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캠프 위문편지
땡땡아
전화 와서 네 목소리를 들으니까 좋았다.
처음 전화했을 때 ‘~습니다’하는 말을 쓰는 걸 보니까
논산 훈련소에서 배운 대로 하는구나 싶었어.
맞지? ㅎㅎ
오늘 추석에는 송편을 먹지 않았어.
너하고 엄마하고 떡을 좋아하는데
네가 없어서 안 샀다.
그저 명절 음식으로는 삼겹살이지.
그래서 저녁에 삼겹살을 구웠어.
어제는 겉절이 김치를 담아서 맛있게 먹었다.
엄마의 김치라면 역시 종갓집 포기김치이지만
이번에 할머니가 주신 고춧가루를 많이 받아와서
당분간은 김치를 담아서 먹으려고 해.
맛은 장담 못하지만 너 오면 담아 줄게.
싱가포르는 세차게 자주 비가 오는 거 여전하고
스콜이 들이닥칠 때마다 이 방 저 방
창문을 닫으러 뛰어다니는 것도 여전하다.
네가 입소한 지금이 한국은 가을의 초입이라 좋구나.
가을이 어떤지 얼마나 이쁜지
훈련을 받다가 짬짬이 눈에 넣어 두어라.
잘 지내고 있거라 또 쓸게 사랑하는 땡땡아.
엄마도 잘 지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