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찰리와 초콜릿 공장

by 칠성상회

대단한 이야기꾼 로알드 달.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처음 읽었을 때의 심장이 간질거리는 것만 같던 즐거움을 잊지 못한다. 팀 버튼의 영화는 책에 버금가는 즐거움을 안겨주었기에 이 이야기의 런던 공연 프리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공연 직전 구매 찬스를 누려보려 전화해 봤더니 나 같은 아이 어른이 많은 지 이미 만석이라, 할 수 없이 다음 날 티켓을 예매하여 코벤트가든으로.

로열 오페라 하우스와 공연장 사이에 있는 가게에서 저녁거리를 사서 사람 구경하며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사이 해가 진다.



주머니 얄팍한 유학생이라 원치 않아도 매번 어느 가파른 귀퉁이 한편에 앉아 공연을 보곤 했었는데, 이건 앞자리에서 봤어야 했다며 나를 후회하게 만든 디테일한 무대 장치가 뮤지컬의 백미였다.

영화와 흡사한 찰리네 집, 위트 있게 등장시킨 움파룸파 사람들, 공장 안을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오가는 장면, 초콜릿을 마시던 뚱이 녀석이 펌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 껌 오래 씹기 챔피언 여자아이가 블루베리처럼 커지는 장면 등. 무대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을지 여실히 느껴진다.


화려한 무대 연출에 덧붙여 마음에 울림을 주었던 순간으로는, 거의 끝부분에 찰리와 윌리 웡카가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을 꼽겠다. 깜깜한 무대와 하얀 별들 사이에서 Pure imagination을 부르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고 아름답기까지 했다.


원작을 고려할 때에 웅장하고 묵직하게 밀려오는 감흥까지 취하기는 어렵더라도 엔터테인먼트 목적에 충실히 부합하는 즐거운 공연이었다. 프리뷰 기간의 공연이 참 좋았었으니 몇 년이 흐른 지금은 더욱 농익은 뮤지컬로 자리잡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덧. 뮤지컬을 다 보고 나오며 마주친 밤

코벤트가든과 소호 사이.


적당히 옛스럽고 적당히 너저분하고 적당히 시끄러운 길 풍경에 늘 마음이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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