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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uk Park Mar 08. 2019

독학으로 논문 쓰는 안내서

3. 지도교수와 지도학생 간의 관계

#(굳이 강조 안 해도) 지도교수 선정은 매우 중요하다

내 논문을 지도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번 지도교수가 정해지면 중간에 지도교수를 바꾸거나 하는 것이 사실 매우 어렵기 때문에 지도교수 선정에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한번 지도교수가 정해지면 석사는 2년 박사는 5년 이상 관계가 지속이 된다. 사실 학생 입장에서 초반에 교수들의 스타일이나 지도 분야를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중간에 지도교수를 바꾼다고 하면 사실 그렇게 기분 나빠할 사안이 아니다. 사실 학생을 배려한다면 학생에게 더 적합한 교수를 찾아가서 지도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지도교수를 찾아가서 "저는 OOO 교수와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바꿔도 될까요?" 하는 순간, 말은 안 해도 괘씸한 놈으로 찍혀서 대부분 지도교수와 관계가 나빠지거나 아예 졸업을 못하게 될 것이다. 



왜 그런고 하니 한 과에 교수들이 10명 내외라고 하면 사이들이 나쁜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또 교수 간에 사이가 나빠지는 기폭제가 되는 게 지도학생 논문 주제 공개발표(proposal) 할 때라고 보면 되는데, 지도학생 논문을 비판이 교수들 간에 자존심 싸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학문이라는 분야가 사실 굉장히 상대방의 지식을 존중해 주고 의견을 교환하고 그래야 하는데 사실 그렇지가 못하다. 일단 비판을 당하면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 나도 반박 논리를 찾게 되고. 다들 자존심도 강하고 똑똑한 분들이기 때문에 이런 게 더하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관계는 변해간다

또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예를 들어 박사과정 5년을 동일한 지도교수 밑에서 연구실에 들어가서 계속 배운다고 하면, 그 관계라는 것이 박사 초반과 후반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보통 초반이 밀월관계라고 하면 후반에는 원수가 되는 경우도 많다. 


왜 그럴까? 처음에는 교수와 학생 간에 지식 격차, 지식 비대칭성이 커서 배울 것도 많고 얻을게 많다. 교수 입장에서도 가르쳐주는 대신 학생에게 조교 업무나 프로젝트 등을 참여시키면서 상호 이익이 된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 학생의 졸업 즈음되면 그 격차가 줄어드니까 배우고 얻는 것은 자꾸 줄어들고 독립의 욕구는 커지게 된다. 학생은 교수가 시킨 일에 대해서는 노하우가 늘어나니까 초보자들 3~4명 분의 일을 혼자서 충분히 하게 되고, 그러니까 교수 입장에서는 일 시키기 편하기도 하고 또 아직 학생이 박사가 되기에는 좀 부족해 보이니까 졸업시키고 싶지 않은 천덕꾸러기처럼 여기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 시기를 조심해야 한다. 이것은 학생도 그렇고 교수도 그렇다. 이 시기를 잘 보낸 사람들은 학생이 졸업한 후 나중에 교수를 찾아와서 인사도 하고 같이 다른 일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원수처럼 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그게 참 아쉬운 일이다. 어쨌거나 좋게 만나서 왜 나쁘게 헤어지는지. 어차피 영원히 내 학생일 수 없고 학생은 교수의 소유물이 아니다. 놓아주고 길을 잘 터주는 게 서로 이익이 된다. 전에는 학생 입장에서 주로 조언해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도 이제 나이가 들고 동년배 교수들도 많아지고 하다 보니 교수의 입장에서도 함께 이야기하게 되었다. 


#지도교수에 대해 알아보는 방법

지금까지 설명한 비효율이 생기는 원인은 모두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한 마디로 학생이 대학원 내부의 사정을 알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 최근에는 '김박사넷'인가 하는 학생들이 무기명으로 교수들을 평가하는 사이트도 생겼다. 하지만 그곳에 거론되는 교수는 거의가 카이스트 공대 교수들에 한정된다.(어디서 만들었을지 대충 감이 오지 않는가?) 게다가 소수의 피해학생들이 홧김에 올리는 정보도 적지 않아 보이므로 엄격하지만 지도를 잘하는 일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교수님들도 있는 것 같다.


보다 공식적으로 지도교수의 연구분야나 실적을 볼 수 있는 곳은 한국연구재단 한국연구자정보 사이트(https://www.kri.go.kr/kri2)이다. 가입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학교 홈페이지에서 소속 학과 교수 이름을 잘 찾아서 검색하면 해당 교수의 연구실적, 프로젝트 실적 등이 검색된다. 경우에 따라 비공개로 해 놓은 경우도 있지만 대학교 연구비 지원을 받는 교수라면 대부분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

https://www.kri.go.kr/kri2


만약 본인이 공부를 하고 싶은 거라면 적어도 최근 논문실적이 충분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좋을 것이다. 그러나 참고할 사항은 국내 등재지의 경우 해당 년도에 출간된 논문은 해당 년도에 쓴 논문들이지만, 해외 논문지의 경우 해당 년도에 실렸다고 해도 2~3년 전에 쓴 논문들이라는 점이다. 또, 교수의 논문을 양이 아닌 질로 평가하려면 저널의 질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사전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글을 쓸 예정이다)


그와 달리 프로젝트를 많이 해 보고 싶은 것이라면 교수의 연구비 수주 실적을 참고하면 된다. 그러나 이것 역시 프로젝트의 개수 및 명칭은 나오지만 각 프로젝트의 규모(금액)는 나오지 않기 때문에 질적인 판단은 내리는데 한계가 있다.


#졸업생의 미래가 곧 내 미래다

그러나 가장 생생한 정보는 역시 해당 연구실 졸업생들의 현재 상황이다. 3~5년 후 나의 미래는 아마도 높은 확률로 지금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비슷해지거나 같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나의 능력과 자질이 최소한 졸업생 평균 이상이 된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추측이다. 다시 말해 그들의 진로가 나의 진로와 비슷할 수 있다. 졸업생이 방황하고 있다면 나도 졸업 즈음에 방황한다는 이야기이고, 교수님 추천으로 척척 어딘가 들어갔으면 나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기서 다시 함정은 아직 검증 안된 젊은 교수들이다. 보통 임용이 얼마 되지 않은 교수들은 열의는 넘치지만 아직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전 검증이 불가능하다. 젊은 교수들은 나이도 학생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열정적인 데다가 똑똑하기까지 하다. 지도교수로서는 아주 매력적이다. 그렇지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와 "사람은 잘 변한다"는 말을 잘 기억해야 한다. 아울러 나의 졸업이라는 변수에는 지도교수의 권한과 영향력이라는 변수가 줄기차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는데, 초임 교수들 중에는 소위 그 영향력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단, 나의 이런 모든 조언은 본인이 천재라면 해당되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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