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시대의 콘텐츠 제작 네트워크

2.수직적 통합 네트워크와 수평적 분업 네트워크

by Chanuk Park

콘텐츠분야에서도 비즈니스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콘텐츠산업 분야에서 최근 부각되는 네트워크의 유형을 크게는 수직적 통합 네트워크와 수평적 분업 네트워크의 두 가지 양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수직적 통합 네트워크


먼저 수직적 통합 네트워크는 콘텐츠 제작 네트워크 모델은 콘텐츠 생산을 위한 모든 기능을 통합하는 형태이다. 미국의 마블(Marvel entertainment) 이나 디씨(DC entertainment)는 IP(지식재산, 특히 저작권)를 직접 소유하고 경영하는 방식을 취한다. 즉, 원작에 대한 권리를 개별 작가들이 갖는 게 아니라, 마블이나 디씨 등의 기업이 소유하고, 시나리오 작가를 고용하여 시나리오를 만들게 하고, 만화가를 붙여서 그림을 그리게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인기있는 일러스트레이터는 다양한 방식으로 계약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매절하는 형태로 계약한다. 그로 인하여 배트맨, 슈퍼맨 등 동일한 작품의 시즌마다 그림체는 다를 수 있지만 원작은 동일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디씨는 저스티스리그, 마블은 어벤저스라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각 작품별로 작가가 권리를 가지기 때문에 한국의 실정에서 마블이나 디씨처럼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저작권자들로부터 일일이 저작권을 구매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수직적 통합 네트워크는 기존의 개별 저작권 소유 상황에서는 원작자가 원작물을 바탕으로 2차 저작물을 판매해도 수익은 제한되기에 관련된 활동을 열성적으로 하지 않는데 비해, 마블이나 디씨의 경우 원작과 관련된 모든 권리를 소유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비즈니스를 더 적극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네트워크를 ‘수직 계열화’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기업이 모든 기능을 내부화하기보다 별도의 주체로 두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러한 사례를 보다 넓은 의미로 ‘수직적 통합 네트워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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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ww.pxhere.com


수평적 분업 네트워크


다음으로 수평적 분업 네트워크는 콘텐츠 비즈니스 수행 상의 각 기능을 가진 다수의 기업들이 참여하여 분업 형태로 각자가 맡은 일을 수행하는 방식의 협력형태이다. 일본의 제작위원회를 통한 콘텐츠 비즈니스가 대표적인 수평적 분업 네트워크의 유형이라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의 엔터테인먼트 작품의 제작에 있어서는 상당한 비용을 필요로 한다. 작품이 히트하면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한편, 흥행과 TV 시청률이 각각 부진으로 끝난 경우에는 큰 부채와 관련 상품의 불량 재고를 안게 되는 위험이 존재한다. 실제로 제작한 영화와 TV 작품이 부진했기 때문에 경영위기에 처해 다른 작품의 제작 부문 폐지(저작권 관리회사로의 이행)를 강요받거나 도산․합병으로 몰리거나 하는 기업은 적지 않다. 또한 반대로 작품이 히트할 때까지는 괜찮지만, TV 방영권 및 비디오 소프트웨어권의 가격이 상승할 뿐만 아니라, 권리를 둘러싸고 동업 타사와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방송국이나 비디오 소프트 회사는 작품의 매입시 난항을 겪게 된다. 제작위원회 방식은 이 같은 위험을 분산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다. 이 방식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風の谷のナウシカ)’, ‘AKIRA’로 유명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영화 제작에 많이 사용되고 왔지만, 1992년 방송된 ‘무책임 함장 테일러(無責任艦長タイラー)’로 TV 애니메이션 최초로 제작위원회를 채용(이 때의 명칭은 ‘타일러 프로젝트(タイラープロジェクト)’) 후, ‘신세기 에반게리온(新世紀エヴァンゲリオン)’의 ‘Project EVA’ 및 ‘EVA 제작위원회’의 상업적 대성공에 의해 TV 작품에까지도 보급되었으며 현재까지도 활발히 활용되는 제작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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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위키페디아에서 에반게리온 검색


정책이 관여하기 용이한 제작 네트워크 형태는 무엇일까?


