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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 Apr 08. 2020

어머니, 시계는 좀 기다렸다 사주셔야겠어요

어머니, 요즘 밖에 안 나가시죠? 답답하시더라도 좀 참으세요. 

그 코로나 때문에 밖에 안 나가고 사람 안 만나는 운동 아직 계속한다 네요. 조금만 더 참으세요. 머리 좋은 사람들이 곧 치료약 개발하면 괜찮아질 거예요. TV도 보시고 아버지도 좀 챙겨주시고. 지난번 보훈병원에서 타 온 아버지 약 잘 챙겨주세요. 그 약이 아버지 입에서 침도 좀 덜 나오게 하고, 걸음걸이도 좋아지게 하는 약이래요. 잘 챙겨 드시면 좋아지신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으니 믿어 보게요.


반찬거리 필요하신 건, 집 아래 마트 아주머니에게 전화로 주문하세요

어멈이 마트 아주머니께 말씀드려 두었으니 배달해 주실 거예요. 요즘 어멈도 푹 빠져 있던데 트로트 부르는 TV프로 있잖아요. 그거 다시 보기로 보세요. 다시 보기 하는 방법은 지난번 막내가 알려드렸죠?  임영웅 좋아하신다고 하셨잖아요. 우리 작은 애 나이밖에 안 되는데 노래를 참 잘 부르데요. 어멈이 임영웅에게 홍삼 사서 보낸다는 쓸데없는 소리 하기에 제가 눈총 좀 줬어요. 우리 아들이나 챙기지 무슨….

걱정하셨던 큰애 있는 지역은 코로나 확진환자가 없어서 아직 괜찮다고 하네요. 그래도 마스크 꼭 쓰고 다니고, 술자리 하지 말고 바로바로 집에 들어가라고 일러뒀어요. 할머니 걱정하신다고 전화 자주 드리라 했으니 전화 자주 할 거예요. 마스크는 큰애 근무하는 곳에서 공급 해주나 보데요. 걱정 안 하셔도 될 거 같아요.

 

작은애는 공무원 시험이 미뤄져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나 봐요. 

지난번 시험을 미루면서 4월 중에 다시 시험일정 발표한다고 하더니 아무래도 4월도 힘들 것 같네요 마음 급하게 먹지 말라고 단속했어요. 학원은 문을 닫아서 다니지 못하고 혼자서 공부하고 있나 본데 공부하느라 딱히 밖에 나갈 일은 없다고 하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착실한 놈이라 스스로 잘 챙길 거예요. 마스크는 저와 어멈 몫을 구입해서 몇 개 보내 줄 생각이에요. 아무래도 저희들 있는 곳보다는 큰 도시인 작은 애 있는 곳이 걱정이니 미리 좀 챙겨주려고요. 아직은 작은 애도 제 몫으로 정해진 요일에 구입해서 쓰고 있나 봐요. 혹시 애들 주겠다고 마스크 사러 나가실까 봐 말씀드리는 거니 혹시 약국에 나가셔서 줄 서고 하지 마세요. 저희나 애들 다 마스크 잘 챙겨서 쓰고 있으니까요. 

    

코로나 때문에 올해는 벚꽃 구경을 시켜드리지 못했네요. 

작년 벚나무가 올해도 그대로 꽃을 피웠을 테니 그 꽃이 그 꽃일 거예요. 뉴스에 나오는 영상을 보니 작년 벚꽃인지 올해 벚꽃인지 구별도 못하겠더라고요. 작년에 쌍계사에서 찍어드린 사진 있지요? 그거 꺼내보시고 올해도 잘 피었구나 하세요. 참, 쌍계사 근처 사는 친구에게 들으니 올해 벚꽃은 작년만 못하고, 바람이 많아서 피자마자 다 떨어졌다고 하데요. 코로나 아니더라도 주말 시간 맞춰서 보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시게요.    

저희 집에 올봄 텃밭 농사 어떻게 준비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시죠? 작년 같으면 딱 이 맘 때 집에 오셔서 텃밭 농사 지휘하셨을 텐데 아쉽네요. 지난 주말에 상추 모종 사다 심고, 시금치 씨앗도 뿌렸어요. 겨울을 잘 난 쪽파 하고 부추가 영 부드럽고 아삭거려서 살짝 데쳐 참기름에 무쳐 먹었네요. 방풍나물은 올해 잘 안 나왔어요. 아무래도 해거리하는 거 같아서 밭을 옮겨줘야 할 것 같네요. 모종 몇 개 더 사 와서 심어두기는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요즘 제가 주말에 모임을 갖지 않으니 시간이 좀 남네요. 

일요일에 남천 100 여주를 근처 농원에서 사다가 데크 길 옆에 심었어요. 어멈 하고 둘이서 심는데 4시간여나 걸렸어요. 생각보다는 시간이 좀 많이 걸리고 땅 파기가 쉽지 않데요. 그래도 다 심고 나니 휑했던 데크 길 옆이 모양이 좀 나구먼요. 남천 구입하는 김에 어머니 좋아하시는 왕수선화하고 팬지도 가져와서 꽃밭을 만들었네요. 참, 영산홍도 30주가량 심었어요. 신선초 밭 옆 공간이 비어서 영산홍으로 채웠는데 옮겨 심은 나무라 올해는 꽃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농원 사장님은 심기만 하면 바로 꽃을 볼 수 있다고 하시기는 하던데 좀 시들시들해요. 아침저녁으로 물을 열심히 주고 있으니 꽃을 피워주면 좋고요. 꽃 잔디는 올해도 많이 피었어요. 이 애들은 가만히 두어도 해마다 세력을 넓히네요. 코로나가 좀 진정되면 바로 모시러 갈 테니 오셔서 보시게요. 그때쯤이면 상추가 제법 자랄 테니 삼겹살에 상추쌈 하시면 맛있을 것 같네요


제 시계 사 주시겠다고 돈 모아두셨다고 하셨는데 좀 기다려야겠네요.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말라고 하니까 백화점도 다음에 가시게요. 어머니 휴대폰 바꿔드리기로 한 것도 그때 같이 하시고요. 코로나 이게 빨리 진정되어야 할 텐데, 여러모로 불편하고 여러 사람 걱정 끼치네요. 어머니 찾아뵙지 못한 것도 벌써 한 달 반이 지난 것 같은데 죄송스럽네요. 이 코로나라는 게 젊은 사람보다도 어르신들에게 많이 안 좋다고 하니 혹시 몰라서 찾아뵙지 못하고 있네요. 자주 안부 전화드릴게요.   

  

PS. 참, 당분간 경로당이나 성당에도 나가시지 마세요. 경로당 친구 분 들 안부는 전화로 하시고요. 기도는 집에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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