첼로의 선율이 두 주인공의 감추어진 내면의 소리를 대신한다. 그리고 베끼오 다리 밑을 지나는 아르노강은 흐르는 시간 만큼이나 고요했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고 피렌체를 찾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두오모 성당 큐폴라 돔에 함께 오른 연인들도 그러했지만, 무엇보다 멈추어 있는 시간과 마주하듯 그림움 가득한 눈으로 피렌체를 내려다 보는 청춘들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서른의 내 눈에 보이는 청춘들은 그러하였다. 온통 빨간 지붕으로 가득채운 피렌체로 빛을 잃은 해가 점점 내려 앉고 있었다.
피렌체는 생각보다 조용하고 평온한 도시다.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곱디고운 야경을 보러 연인들이 몰려 들기 시작한다. 화려한 로마나 밀라노와 달리 인심이 후덕한 이탈리안 아저씨가 만들어준 와풀하나를 들고 저무는 해를 대신해 하나둘씩 켜지는 불빛들을 바라본다. 가슴속에 사랑하는 누군가를 품고 살아간다는 것이 나는 아직 어떤 것인지 모른다. 잊혀지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온 열정을 다해 누군가를 사랑해 본 사람이 없다는 것 만큼 슬픈일이 있을까?
서른에 만난 '냉정과 열정사이'는 주인공 준세이를 통한 설레임으로 가득했던 영화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서른의 준세이와 아오이는 없다. 그저 길고 긴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찾은 사랑으로 아이오이를 기다리던 밀라노 광장의 준세이를 기억 할 뿐...
피렌체... '냉정과 열정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