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놈이 너무 많다
서울대학교를 다니면 느끼는 점이 참 많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서울대에 가고자 하는 학생이 읽을 수도 있고, 서울대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가 읽을 수도 있으며 서울대학교 교직원이 읽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서울대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일수도 있다.
어떤 유형의 사람이 되었던 간에 내가 그동안 길다면 긴 시간동안,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서울대학교를 다니며 느낀 점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일단 첫번째로는 잘난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이 내용은 한 글로 다 적을 수 있을지도 모르게 많이 느낀다.
학창시절 얘기를 적자면 정말 길고 길겠지만, 짧게 정리하면 과고 입시 치룬다고 까불다가 떨어져서 일반고에 진학한 많은 학생들 중 하나였다.
과고대비 학원에 다닐 때 엄마가 가방만 메고 다니는 짓은 하지 말아라 라고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가방만 메고 다녔기에 학원에서 잘하는 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 때에는 과고나 영재고에 진학하는 친구들, 올림피아드에 나가서 상을 타는 친구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당연히 일반고에 갔다가, 어떻게 운이 좋아서 서울대에 왔다.
그리고 느낀 점은 서울대에는 내가 학창시절부터 봐왔던 수많은 똑똑한 친구들이 차고 넘친다는 것이었다.
물론 전공에 따라 카이스트나 포항공대가 서울대보다 더 알아주는 학과도 있지만 서울대에 있는 많은 학생들은 포항공대나 카이스트를 붙고 서울대를 선택한 친구들도 많았다.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꿈꿔본적도 없는 의대에 합격하고도 서울대를 선택한 친구들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학창시절 내내 쟤네는 어떤 사람들일까? 라고 생각했던 과고생, 영재고 학생들은 한 학과에도 수없이 많고, 교내 어떤 무리라도 들어가면 거기에도 차고 넘쳤다.
나는 상도 겨우 받은 중등부 올림피아드에서 은상 금상을 받은 사람도 엄청나게 많고, 나는 한개도 벅찼던 것을 두개, 세개씩 한 사람들도 많았다.
한번은 수업시간에 옆자리에 앉은 처음보는 학생이 교수님 수업은 안듣고 노트북으로 메이플스토리, 아스팔트를 해서 한심하게 바라봤었다.
중간고사를 본 후에 그 친구가 고등부 올림피아드 국가대표였고, 국제대회에 나가서 금메달까지 딴 친구였다는 것을 알았을때 국가대표를 옆에서 봐서 너무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외고, 과고, 자사고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고에서 온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전교 1등을 못해본 사람을 찾는게 더 어려울 정도로 전교 1등은 다 한번씩은 해봤다고 하고, 고등학교 3학년 내내 모의고사 동안 틀린 문제 수를 열손가락 안에 셀 수 있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냥 대충 지나가는 사람 이름+서울대학교 라고 구글에 검색해보면 고등학교 때 쓴 서울대 합격 수기나 학원에서 내건 플랜카드, 홍보 문구는 웬만하면 다 찾아볼 수 있다.
예체능도 만만치 않다.
음악, 미술을 하는 사람들은 중학생 때 부터 예원학교-서울예고-서울대학교 테크도 엄청 많고 심지어는 저 테크를 완성하려고 몇번씩 재도전해서 결국에 성공해내는 사람들도 있다.
국악과중에서 국악고-서울대 테크를 완성한 사람들은 대부분 인터넷에 이름을 검색하면 받은 상들로 도배가 되는 사람들 천지다.
이렇게 서울대학교에는 잘난사람들이 정말 많다.
처음에는 서울대학교에 와서 이런 사람들이 너무나 신기했고, 사실은 지금도 신기하다.
그런데 서울대학교에 있다보면 이런 사람들을 하나하나 신기해하는게 정말 촌스러운 짓이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깔렸다.
물론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발에 치일정도로 많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익숙해진 것도 있었다.
서울대에 이렇게 잘난 사람들이 많다고 말해봤자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게 아니라 자랑하려고 쓴 글은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배운 점은 더이상 비교를 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나는 학창시절에 '과고나 영재고에 간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일꺼야', '저 사람들은 승리자고 나는 패배자야'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사람들을 봐도 너무 비교하지 않게됐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앞에서 얘기한 어떤 부류의 사람일지는 모르겠지만 남과 너무 나 자신을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