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벌주의의 그림자에 소외된 가치들
흉기난동사건 및 모방범죄 비평
모든 주장의 전제로, 금번 흉기난동 사건들에 휘말린 시민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멈추지 않습니다.
치안에 대한 신뢰는 한번 꺾이는 순간 복구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기존과 같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지출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계량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안전에 대한 믿음은 수치가 아니고 주관적인 인식이기 때문입니다. 금번 사건들로 인해서 손실된 치안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지, 그 기간동안 시민들이 느낄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표상되는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클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언제나 범죄는 예방이 최우선입니다. 사후대처에 대한 논의는 역시 필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이번과 같은 흉악한 범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숙의가 필요합니다.
안타깝게도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사후대처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특히 여론의 호응에 힘입어 범인를 어떻게 제압하고 강력하게 조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만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엄벌주의와 강력대응은 우리의 분노를 해소해줄 강렬한 해법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이면에 소외되는 근원적 해결책과 가치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히, 공권력은 이 나라의 유일한 합법적 폭력입니다. 과거 이 나라에 자행된 '합법적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그 집행에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터진 과잉진압 사건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불심검문 강화, 실탄 사용등의 방침은 충분한 훈련과 법적 교육시스템의 정비와 병행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유사범죄들을 어떻게 하면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사회구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비전문가의 주장에는 영향력이 없기에 어떠한 효과가 없겠지만, 지금의 마음과 생각, 내가 믿는 가치들을 잃지 않고자 오늘의 짧은 글로 기록합니다. 삶은 불평등하기에 죽음만은 평등한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