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츄리닝소년 Feb 18. 2021

대학원에 대하여

1-4-1. 연구실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 - 실적

최근에 연구실 생활을 하다가 뼈저리게 느낀 경험이 있어 이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앞선 여러 글들에서 연구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말했었다. 인턴을 할수도 있고, 교수님을 찾아갈수도 있고 등등. 그런데 오늘은 그 방법들 중 한가지인데 그동안은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이제와서는 '이것도 꽤 중요한 정보구나' 라고 생각되는 내용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소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연구실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는 것이다. 연구실 홈페이지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정말 노교수님이거나 아니면 이런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정말 극소수의 교수님은 홈페이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홈페이지 관리에 열정을 쏟지는 않더라도 중간을 가기 위해 노력한다. 연구실 홈페이지는 연구실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람들도 들어오고, 연구실에 대한 정보가 있는 사람도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컷 공작의 꼬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 이 연구실에서는 어떤 정보를 얻어야할까. 물론 교수님의 cv나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어떤 연구를 하는지도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때로는 크게 중요하지 않기도 한다. 학벌이 좋아야만 좋은 학교의 교수를 하는것도 아니고, 연구실에 있는 사람들의 사진으로는 어차피 그사람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알기 힘들다. 그리고 연구 분야 또한 사실 그 연구실에서는 그런 연구를 하지 않지만 그런 연구를 하는 것처럼 적어놓기도 한다. 나는 학부생 때 실제로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학과 홈페이지를 뒤지다가 그 분야를 교수님의 연구분야로 적어놓은 교수님과 상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솔직하게 '그 분야는 돈이 되는 분야라 적어놓은거고 실제로 그런 연구를 많이는 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신 적도 있다. 심지어 지금 있는 연구실도 이제는 연구하지 않는 분야도 research 탭에 아직도 남아있다. 그렇게 때문에 연구실 홈페이지에서 연구 분야의 후순위 주제들은 실제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알아두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이 연구실이 실제로 얼마나 잘나가는 연구실인지에 대한 정보다.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한 연구실의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는 논문이다. (전공에 따라 논문보다 학회지나 학회 발표가 더 중요한 경우도 있지만 어차피 그런 분야는 논문 말고 그런걸 홍보해놓으니 같은선상이라고 보자) 논문이 얼마나 좋은 저널에 나갔는지, 논문이 일년에 몇편이나 나오는지, 논문이 옛날에 많이 나왔다가 요즘 안나오는 추세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등이 이 연구실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허점이 있다. 바로 이 연구실과 얼마나 상관있는 논문까지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이라고 소개할지에 대한 것이다. 예를들어 A교수 밑에 B라는 매우 뛰어난 제자가 있었고, 현재 B가 포닥을 해외로 나갔다고 가정해보자. 근데 이 B가 현재 소속된 연구실에서 논문을 썼는데 이전 연구실에 있는 후배 C한테 부탁한 부분이 있어서 C후배의 이름이 이 논문에 들어간다면 대부분의 경우 A교수의 이름은 교신저자로 B의 논문에 들어갈 것이다. 이게 잘못된 행동은 아니다. 당연히 C후배에게 부탁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C 후배는 A 교수에게 이 사실을 알렸을 것이고, B 또한 A의 제자기 때문에 알렸을 것이다. 그리고 A가 실제로 논문 검토과정을 포함한 여러 내용을 도와줬을 수도 있다. 물론 1저자는 B가 되고, 가장 뒤에 올 교신저자(주저자는 가장 앞이, 교신저자는 가장 뒤가 제일 큰 기여를 한 사람이다) B의 현재 교수겠지만, A의 이름이 들어간다면 아마 A 연구실에서는 이 논문이 연구실 실적으로 기록이 될 것이다. 이 과정 중에 절대 불법적인 일이 있거나, 연구윤리를 어기는 일은 없었다. 다만 A 교수의 연구실은 B가 쓴 논문에 비중이 적을 뿐인데도 A 교수의 연구실 실적으로 기록되는 것 뿐이다. 그래서 이런 논문이 얼마나 되는지를 잘 볼 필요가 있다. 연구실에 따라서는 정말 현재 이 연구실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써내는 논문이 엄청난 연구실도 있지만, 교수님이 교신저자의 메인이 아닌 경우나, 연구실 소속원 한명만 1저자가 아닌 어딘가에 속해있는 논문 또한 실적으로 기록된 곳도 있을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게 연구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지는 않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A 교수의 연구실 학생 C가 3저자로 들어있는 X 교수의 연구실에서 쓴 논문 이것도 C 학생의 이름이 들어가있기 때문에 A 교수 실험실의 실적인것도 맞다. 다만 그 실적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그 연구실 소속 인원이 1저자인 논문이 많은 연구실에 가는 것이 좋다. 그게 정말 그 연구실의 실적이 좋다는 뜻이니까. 가끔 내가 속해있는 분야에 잘 나가는 연구실 홈페이지에서 좋은 논문을 찾아보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 놀라우리만큼 논문이 일년에 많이 나오는 연구실들이 종종 있다. 물론 이 중에는 정말 그 연구실 사람들이 갈려나가면서 그만큼의 놀라운 논문이 나오는 곳이 있는가하면, 아니나 다를까 그 연구실 교수님의 이름은 공동교신저자 중 어딘가에 애매하게 있고, 그 연구실 소속 학생 이름은 공동저자 이름에는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걸 잘 해보면 그 연구실의 진짜 실적을 알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