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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uk Park Mar 04. 2019

독학으로 논문 쓰는 안내서

2. 논문 쓰기의 고단함

많은 사람들이 짬 내서 논문 쓴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굉장히 틀린 생각이다. 


직장을 다니며 대학원을 병행하는 사람들은 막연하게 논문을 그냥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짬 내서 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생각은 틀린 생각이다. 그 생각이 틀린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시간의 양적인 부분이다. 논문을 쓰려면 논리적인 부분이라 전두엽을 많이 활용하게 된다. 단어장 외우듯이 틈틈이 하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는 비행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 이륙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게 최소 30분~1시간이다. 비행기가 일단 궤도에 오르면 쉽게 갈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주제로 몰입되기까지의 시간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그 기간을 3일 정도로 본다.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중간에 감정소비를 하거나(격하게 화를 낸다거나) 영화를 보거나 해도 몰입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몰입'의 황농문 교수님 책을 참고하길 바란다. (나중에 나도 이 부분에 대한 글을 하나 정도 더 올릴 예정이다)


두 번째는 시간의 질적인 측면이다. 직장인들이 저녁에 퇴근 후에 논문을 쓴다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어 7시부터 11시 내지 12시까지 논문을 쓴다면 양적으로 3~4시간이 있다. 그러나 막상 해보면 그 시간에 집중을 못한다. 낮에 복잡한 업무를 했거나 하면 더하다. 졸게 된다. 인지적 부하 이론(cognitive load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이론은 컴퓨터 메모리에 한계가 있듯이 하루에 두뇌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 로드(양)가 정해져 있다는 의미이다. 절대적인 시간으로 따지면 주말에 일하면 시간이 엄청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질적으로 이 중에 내가 집중해서 논문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경험상으로 보면 2시간 정도로 본다. 다시 말해 이륙하는데 1시간 쓰고 2시간 남짓 집중하고 다시 착륙하면 4~5시간이 투자된다. 

 

그래서 논문은 짬 내서 틈틈이 쓸 수 없고 통째로 연속된 4~5시간을 내야 한다. 평일에 그렇게 통으로 시간 내기가 어렵다. 또 논문 쓰기 전에 업무나 다른 일에 신경을 너무 많이 써도 안된다. 까다로운 조건이다. 그래서 논문 쓰기가 더 어려운지도 모른다.  


풀타임 대학원생이라고 해도 현실은 다르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풀타임 대학원생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대학원생들은 한 학기당 3과목을 듣고 학과 조교나 연구조교 일을 하면서 논문을 쓴다. 특히 대학원은 장학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업과 일을 병행해야만 한다. 비교적 운이 좋아 학교에서 조교를 하면서 학비를 조달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조차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모은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정말 공부에 전념하고 싶다면 경제적인 여건이 갖춰져 있어야 하거나 학업과 일을 효율적으로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 특수대학원생들 역시 일반대학원생들과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3과목 정도 수업을 들으며, 회사 업무와 병행하면서 논문을 쓰는 경우가 많다. 결국 대학원생은 이런저런 이유로 졸업 때까지 논문 쓸 여유가 많지 않다.


아마도 대부분이 마지막 학기에 논문을 쓰려고 하면 졸업하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논문을 쓰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과 논문을 써 가는 과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논문을 쓰려면 좋은 자료를 구하여야 하고 목차도 완성시켜야 하며, 이를 가지고 지도 교수님의 허락도 받아야 한다. 물론 이것은 논문을 쓰기 전 준비 과정에 불과하다. 본격적으로 논문을 쓰기 시작하면 더욱 복잡한 과정들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한 학기에 모두 해결하는 것은 힘들다. 논문 학기가 되기 전, 대부분 3학기나 4학기 때부터 논문 주제와 방향을 잡고 지도 교수님께 허락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논문 주제를 잡는 것은 대학원 재학 중 강의를 들으면서 틈틈이 생각해 놓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교수님께 논문 지도를 부탁하러 가서 무엇을 전공하고 싶은지, 어떤 논문을 쓰고 싶은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 준비도 없이 논문 지도를 받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학생을 지도하고자 하는 교수는 없을 것이다. 논문 지도를 받기 위해 찾아갈 때 교수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열정과 성실성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교수들은 석사학위 논문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학술적 기여도를 따지는 것은 박사 논문부터이며, 석사 논문은 요즘 젊은 연구자들의 경향이 어떤지를 참조하는 지표로 이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석사 논문을 심사할 때는 내용의 참신성, 독창성보다는 내용 전개의 논리성, 타당성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간의 뇌는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강하다. 내가 논문을 쓰는 행위는 소위 '(내 인생에서, 혹은 인류사적으로?) 중요한 일'로 인식되기 때문에 논문을 쓰는 일은 한없이 뒤로 밀려나고 머릿속 한편에 상주하는 부담감의 터줏대감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부담감을 덜어내는 일이 바로 논문 쓰기를 시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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