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생각나는 밤
제주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봄에는 유채꽃이 피고, 태평양의 뜨거운 열기를 담은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골목마다 수국이 탐스럽게 피어난다.
제주도의 푸른 여름밤은 청춘을 설레게 하고, 가을이 되면 오름마다 억새가 바람에 춤을 춘다.
그러다 저 멀리서 북서풍이 불기 시작하면 한라산은 사람을 매혹시키는 하얀 눈옷을 입는다.
제주의 푸른 에메랄드 빛 바다는 남국의 정열을 부르고, 중산간 삼림지대는 때 묻지 않는 태고의 신비를 부른다.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현무암은 탐험가의 호기심을 부르고, 항파두리성에 남은 삼별초의 한은 역사가의 가슴을 울린다.
지금부터 내가 만난 아름다운 제주의 모습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여행지에서, 아니 인생에서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지만, 사진 만으로는 그날의 기억이 온전히 떠오르지 않는 것이 아쉬워, 제주도 푸른 밤의 느낌을 오래오래 기억하려고 퇴근 후에 잠시나마 제주로 여행을 떠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