수직적 통합 네트워크와 수평적 분업 네트워크 중 정부 정책이 지원해야 하는 종류는 어떠한 것일까? 미국의 마블, 디씨 등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과 일본의 제작위원회 방식의 장단점을 개략적으로 비교하면 아래 표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noname01.jpg 수직/수평 제작 네트워크 비교

수직 통합형 네트워크 형태의 경우 소수 기업이 모든 권리를 보유하고 직접 사업을 하기때문에 수직계열화 등의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어 정부 정책이 지원 형태로 관여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수평적 분업 네트워크 형태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일부 기업들의 독점 혹은 카르텔 형식의 권한 강화 형태로 발전한다면 그 역시 정부 정책 지원의 걸림돌이 된다. 때문에 둘 중 어느 방식도 이상적인 콘텐츠 제작 네트워크 형태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므로, 결국 한국식 제작 네트워크라는 것은 수직적 통합 방식의 장점과 수평적 분업 방식의 장점을 차용하면서도 둘이 가진 단점을 커버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며, 상대적으로 미국식인 수직적 통합 방식보다는 일본의 수평적 분업 네트워크 방식에서 조금 보완된 개념에서 힌트를 얻는 것이 쉬울 것으로 판단된다.


수평적 분업 네트워크 구축 사례: 동우 A&E프리파라 사례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들과 실제로 구축한 수평적 분업 네트워크 사례인 ‘프리파라’ 사례를 통하여 통하여 네트워크 구축의 장점을 파악할 수 있다. ‘프리파라’는 실제 아이돌에 가까운 춤과 노래에 친구들과의 우정을 소재로 여자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콘텐츠로 원래 일본에서 게임 IP가 먼저 출시되었다.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동우A&E가 일본 기업들과 함께 제작네트워크를 구축하였는데, 동우A&E는 최대 투자자겸 제작사로 전체 사업을 이끌고 있다. 제작 네트워크에는 모두 7개 기업이 참여하는데 동우A&E가 출자 지분이 가장 많고 그에 따라 간사회사를 맡고 있다. 수평적 제작 네트워크 방식에서 역할이 없이 투자만 하는 주체는 참여가 불가능하다. 동우A&E는 TV애니메이션 전체 분량 중 60%가량의 제작을 맡고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타츠노코프로가 나머지 부분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완구사인 타카라토미아츠는 프리파라 게임과 장난감 상품을 제작하고, TV도쿄는 TV애니메이션 방송 분야를 담당하며, 에이벡스는 음악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ADK는 방송광고 담당, 소학관은 출판 분야을 담당하고 있다. 수익구조는 동우A&E가 국내 모든 사업의 수익금과 전 세계 사업의 수익금의 일부를 로얄티로 받고 제작 네트워크 참여 기업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수익을 발생시킨다. 로열티는 제작위원회를 참여하는 모든 기업들로 구성된 공동 계좌를 통하여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 공동 계좌는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동우A&E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기업들 간의 높은 신뢰를 쌓은 동우애니메이션의 역량도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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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A&E를 제외한 나머지 6개 기업은 모두 일본 기업들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물리적으로 인접한 것은 아니나 경영진, 실무자 간 주기적인 만남을 가지고 상호 협의 및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협업한 첫 번째 시리즈가 성공적이면 다음 시즌도 함께 하는 것이 관례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사업 파트너 간에는 자연스럽게 장기적인 신뢰관계가 형성된다. 분업형 네트워크라는 이름에 걸맞게 각 파트너사는 각자의 고유한 사업 영역과 역할을 가지고 참여하기 때문에 간사 회사인 동우A&E가 일본시장에 대한 정보나 영향력이 없다 해도 사업 파트너들의 역량에 의지하여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프리파라 제작 네트워크에 참여한 기업들은 프리파라 프로젝트 뿐 아니라 다수의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기 때문에 동우는 시기에 따라 다양한 사업 기회를 제안 받을 수 있고 이것은 해외 시장 진출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제작 네트워크 참여 과정에서 상대 기업이 가진 정보나 지식도 흡수할 수 있고 해외시장 진출에 따른 다양한 위험도 피할 수 있어 장점이 많다.

동우A&E의 경우 일본 기업들로부터 사업파트너로 인정받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였는데 당시 일본에서 인기 있었던 여성 그룹 KARA의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면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국내 개별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사업 파트너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인증이나 기회 제공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반대로 국내에서 만들어진 제작 네트워크에 해외의 인증된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noname01.jpg 동우A&E의 프리파라

출처: 동우A&E(http://anid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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