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그리고 논문
지지난주 주말 대략 6월 25일을 전후로 과학계에서는 엄청나게 큰 이슈가 터졌다.
지난 문재인 정권 시절 4차산업혁명위원장을 역임했던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님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이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표절 논란은 윤성로 교수님 연구실에서 CVPR이라는 컨퍼런스에 제출한 논문이 있는데, 이 논문이 약 10가지의 논문들을 짜깁기 해서 쓴 논문이라는 의혹 때문이었다.
먼저 컴퓨터, 반도체 쪽의 특성을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나도 이 분야가 아니라서 정확하지는 않고 어디선가 귀동냥으로 들은 정보들을 취합해보면
컴퓨터 중에서도 특히 AI 분야는 현재 그 기술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다.
그런데 보통 논문이라고 하면 한 연구를 하고, 그 연구에서 어느정도의 결과물을 보이고, 그 결과물을 잘 정리해서 글로 작성하고, 이 내용을 저널에 제출한 후에도 두세명의 리뷰어들이 논문을 보면서 질문들을 저자에게 보내면 그 내용을 다시 답변하고, 추가 실험을 하고, 또 다시 이런 과정을 여러번 거쳐야만 한 연구에 대한 논문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AI 분야는 A라는 연구를 하고 그 연구를 논문으로 쓰더라도 이미 그 연구가 논문으로 세상에 나올때쯤이면 이미 그 연구는 뒤쳐진 연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AI처럼 엄청나게 그 발전속도가 빠른 분야는 보통 논문으로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학회에서 본인의 연구를 세상에 내보여왔다.
다시 말해서 반도체나 컴퓨터를 안 하는 사람들도 들어본 IEEE에서 주최하는 학술 대회이면서, 최고 귄위를 가진 학회로 평가되는 CVPR에서 본인의 연구로 학회 발표를 한다는 것은 다른 분야로 치면 세계적으로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저널에 논문을 내는것과 같은 것이다.
해당 논문은 이 학회에서 그냥 포스터 발표도 아닌 구두발표로 선정된 논문이었고, 이는 이 연구가 정말 대단한 연구이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연구고, 윤성로 교수님 연구실의 위상이 어느정도인지를 알려주는 척도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학회에서 한 발표가 다른 논문들을 몇개 짜깁기 했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 다른 분야보다 훨씬 더 이슈가 된 것이다.
사실 그냥 다른 분야였다면 학회장에서는 내 연구를 발표하지 내가 쓴 논문을 공개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안생겼을 수도 있다.
물론 학회장에서 발표를 하더라도 내 연구에 대한 초안은 내지만, 여기에 쓴 내용은 내 논문 내용을 요약해놓은 것이지 내 논문을 그대로 갖다 쓰는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논문의 내용을 긁어오더라도 걸릴 확률은 없을 것이다.
즉, 이번일이 다른 분야에서 일어났다고 생각해보면 그 내용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이미 published된 논문이 다른 논문들의 짜깁기 였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그 논문은 저널에서 내려갈 뿐만 아니라 앞으로 그 연구실은 그 저널에, 그 저널과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저널들에 논문을 투고해봤자 빠르게 reject 당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교수 이름에 먹칠이 되었으니 그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들의 이전 연구들도 의심받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학회장에서 발표를 한 것이기 때문에 이미 발표해버렸지만, 다른 분야로 생각해보면 그 연구 자체가 출판된 모든 기록조차 삭제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CVPR 학회도 copy에 대한 의심도 하지 않고 학회에서 발표를 할 수 있도록 통과시켜 줬기 때문에 학회로의 위상도 위태로워질 것이다.
여기까지는 AI라는 분야에 대한 특성 때문에 published된 논문이 아니라 왜 학회장에서 이러한 소동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내용이었고 다음은 공저자들에 대해 나를 포함한 다른 대학원생들이 느끼는 내용을 써보려고 한다.